한글날 맞은 여야…"품격있는 정치" vs "반헌법적 차벽"

기사등록 2020/10/09 12:32:46

민주당 "바른 말 고운 말로 정치의 품격을 지키기를"

국민의힘 "차벽에 둘러싸인 세종대왕…반헌법적 억지"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한글날을 하루 앞둔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2020.10.08.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한글날을 맞은 여야는 9일 일제히 한글의 우수성과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을 강조하면서도 상대 진영을 향해 날을 세웠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말로 이뤄지는 정치의 품격을 강조하며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서의 정쟁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고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한글날 집회 차단을 위한 경찰의 광화문 차벽 설치를 비판했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좋은 말과 글로 좋은 문화를 만들고 더 대담한 포용, 행복한 국가로 가는 길에 여야가 따로 있지 않다고 믿는다"며 "바른말, 고운 말로 정치의 품격을 지킬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누구나 쉽게 읽고 쓸 수 있는 한글 한 글자 한 글자에 담긴 세종의 포용 정신을 정책과 입법으로 실천하겠다"며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서 민주당은 국민 여러분의 뜻을 좋은 말과 글로 받들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공직자에게는 국민의 4대 의무 외에 '설명의 의무'가 있다. 국정감사는 이 의무를 다하는 소중한 기회"라며 "대담하게 연필을 들어 민생을 적어 내고 망설임 없이 지우개로 정쟁은 지워내겠다"고 전했다.

반면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한 세종대왕에게 오늘은 꽉 막힌 날이 될 듯하다"며 "오늘 세종로라 이름 붙여진 광화문 광장에서 세종대왕 동상은 한나절 내내 울타리와 차벽에 갇혀 지낼 것"이라고 했다.

배 대변인은 "민주당 일각에서는 집회·시위의 자유마저 빼앗는 법안을 냈다"며 "이제 신문고를 찢고 광화문의 종도 깨겠다는 것이냐. 코로나19를 핑계로 정권에 반하는 목소리를 아예 차단하겠다고 하는 위험한 반헌법적 억지"라고 주장했다.

[서울=뉴시스]이윤청 기자 = 한글날인 9일 경찰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차벽을 설치해 집회를 차단하고 있다. 2020.10.09. radiohead@newsis.com
그러면서 "정부가 코로나19를 빌미로 민주주의를 탄압한다는 말을 듣지 않으려면 연휴에 인산인해를 이루는 다른 곳에 대한 대책 정도는 밝혀야 할 것"이라며 "권위가 있으면 권력은 따른다. 정부는 조바심 내지 말고 소통을 통해 먼저 권위를 획득하기 바란다"고 꼬집었다.

국민의당도 "오늘날의 대한민국에선 세종대왕께서 나라의 통치자로서 강조했던 애민의 정신을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다"며 국민의힘과 궤를 같이 했다.

국민의당 안혜진 대변인은 " 현 정권의 위정자들은 국민을 사랑하기는커녕 사회 이슈가 있을 때마다 국민을 편 가르고 자신들에게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는 사람들만을 국민으로 여기며 사회를 분열시키고 있다"며 "누구보다 백성을 사랑하셨던 세종대왕의 얼굴에 그늘이 한층 더 깊어 보이는 요즘, 대통령께서는 한글날을 맞아 세종대왕의 애민 정신을 되새기시고 부디 시름에 빠져있는 모든 국민을 고루 살펴 낙담이 아닌 희망의 시대를 열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정의당은 "지금으로써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글'은 아주 오랜 시간 기득권만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한글의 창제를 시작으로 ‘글’은 모든 백성이 평등하게 누릴 수 있는 것이 될 수 있었다"며 '정치 기득권'을 싸잡아 비판했다.

정의당 조혜민 대변인은 "한글에 담겨있는 평등의 가치와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은 현재의 정치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정치가 민의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간절한 국민들의 목소리가 여전히 울려퍼지고 있고 갑질논란·특혜 논란 등 각종 기득권 찬스가 만연한 것이 현주소이기 때문"이라며 "한글에 담긴 창제 정신을 이어받아 정치권이 초당적으로 합심해 대한민국의 변화를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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