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원칙적 법 집행, 강력 대처"…의료계 강력 경고
"집단행동 자제" 촉구에도 휴진…'타협 없다'는 소신 반영
"대화 통한 설득 노력도 병행"…대화 가능성은 열어둔 듯
코로나19 확산 저지를 위해 집단행동을 자제해달라는 요청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끝내 정부와의 협상을 거부한 의료계를 향한 경고의 의미도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대한의사협회(의협) 주도의 집단휴진에 관해 "원칙적인 법 집행을 통해 강력히 대처하라"고 지시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밝혔다.
그러면서 "의료계와의 대화를 통한 설득의 노력도 병행하라"고 함께 주문했다. 종합하면 강경 대응이 우선 원칙이지만 대화 가능성은 열어두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24일 청와대 수석 비서관·보좌관 회의에서 "정부는 국민의 생명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휴진·휴업 등의 위법한 집단적 실력 행사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의료계에 집단휴진을 자제해줄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정부는 최악의 상황을 막고자 이날 새벽까지 의협 측과 마라톤 협상을 벌이고도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의협 측은 정부가 제시한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협의체를 꾸려 논의하자는 타협안에 수용할 뜻을 보였지만,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에서 거부하며 끝내 협상은 결렬됐다.
특정 인기 진료과목으로의 쏠림 현상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단순히 공공의료 확충만을 명분으로 의대 정원을 늘리려는 정부 정책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게 의료계의 문제 인식이다. 의료계 내에서 오래 누적돼왔던 불만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업무 과중 현상과 맞물리면서 폭발했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같은 사태를 바라보고 있는 문 대통령의 시각은 정반대의 대척점에 닿아 있다. 의료계가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코로나19 환자를 볼모로 실력 행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 대변인이 이날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의협의 집단휴진을 가리켜 "2차 총파업"이라고 표현한 것도 의료계를 향한 강한 불신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전공의·의대 교수 등 의료진들의 휴진을 일반 회사에 소속된 근로자가 고용주를 상대로 하는 파업과 동일시 했다는 점에서 청와대의 시각이 반영된 결과로 평가된다.
문 대통령은 이틀 전 "코로나 확산 저지에 국가적 역량을 모아야 할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집단행동은 결코 지지받을 수 없다"며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거나 비판할 수 있지만 합법적인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의료계를 바라보는 문 대통령의 근본적인 인식은 평소 신념으로 지켜오고 있는 원칙론과도 무관치 않다. 타협에는 원칙이 있을 수 있어도, 원칙을 타협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는 게 문 대통령이 지키고 있는 소신이자 신념이다.
이러한 소신은 친구였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보좌하는 과정에서 더욱 굳어졌다. 문 대통령은 롤모델처럼 여기고 있는 노 전 대통령을 가리켜 '원칙의 정치인'으로 표현한다. '현실과 적당히 타협할 줄 모르는 영락없는 원칙주의자였다'고 평가한 대목은 자서전 '운명'에 자세히 담겨 있다.
문 대통령이 나름대로 지켜온 원칙에 대한 소신과 신념은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발간한 문답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에도 녹아 있다. 문 대통령은 "타협하는 것이 정치의 원칙이다. 인생사가 타협 아닌가"라며 "그러나 원칙을 타협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좌우명으로 삼고 있는 '정자정야(政者正也·천하를 바로잡는 것이 정치)'도 궁극적으로는 원칙에 관한 얘기다. "정치란 바른 정책을 행하고, 정의를 따르며, 사사로이 흐르지 않는 것을 분명히 하는 것"이라고 문 대통령은 좌우명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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