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통일장관 9명 만난 이인영 "꼴찌는 면하도록 최선"

기사등록 2020/09/17 20:38:00

이인영 "통일로 가는 노둣돌 놓겠다" 거듭 강조

이홍구 "여러 가지 변수, 한반도에 변화 가능성"

정세현 "내년 北 식량 부족…지원 계획 세워야"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이인영(가운데) 통일부 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전직 통일부장관 초청 간담회에서 참석한 전직 장관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2020.09.17.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지현 기자 =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17일 "머지않은 시간에 남과 북 간에 합의가 조속히 이행되길 바라고, 정권의 변동 없이 남북 사이에 맺어진 합의와 약속들이 지켜지고 꾸준히 발전돼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전직 통일부 장관 9명과 만찬간담회를 갖고 "요즘 제가 고민하는 것들 중 하나는 지속가능한 남북관계, 일관성 있는 대북정책"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장관은 "지난 1989년에 이홍구 전 총리께서 여야 합의를 통해서 통일 방안의 기틀을 놓으신 지도 벌써 30년의 세월이 지나가고 있고, 그 본류는 오늘날까지도 계속 지속되고 있다"며 "다만 한국과 미국의 정권이 바뀜에 따라서 우리가 원하지 않는 경우에도 대북 정책의 기조 또한 그 때 그 때 변하고, 때로는 급격히 변해왔던 것도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북한에 대한 인식, 통일 방법론의 차이가 아직도 세대와 지역과 이념의 갈등과 중첩돼서 우리 사회의 갈등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모습도 남아있다"며 "그래서 통일로 가는 노둣돌을, 평화를 그 노둣돌 놓아야 한다는 생각을 더더욱 많이 하고 있다. 이 평화는 단지 감상적인 것이 아니라 비핵화, 남북관계, 평화체제를 견인하는 강력한 평화이고 임동원 전 장관께서 말씀한 것처럼 '피스 키핑'과 '피스 메이킹'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힘 있는 평화"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전직 통일부장관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09.17. photo@newsis.com
이 장관은 나아가 "남과 북이 평화를 선점해서 평화공동체를 형성해 나간다면 동북아의 평화 경쟁으로 확대돼서 한반도 분단을 둘러싼 미중간 갈등도 적대적 관계에서 비적대적 관계로, 가치의 대립에서 가치의 공존으로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본다"며 "이런 맥락에서 한미 동맹도 동북아 지역의 평화를 주도하는 평화 동맹으로 더 발전하고 진화해가야한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공동의 가치 추구에 기반해서 평화 동맹으로 더 나아갈 때 삼위일체 가치 동맹을 완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단 한 순간도 쉬운 적이 없었던 남북관계였기 때문에 단숨에 큰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결코 레토릭이 아니라 실제로 조바심내지 않고 작은 접근을 통해서 협력의 공간들을 확대해나가려는 단단한 마음으로 임해왔다"며 "취임 후 첫 출근길에 통일부 장관 중에 최고는 아니더라도 두 번째로 잘 하는 장관이 되겠다는 포부를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오늘 이렇게 선배 장관들을 만나니까 말을 다시 바꿔야 할 것 같다. 꼴찌는 면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노태우 정부 시절 통일부의 전신 국토통일원 장관을 지낸 이홍구 전 총리는 "공직이 그렇고, 특히 통일부 장관은 본인이 어떻게 하는 것보다도 국내외 정세에 의해서 얼마나 활동하고 어떤 결과를 가져오느냐 하는 것이 결정되는 것 같다"며 이 장관을 격려했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17일 오후 서울 중구 더플라자에서 열린 전직 통일부장관 초청 간담회에서 이홍구 전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2020.09.17. photo@newsis.com
이 전 총리는 이어 "상황은 자꾸 변한다. 북한의 정세가 또 어떻게 될지 모르고 미국 선거도 한 달 조금 더 남았는데  그 결과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며 "여러 가지 변수가 한반도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계속 통일부 장관으로서 통일 정책을 일관성 있게 잘 끌고가길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정세현 전 장관은 "지금 북한에서 집과 둑이 무너지고 사람이 다치고 피해를 당했다면 농작물인들 온전하겠나. 금년 농사는 사실 망쳤다고 봐야할 거고 내년 봄부터 당장 식량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리라 보인다"며 "물론 미국 대선 이후 정세를 봐야겠지만 식량 지원은 인도적 차원에서 얼마든지 정당화될 수 있고 국제사회에서도 얼마든지 동참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식량 지원에 대한 계획도 적극적으로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전 장관은 "북쪽에서는 적게 주면 안 받는다고 할 것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40만~50만t씩 (식량을) 제공했던 적이 있었고 비료도 20~30만t씩 제공했다. 두 정부를 계승했다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도 그 정도는 기대하지 않겠나"라며 "처음부터 국민 정서를 무시하고 50만, 40만t을 얘기할 수 없겠지만 그런 여론 눈치만 보지 말고, (여론을) 조성해나가면 식량 문제도 남북간에 다시 화해·협력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노둣돌이 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전직 통일부장관 초청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2020.09.17. 20hwan@newsis.com
이날 간담회에는 역대 정권의 전직 통일부 장관 8명(손재식·이세기·이홍구·강인덕·임동원·박재규·정세현·홍용표)과 현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인 조명균 전 장관이 참석해 남북관계 타개 방안을 모색했다. 김연철 전 장관은 개인 일정이 있어 불참을 알렸으며 조만간 이 장관과 별도의 자리를 가질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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