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봉한 감독 "국제수사, 누아르 범죄극 아닌 아재들 소동극"

기사등록 2020/09/29 14:36:39

'행오버'에서 영감…촬영~개봉까지 3년

"곽도원의 힘, 사람 냄새나는 연기"

코로나로 잇단 연기…"진퇴양난 상황"

[서울=뉴시스]김봉한 감독. (사진=(주)쇼박스 제공) 2020.09.2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아재들의 좌충우돌 유쾌한 소동극을 그리고 싶었어요."

29일 개봉한 영화 '국제수사'의 김봉한 감독은 멋있는 누아르 범죄극보다는 아재 느낌 물씬나는 소동극을 담고자 했다고 밝혔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 감독은 "대놓고 과장하는 것보다 상황을 비틀어서 웃겨보고자 했다"며 "캐릭터들도 완벽하다기보다 허당스럽고 모자라 보이게 했다"고 설명했다.

'국제수사'는 난생 처음 떠난 해외여행에서 글로벌 범죄에 휘말린 촌구석 형사의 현지 수사극이다.

촌구석 강력팀 형사 '병수'(곽도원)는 인생 첫 해외여행인 필리핀에서 웬수 같은 친구 '용배'(김상호)와 관련된 사건에 휘말린다. 이로 인해 범죄 조직 킬러 '패트릭'(김희원)이 설계한 이른바 '셋업 범죄'로 누명을 쓰고, 이를 벗기 위해 '병수'는 고향 후배 '만철'(김대명)과 고군분투한다.

영화에는 곽도원, 김희원, 김대명, 김상호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특히 곽도원은 본격적인 첫 코미디 도전으로, 현지에서 뛰고 구르는 짠내나는 액션을 보여준다.

김 감독은 "곽도원 배우는 사람 냄새나는 연기를 한다"며 "영화 속 캐릭터는 판타지이지만, 그 이야기들을 (현실처럼) 바닥으로 내려올 수 있게 하는 힘이 있다"고 신뢰를 드러냈다.

이번 영화에서 허당스러운 악역을 선보인 김희원은 사실 여린 사람이라고 김 감독은 전했다. "캐스팅이 벌써 3년 전인데, 그 사이에 예능도 하고 이미지가 바뀌었다"며 "작품에 피해 끼치는 걸 싫어한다. 당시엔 지금 하는 영화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다며 영화 '아저씨'의 방탄유리 이야기를 꺼내는 것도 싫어했다"고 떠올렸다.
[서울=뉴시스]영화 '국제수사' 스틸. (사진=㈜쇼박스 제공) 2020.09.28. photo@newsis.com
김대명은 현장에서 준비를 많이 하는 배우라고 극찬했다. 김 감독은 "워낙 잘하니까 그전부터 일해보고 싶었다. 모든 걸 잘 받아들이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애드리브까지도 계산하는 정확한 친구"라며 "따로 할 얘기가 없었다. 당시 발바닥 염증이 있었는데 뛰느라 고생했다"고 말했다.

김상호 역시 신뢰가 있었다. 김상호는 김 감독의 전작 '보통사람'으로 이미 호흡을 맞춰 두말할 여지가 없었다. 극 중에는 '보통사람' 인연으로 출연한 손현주와 조재윤 등 특별출연도 눈에 띈다.

영화는 필리핀 바다 속에 묻혀있다는 소문의 금괴를 두고 사건이 벌어진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패전 직전 필리핀 바다에 숨겨뒀다는 이른바 '야마시타 골드' 이야기다.

"가상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일본군들이 1경 정도의 금을 필리핀 바다 어딘가에 묻고 갔다는 이야기가 있죠. 책을 읽고 영화로 해보면 재미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금은 제 또래나 아재들에게 로또 같은 판타지 느낌이 있잖아요. 우정과 돈 사이의 미묘한 감정을 보여주고 싶었죠. 끝까지 신뢰를 지키면 행운이 찾아오지 않을까 했어요."

술을 마신 후 벌어지는 친구들의 사건사고를 다룬 코미디 영화 '행오버'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김 감독. 한탕을 꿈꾸는 이들, 그 속에 고향 친구들의 우정 이야기가 담겼다.

"20대 때는 친구만 있으면 된다고 하는데, 70대가 똑같은 말을 하더라고요. 친구도 가족도 못 믿는 시대에 누군가를 믿고 자신을 희생할 수 있을까. '병수' 캐릭터는 그런 부분이 판타지인 거죠.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국제수사'는 80%를 필리핀에서 촬영했다. 예산은 많지 않았지만, 로케를 결정했고 한 달 반 가량 현지에서 촬영했다. 이 기간에 계속된 24개의 태풍으로 폭우와 폭염 속에 배우들과 스태프들 고생도 만만치 않았다.
[서울=뉴시스]김봉한 감독. (사진=(주)쇼박스 제공) 2020.09.29. photo@newsis.com
"영화에 비 내리는 장면은 없는데, 사실 저희가 가 있는 동안 80% 정도 비가 왔어요. 섬나라다 보니 날씨가 시시각각 변해 아침마다 늘 확인했죠. 비도 엄청 맞았어요. 해외라서 장소 섭외가 힘든데 열악한 상황에 난관이 많았죠. 현장에서 한국 스태프 없이 찍기도 하고, 배우들이 연출부나 제작부처럼 일하기도 했어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개봉이 여러 번 연기되면서 우여곡절도 겪었다. 지난 3월 개봉을 준비했다가 코로나19로 일정이 미뤄졌다. 지난달에는 개봉 직전 광복절 집회 및 수도권 교회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다시 연기됐다.

그러다보니 지난 2018년 촬영부터 개봉까지 걸린 시간만 어느새 3년이었다. "개봉 전에는 빨리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시국이 시국이라 진퇴양난 상황이에요. 준비부터 촬영 과정까지 쉽지 않았는데 개봉도 계속 밀려서 힘들었죠. 더군다나 (코로나19로) 극장을 찾는 관객 수가 줄어서 걱정이에요."

개봉을 앞두고는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했다. "많은 영화를 한 건 아니지만, 이번 영화처럼 힘들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직업을 바꿔야 하나 고민도 했죠.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이 강해 보여도 상처도 잘 받고 예민해지더라고요. (의도와 상관없이 여러 평가를 받다보니) 사실 발가벗은 느낌이죠."

김 감독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개봉한 만큼 온 가족이 편안하게 봐달라고 전했다. "가족, 친구, 연인끼리 편하게 와서 가볍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영화에요. 황금 연휴에 영화를 보고 '병수'처럼 황금 기운을 받으셨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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