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축·언택트 시대로 재취업 고민 늘어
'100세 시대' 은퇴…"50년 더 살아야 하는데"
올해 2~5월, '비자발적 실업자' 26만800명
지난해 14만4500명 대비 11만6300명 급증
"자식 뒷바라지로 노후대책 없어…막막해"
"30년 세금냈는데…연금은 200만원 안돼"
"비접촉 활동 익숙해져야…온라인활동 도전"
30년 넘게 몸 담았던 직장에서 지난해 은퇴하면서 '제2의 인생'을 위한 일자리를 찾아나선 A(56)씨는 약 1년 넘는 기간 동안 연거푸 불합격의 고배를 마시고 있다.
A씨는 대학 졸업을 앞둔 자녀가 결혼할 때까지는 안정적인 수입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새로운 직장을 알아보고 있지만, 안 그래도 장년층에게 엄격했던 재취업의 문이 코로나19로 인해 더 좁아졌다고 호소한다.
5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경제가 얼어 붙고 감염 예방을 위해 사람들이 얼굴을 마주하지 않고 일하는 '언택트 시대'가 찾아오면서 은퇴를 했거나 앞두고 있는 베이비부머(55~64세) 세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들은 평균 수명이 늘어난 '100세 시대'를 사는 만큼 첫 직장 이후 제2의 인생을 위한 또 다른 직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부담을 겪는 기업들이 권고사직을 강요해 제대로 된 노후 대책을 준비하지 못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올해 1월을 기점으로, 의사와 상관없이 기존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둬야 했던 베이비부머 세대 인구는 지난해에 비해 약 80% 급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국내에서 코로나19의 본격 확산세가 시작된 올해 2~5월 비자발적 실업을 당한 55~64세 인구는 26만800명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4만4500명보다 11만6300명(80.5%)이 늘어난 수치다.
비자발적 실업이란 '노동할 의사와 능력이 있음에도 일자리가 없어서 생기는 실업'을 뜻한다. 코로나19로 모임이 줄어들고 소비가 감소하면서 경제난을 겪는 기업들은 은퇴를 앞둔 기존 인력들을 당초 계획보다 더 빨리 내보낸다고 한다.
B씨는 "소비를 줄이는 것도 한계가 있어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려고 해도, 특히 한국사회는 나이 많은 사람을 원하지 않는 분위기가 강한 것 같다"며 "은퇴 세대의 고민은 코로나19를 넘어 한국경제와 자녀 교육 등이 얽혀있는 복잡한 문제"라고 했다.
이어 "30년 넘게 직장 생활을 하면서 나라에 낸 세금이 얼만데, 국가에서 연금으로 나오는 돈은 200만원이 채 안 된다"며 "주변을 봐도 연금으로 150만원 이상을 받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이 돈으로 어떻게 아내와 둘이 먹고 살겠느냐"고 토로했다.
온라인상에서도 코로나19 환경 속 노후 대책을 고민하는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 대부분은 '다들 노후대책을 준비한다는데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노후 자금은 얼마나 있어야 하는 것이냐', '몇 살부터 준비해야 하는 것이냐' 등의 근본적인 질문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정보 공유'를 목적으로 개설된 한 인터넷 커뮤니티 회원들은 "코로나19로 인한 비접촉 활동에 익숙해져야 한다"며 "젊은 사람들이 능숙하게 사용하는 컴퓨터 및 스마트폰 등을 통한 온라인 활동에 적극적으로 도전하고 적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커뮤니티 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은퇴한 사람들의 행동 반경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같은 상황 변화에 잘 대처하기 위해 나와 가족 중심의 활동에 집중하고, 온라인 활동 등을 통해 활동 반경을 적극적으로 넓혀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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