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인우 연출...첫 유료 온라인 공연
스트리밍 25~26일 두 차례 진행
2500원짜리 관람권을 구입해야
지난 23일 언론 시사회를 통해 먼저 공개된 국립극단의 유료 온라인극장 개막작인 '불꽃놀이'(작 김민정·연출 남인우)가 시작되자마자 그 의식에 동참했다.
영상 속 초반에 배우들이 블랙박스 형태의 소극장 판에 앉은 소수의 관객 주변을 돌면서 "아아에헤- 에=헤에에-에에 아헤- 모시랴오"라고 노래했다.
"모시랴오"는 황해도굿 등에서 영매를 모셔오기 위해 사용하는 주문. '불꽃놀이'가 불러 온 이들은 희수의 죽은 친구들이다.
희수는 스무살 무렵, 동네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나 함께 논다. 노래방에서 god의 '거짓말', 그룹 '빅뱅'이 이문세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붉은 노을'을 부르며 들뜬 이들은 바닷가 근처에서 불꽃놀이를 한다. 친구들은 먼저 차를 타고 떠나고, 희수는 불꽃놀이 흔적을 치우기 위해 홀로 남는다.
그런데 이 무리 중 세영만 남고, 나머지 친구들은 사고로 삶의 흔적을 지웠다. 세영은 혼수상태에 빠져 있다. 이후 희수는 죽음의 그림자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살아간다.
'불꽃놀이' 공연은 통째로 일종의 굿이다. 희수 앞에 망자들을 불러와 죽음의 경계를 없애고 삶을 마주하게 만든다. 죽은 사람의 넋을 달래어 위로하기 위한 굿인 '진혼굿' 같은 작품이다.
혼수 상태의 세영은 우주 속을 유영한다고 느낀다. 그곳에서 '웜홀'을 접한다. 웜홀은 우주에서 먼 거리를 가로질러 지름길로 여행할 수 있다고 하는 가설적 통로. 그건 삶과 죽음의 길까지 아우른다.
이처럼 '불꽃놀이'는 비극의 무게를 덜어내고, 죽음과 화해를 하게 만든다. 평생 출소가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던 죽음이라는 감옥의 집에서 나와 끝내 살아가게 만든다.
지난 6월 촬영한 것을 토대로 편집한 온라인 공연은 남인우 연출이 "연극만이 가지고 있는 공감각적 감각을 어떻게 재현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묻어난다. 무대 곳곳을 누비는 전지적 관점에 가까운 카메라 워킹이 예다.
불꽃놀이를 표현한 영상과 조명의 혼합 장면이 온라인을 통해서는 실감나지 않지만, 영상 속 공연장은 우주처럼 보여 아쉬움을 덜어낸다.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는 연극이라 기기에 따라 대사가 잘 들리지 않을 수도 있는데, 자막을 보이게 설정할 수 있는 기능으로 편의를 더했다.
이성열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작품 내용도 일종의 진혼굿이기는 하지만 코로나19로 공연 자체가 죽은 이 때에 대면하지 못하는 대신 온라인으로도 공연을 불러낸, 형식적으로도 초혼(招魂·혼을 다시 불러 들여 죽은 사람을 살려내려는 소망을 의식화한 것)과 같다"고 말했다.
우리 삶에서 굿은 개인의 서사를 기억하는 동시에 공동체가 함께 위로를 받는 행위였다. 남 연출은 "다른 집이 굿을 할 때 지켜보면서 같이 울어주는 것이 예"라고 했다. 지금은 저마다의 집에서 노트북 또는 스마트폰을 보면서 그 행위를 이어간다. 온라인 '신당(神堂)'을 차리고 각자의 영상 앞에서 모두가 제사장이 돼 같이 위로의 노래를 부른다.
정식 스트리밍은 25일 오후 7시30분, 26일 오후 3시 두 차례 진행한다. 2500원짜리 관람권을 구입해야 한다. 3~4만원에 달하는 유료 뮤지컬 관람권에 비해 크게 저렴하다. 공연 장르 중 가장 덜 상업적인 연극의 유료 온라인 공연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공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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