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 할머니 유족들, 나눔의 집 간호조무사 횡령 혐의 고소

기사등록 2020/09/14 09:19:31 최종수정 2020/09/14 16:15:29

할머니들 의료급여 카드 몰래 수령 의혹

[경기 광주=뉴시스]김병문 기자 =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집 사건 진상조사위원회'과 우용호 나눔의집 시설위원장과의 면담이 열린 24일 오전 경기 광주 나눔의집에 세워진 돌아가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동상이 비를 맞고 있다. 2020.06.24. dadazon@newsis.com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나눔의 집에 있었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유가족들이 시설에 있던 간호조무사를 횡령,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고소당한 간호조무사가 할머니들을 위해 지급된 의료급여 카드를 몰래 수령해 6억원 상당을 썼다는 것이다.

14일 불교계와 나눔의 집 관계자 등에 따르면 위안부 피해 할머니 유가족들은 지난달 19일 나눔의 집 간호조무사 A씨를 경기 광주 경찰서에 고소했다.

유가족 대표인 고(故) 김순덕 할머니의 아들 양한석씨는 "A씨가 평소 친절하고 의료용품을 선물도 자주 해줘서 고마운 존재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조금 전에 어머니에게 카드를 주길래 뭔가 하고 봤더니, 그 카드가 개인에게 지급되는 의료비 카드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운을 뗐다.

양씨는 "개인이 쓸 수 있는 카드를 그 동안 A씨가 갖고 마음대로 사용했다는 걸 알게 돼 정말 화가 났다. 그래서 다른 유가족과 공유하고 운영진에게도 공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유가족들에 따르면 A씨는 나눔의 집 내부고발자 중 한 명이다.

유가족 측은 "A씨는 나눔의 집에서 할머니들에게 의료비가 단 한 푼도 쓰이지 않았다고 고발한 직원 중 한 명인데 의료비지원 카드를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마치 할머니들에게 의료비 지원을 단 한 푼도 사용하지 않은 것처럼 주장하면서 모두를 기만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개인당 연 약 1000만원 상당 지원되는데 이것을 보고나 허락 없이 개인적으로 사용한 사실이 있다. 고액의 영양제를 수시로 사서 동료들에게 나눠주며 할머니들에게 쓰여야 할 돈과 후원물품을 구분 없이 사용했다"며 "이런 행위는 처벌 받아야 된다고 생각해 수사를 의뢰했다"고 보탰다.

고소장에는 A씨가 의료급여 카드로 시중에서 흔히 구할 수 없는 유산균 건강기능식품, 고단백 멀티비타민 등을 구매한 뒤 간병인들과 내부직원들에게 자신의 사비로 사주는 것처럼 나눠줬다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의료급여 카드는 여성가족부에서 발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기준 1인당 1000만원을 쓸 수 있다.

유가족 측은 A씨가 2014년께부터 지난달 18일까지 13명의 입소 어른들의 의료급여카드를 수령한 뒤 상급자인 시설장, 사무국장 등에 보고 및 허락 없이 개인적으로 사용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료급여 카드에 지원된 금액과 인원 수 등을 비춰볼 때 A씨가 수령, 관리한 금액이 약 6억3000만원으로 추정된다고 유가족 측은 전했다.

이들은 "A씨는 자신이 피해자 할머니들의 간호조무사임을 이용해 이러한 내용을 덮으며 범행을 지속해 왔다"고 덧붙였다.

다만 해당 간호조무사의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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