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주 눈치 안보니 산재신청 '쑥'…작년 14만 넘어 '역대 최대'

기사등록 2020/10/03 08:00:00

작년 산재 신청 14만7600여건…2018년 이어 최대 기록

사업주 확인제 폐지 등 영향으로 신청 건수 큰 폭 늘어

업무상 질병 인정률도 64% 기록…정신 질병 크게 증가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28일 오전 제20회 산재노동자의 날 추모제가 열린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 산업재해희생자위령탑에서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및 전국산재노동자총연맹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04.28.  amin2@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지난해 산업재해 신청 건수가 14만건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산재 신청 과정에서 사업주에게 경위를 설명하는 확인제 폐지 등의 영향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3일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산재 신청 건수는 총 14만7678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8년 13만8576건 이후 또다시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것이다.

산재 신청 건수는 2009년부터 11만~12만건 사이를 유지하다 지난 2018년 13만건대로 크게 늘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산재 신청 건수는 11만6580건→11만3394건→11만4167건→11만3858건→11만3716건을 기록했다.

근로복지공단 측은 올해 산재 신청 역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8월까지 집계된 산재 신청 건수는 9만3678건으로 전년(9만6228건)과 비슷한 규모다.

이는 사업주 확인제도 폐지, 출퇴근 산재 인정 등 제도 개선에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산재를 신청하려면 사업주에게 재해 경위에 대한 사실 확인을 받아야 했다. 이는 의무는 아니었지만 사업주 확인을 받지 못한 경우 날인거부 확인서 등을 통해 사유를 적어 제출해야 했다.

그러나 2018년 1월 관련 제도가 폐지되면서 근로자의 부담이 크게 줄며 신청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2018년 1월부터 산재 인정 기준이 출퇴근 사고로 확대되고, 보험 적용 사업장이 전 사업장으로 확대된 부분 역시 신청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사업주 확인제도가 기존에도 의무는 아니었지만 신청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산재를 신청하려는 근로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있었으나 관련 제도가 폐지되며 전반적으로 신청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무상 질병 인정률도 지난해 64.6%로 종전 최대 기록인 2018년(63.0%)을 뛰어넘었다.

업무상 질병 인정률은 2008년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출범 이후 2009년부터 30~40%대를 오가다 2017년 52.9%를 기록하면서 증가하고 있다.

산재 판정 과정에서 작업(노출) 기간, 노출량 등에 대한 인정 기준을 충족할 경우 반증이 없다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는 등 추정의 원칙 적용 강화 등에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업무상 질병 중에서도 정신질병 관련 산재 인정률이 큰 폭으로 늘었다.

정신질병 인정률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30.7%→41.4%→55.9%→73.5%를 기록했다. 지난해는 69.2%로 소폭 낮아졌지만 2015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업무상 질병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뇌심혈관계질병은 2015년 23.5%에서 2019년 41.1%로, 근골격계질병은 같은 기간 54.1%에서 71.9%로 각각 늘었다.

산재보험 수혜대상 및 범위 확대로 인해 산재 신청은 향후에도 지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올해 7월부터 보험설계사 등 특수형태근로 종사자(특고) 9개 직종에 더해 방문판매원, 화물기사 등 5개 직종에 대한 산재 가입을 허용했다.

근로자가 없는 사업주의 경우 기존에는 12개 업종에 한정해 산재보험 가입을 허용했으나 올해부터 모든 업종으로 확대했으며, 근로자가 있는 사업주에 대해서는 산재보험 가입 요건을 근로자 50명 미만 고용에서 300명 미만으로 늘려 문턱을 낮췄다.

근로복지공단은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시스템 구축을 통해 산재 신청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상시적으로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 개선을 추진하는 한편 민원 등을 통한 산재 신청 서식 간소화 등도 검토 중이다. 업무상 질병 인정까지 약 160여일이 걸리는 기간 단축을 위한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현재 업무상 질병 인정까지 걸리는 기간 단축을 위해 신청 진행 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모바일 앱을 개발하고 있으며 향후에도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 원활한 산재 신청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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