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사치품 구입 경로 아는 고위급 외교관
10일 당 창건 75주년 기념일 앞두고 악재 돌출
공무원 피살 사건 등 겹쳐 남북관계 경색 상황
한국행 1년 3개월 전 일, 영향 없으리란 관측도
"김정은 입장서 이 문제 부각은 이미지만 손상"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등에 따르면 2018년 11월 로마에서 잠적했던 조 전 대사대리가 지난해 7월 국내로 입국해 정착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잠적 당시 한국행 가능성이 거론됐던 조 전 대사대리의 행방이 2년 만에 최종 확인된 것이다.
조 전 대사대리는 출신 성분부터 눈길을 끈다. 아버지와 장인이 모두 북한에서 대사를 지내는 등 엘리트 외교관 집안 출신이다. 본인도 엘리트 외교관을 배출한 평양외국어대를 졸업했다.
2011년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뒤 북한 대사급 외교관의 망명은 조 전 대사대리가 처음이다. 1997년 망명한 황장엽 대남비서 이후 북한 최고위급의 한국행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남북 관계에도 적잖은 영향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조 전 대사대리는 업무 특성상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이른바 백두혈통의 사치품 구입망 등을 알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던 인물이다. 북한 지도부로서는 조 전 대사대리의 한국행이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북한 조선중앙통신 등 주요 매체는 아직 조 전 대사대리 귀순 사실에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 매체들은 오는 10일 당 창건 75주년 기념행사를 선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당 창건 75주년 기념행사란 대규모 축제를 앞두고 고위 외교관의 귀순이 공개된 점은 북한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이 때문에 북한이 조 전 대사대리의 개인 비리나 우리 정부의 협박, 납치 등을 운운하며 남북관계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사살 사건 등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이번 귀순 사실 공개가 또 다른 악재가 될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남북관계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조 전 대사대리의 한국행이 이미 1년 3개월 전 일이고, 우리 정부가 이번에 귀순을 의도적으로 공개한 상황도 아니어서 북한이 이를 트집 잡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남북 관계에 별 영향을 안 미칠 거라고 본다"며 "(귀순 후) 1년 이상 지났고, 조 전 대사대리는 지금까지 태영호 의원처럼 활동하지도 않았다. 지금 상황에서 이 문제를 부각시키는 것은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 자신의 이미지를 손상시키는 것"이라고 짚었다.
양 교수는 "조성길이 태영호처럼 하면 다른 죄를 들씌워서 강제송환 해달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상황이 아니다. 정부가 의도적으로 공개한 것도 아니고 우연히 공개됐다"며 "남북관계에 크게 영향을 안 미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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