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국감서 '집회 차벽' 공방…김창룡 "불가피한 조치"(종합2보)

기사등록 2020/10/08 20:37:42

국회 행안위 국감…개천절 집회 대응 등 화두

"차량 537대, 병력 187중대 동원…과잉 조치"

검문검색 질타도…"놀이터 가는데 3~5회도"

김창룡 "잘못된 점 한글날 집회 대응엔 개선"

"2009년 위헌, 설치 자체 아닌 비례원칙 문제"

한글날에도 차벽 대응 시사…"인원 증가 예상"

경찰 개혁 지적도…국수본부장 인사청문 언급

보안수사 이관…"정보 역량 등 협의체로 보완"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김창룡 경찰청장이 8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마스크를 고쳐 쓰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0.0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심동준 정윤아 천민아 기자 = 한글날 서울 도심 집회 하루 전날인 8일 진행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찰청 국정감사는 '집회 공방'으로 수렴했다. 경찰은 한글날 집회 대응 과정에 차벽 설치는 하되 개천절 대비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날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열린 본청과 도로교통공단 국정감사에서는 지난 8월15일 광복절 집회, 지난 3일 개천절 집회 대응 문제가 오르내렸다.

먼저 야당 위원들은 경찰의 집회 대응 수준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특히 개천절 집회 당시 서울 도심 주요 지점에 설치한 차벽과 불심검문 등 '과잉 통제' 문제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서범수 위원은 개천절 집회 관련 차벽 설치에 동원된 차량이 '537대'라고 지적하면서 당일 집회 신고, 예상 인원과 이에 대응하는 경찰력 동원 규모를 질의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신고 인원을 약 2000명으로 추산하면서 동원 병력에 대해서는 "전국에서"라고 답했고, 서 위원은 "187개 중대다. 전국에 있는 것을 다 끌고 온 것이다. 그런데도 과잉대응이 아니라고 보나"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김창룡 경찰청장이 8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2020.10.08. photo@newsis.com
서 위원은 또 물리적 이격 조치를 위한 비용이 약 2억원 소요됐다고 언급했고 "전국에 있는 병력을 광화문에 쏟아 부으니 과잉대응 논란이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같은 당 최춘식 위원은 차벽 설치 후 빨리 해체했어야 한다는 지적을 했고, 김 청장은 "주변 시위 상황에 따라 차벽 등 차단시설을 완화시키고 해제했다"고 했다.

경찰이 집회 대응 차원에서 진행한 검문검색에 대한 질타도 적잖았다. 서울경찰청장 출신인 김용판 위원은 "원천봉쇄와 검문검색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김형동 위원은 "어떤 분은 놀이터를 가는데 (불심검문을) 무려 3~5번까지 당했다고 한다. 심각하게 이 부분에 대해 고려해 주길 바란다"고 했고, 김 청장은 "집회를 하고자 하는 의도를 분명히 보인 사람들을 선별적으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서영교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이 8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시작을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0.08. photo@newsis.com
김 청장은 "국민의 생명, 건강을 지키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판단했고 주민·상인 불편이 있었던 점, 검문 과정에서 잘못된 점이 있다면 개선해 한글날 집회에 대비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또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단이 나왔던 2009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집회 당시 설치한 차벽에 대해서는 "차벽 자체가 위헌이 아니고 비례원칙, 필요최소의 원칙을 위반해 위헌 결정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어 "저희는 누구든 통행은 할 수 있게 하고 불법집회를 하려던 사람만 차단했다"면서 개천절 집회 대응의 적법성 등을 강조했다.

김 청장은 한글날 집회 대응과 관련해서도 개천절 수준과 유사한 대응 기조를 시사했다. 그는 "차벽과 폴리스라인 등 불법집회를 사전에 제지할 수 있는 방안은 개천절 집회와 유사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김창룡 경찰청장이 8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0.10.08. photo@newsis.com
다만 "그때보다 집회 참가를 하겠다는 사람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집회 신고 단체,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참가하겠다고 얘기하는 공개된 사안만을 갖고 판단해도 개천절보다는 늘어나는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불법집회를 개최하겠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고 감염병 확산 위험이 명백히 존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불가피하게 시민 불편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차벽, 폴리스라인 등 차단 방지 조치를 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반면 여당 위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의 집회 대응을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향후 집회에도 엄격한 대처를 주문했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위원은 "내일 집회가 또 있는데 법과 원칙에 따라 국민 안전권과 생명권을 보장한다는 사명으로 코로나 일선에서 역할해 주길 당부한다"고 했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김창룡 경찰청장이 8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0.08. photo@newsis.com
같은 당 이형석 위원은 "소명감을 가지고 단호하게 대처해 달라"고 했고, 김민철 위원은 "표현의 자유가 소중해도 국민이 치러야 할 대가가 크면 일단 멈춰야 한다. 더욱 힘써 달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정애 위원은 "일반시민들이 광화문을 지나다가 불심검문을 했단 사례가 있다고 들었다"며 "우리 국민들은 아픈 그와 관련 아픈 기억들이 있는데 지양해야할 것"이라는 당부를 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경찰 개혁 방향성과 진행 경과 등에 대한 언급도 다수 오르내렸다. 수사권 구조 조정 이후 경찰 권한 비대화 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 위원도 있었다.

아울러 자치경찰제 도입과 관련 지난 2017년 이후 추진되던 이원화 구조가 최근 일원화 구조로 선회한 배경에 '청와대' 차원의 일방적 요구가 있었던 것 아닌지에 대한 추궁이 나오기도 했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김창룡 경찰청장이 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위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0.08. photo@newsis.com
형·수사는 물론 경비·생안·보안 분야까지 포괄하는 방향으로 도입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국가수사본부(국수본) 권한에 대한 견제 필요성도 거론됐다.

민주당 김민철 위원은 3년 단임 개방직으로 제안된 국수본부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도입 등 중립성 검증 절차 필요성을 질의했고, 김 청장은 "입법적으로 국회 논의를 통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아울러 보안수사 이관 문제에 대해 김 청장은 "비밀정보 기관에서는 수사하지 않는 원칙이 전 세계 공통이다"라며 "해소할 방법은 정부·수사기관 협의체를 구성해 공유하고 활용하는 시스템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찰도 해외 정보나 과학수사 휴민트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 역량은 떨어진다"며 "내부적으로 관리하면서 외부적으로는 공식적 정부협의체를 구축해 연계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정보경찰 개혁에 관해 김 청장은 "정보활동의 총량이 감소하는 방향은 국가운영 등 공공질서 유지를 위해 필요한 부분에 공백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면서 "국민안전, 국가안전을 위한 활동은 유지,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국감은 여야 위원 간 큰 충돌이나 의견 대립 없이 대체로 원만한 분위기 속에 이뤄졌다. 이외 아동성범죄로 복역 중인 조두순 관련 대응,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생활기록부 유출 의혹 수사 등에 관한 질의가 있었다.

한편 행안위는 15일 서울경찰청, 16일 경기북부·남부경찰청, 19일 세종·대전·강원경찰청, 20일 경북·충북경찰청, 22일 울산·광주경찰청, 23일 제주경찰청에 대한 국감을 진행한다. 26일엔 경찰청을 포함한 종합감사가 예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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