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있는 고교생 딸, 왜 이탈리아에 남았나
"장애 불편해 동반 포기"…"딸 설득 못 했을 수도"
부모 잠적 나흘 만에 감행한 평양행, 자의였을까
"부모 증오해 귀국 희망" vs "강제 북송, 인권 침해"
조성길 부인 "딸 있는 북한으로 보내달라" 호소
조 전 대사대리 부부가 2018년 11월10일부터 잠적했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부터 이탈리아 현지 인사와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 공사(현 국민의힘 의원)는 이들의 자녀가 이탈리아에 함께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이탈리아 외교부가 이듬해 2월 성명을 내고 "북측이 작년 12월5일 통지문을 보내와 조 전 대사대리와 그의 아내가 11월10일에 대사관을 떠났고, 그의 딸은 11월14일에 북한으로 돌아갔다"고 밝히면서 여러 의구심이 제기되기 시작됐다.
우선 부부가 딸을 왜 이탈리아에 두고 왔을까다. 망명 사실이 공개되면 딸과 북한에 있는 가족이 추방되거나 수용소에 보내지는 등 처벌이 따를 수밖에 없다. 게다가 당시 딸은 고등학생으로 미성년인데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일각에서는 딸의 장애 때문에 불가피하게 부부만 도주한 것이 아니냐고 추정했다. 친북 인사로 알려진 안토니오 라치 전 상원의원은 현지 언론을 통해 조 전 대사대리가 잠적할 때 불편해질 것을 우려해 장애가 있는 딸을 데려가는 것을 포기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지 언론 라레푸블리카도 지난해 2월22일 조 전 대사대리의 딸이 부모가 서구적 삶에 경도된 언행을 하는 데 대해 불만을 표출해왔고 대사관 직원들과 평양의 가족에게도 이를 전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얘기가 북한 당국의 귀에 들어가 조 전 대사대리에게 귀국 명령이 내려졌다고 매체는 추정했다.
이탈리아에 홀로 남겨진 딸이 자진해서 북한으로 돌아갔는지도 베일에 싸여 있다. 이탈리아 외교부가 성명을 발표한 이후 현지 정치권에서는 파장이 일었다. 이탈리아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이 해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북한 정보기관이 조 전 대사대리의 귀국을 유인하기 위해 딸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데려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부모의 탈북으로 인한 처벌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스스로 본국에 귀환했다는 설명은 그대로 믿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태 전 공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조 전 대사대리 딸이 북한에 의해 '압송'됐다고 밝혔다. 여러 탈북 인사들도 "본인 의사에 반해 끌고 갔다"며 인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조 전 대사대리는 지난해 7월 입국했지만 북한에 가족이 있어 한국행이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고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한 바 있다. 반면 조 전 대사대리의 부인은 딸이 있는 북한으로 보내달라며 국내 입국 사실을 언론에 제보했고, 한국 귀순 사실이 1년3개월 만에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조 전 대사대리의 부인은 망명 과정에서도 한국행을 원치 않았다고 했다. 한국으로 온 것이 알려질 경우 딸의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딸의 안위를 걱정했다면 계속 탈북 사실을 숨겨야했던 게 아니냐는 반론도 제기된다.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은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통일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언론에 공개되면 딸의 안위에 당장 급박한 위험이 닥치는 상황에서 어느 어머니가 언론사와 이야기해서 그런 사실을 공개했을까. 정말 이치에 닿지 않는다"고 의문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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