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부모상 휴가' 친가는 이틀, 외가는 0일…인권위 "차별"

기사등록 2020/09/08 12:00:00

장례 유급휴가 외조부모 때 안 주는 회사

가족수당은 장남에게만 지급되는 회사도

"성역할 고정관념과 호주제도 잔재" 평가

[서울=뉴시스] 정윤아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위원회)가 친조부모 사망시와 달리 외조부모 사망시에는 유급 경조사휴가를 부여하지 않는 것은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또 회사가 부모를 모시는 것과 상관없이 장남에게만 가족수당을 지급하는 것도 차별이라고 봤다.

8일 인권위에 따르면 모 운수주식회사에 근무하는 A씨는 회사가 친조부모가 사망한 경우에는 2일 유급휴가를 부여하는 것과 달리 외조부모 사망 시에는 유급휴가를 주지 않는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또 모 공단에 근무하는 B씨는 회사가 부모와 같이 살고 있지 않는 장남인 직원에겐 가족수당을 지급하면서, 정작 부모를 모시고 사는 차남인 직원에겐 가족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진정을 냈다.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외조부모 사망 시 유급휴가를 부여하지 않는 것에 대해 민법에는 모의 혈족과 부의 혈족을 구분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면서 외조부모와 친조부모가 동등한 지위에 있음에도 친조부모 사망 시에만 유급휴가를 부여하는 것은 여전히 부계혈통의 남성 중심으로 장례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념에 근거한 것으로 성역할에 관한 고정관념에 기초한 차별행위로 판단했다.

또 출생순서와 성별에 따라 가족수당 지급을 달리 하는 것은, 호주제도가 폐지되고 가족의 기능이나 가족원의 역할분담에 대한 의식이 현저히 달라졌음에도 여전히 남성인 장남을 부양의무자로 보는 호주제도의 잔재로 평가했다.

이에 인권위는 A씨 회사에 조부모 사망 시 유급휴가를 부여함에 있어 친조부모 사망과 달리 외조부모 사망을 포함하지 않는 관행을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또 B씨 회사에 대해 직계혈족에 대한 가족수당을 지급함에 있어 출생순서 및 성별을 이유로 불리하게 대우하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한편 A씨 회사는 단체협약에서 말하는 '조부모'를 외조부모로 확대 해석해 유급휴가를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다만 계속되는 진정으로 추후 단체교섭시 관련 내용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B씨 회사는 직계존속 부양에 대한 책임과 부담이 대체로 장남에게 치중됐던 사회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로, 노동조합과 협의가 필요한 점 등을 이유로 당장 개선이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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