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우여곡절 겪은 김광현, 감격의 빅리그 첫 승

기사등록 2020/08/23 13:16:51

한 차례 MLB 진출 무산 겪고 재도전

코로나19로 어려움 겪고 마무리로 빅리그 데뷔전

[세인트루이스=AP/뉴시스]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김광현이 22일(현지시간) 미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메이저리그(MLB) 신시내티 레즈와의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1회 투구하고 있다. 2020.08.23.
[서울=뉴시스] 김희준 기자 =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의 메이저리그 데뷔 첫 승리는 우여곡절 끝에 따낸 것이라 더욱 달콤했다.

김광현은 23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메이저리그(MLB) 신시내티 레즈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 6이닝 3피안타 무실점으로 쾌투를 선보여 팀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이로써 김광현은 메이저리그 세 번째 등판에서 데뷔 첫 승을 따냈다.

지난 7월25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개막전에서 마무리 투수로 등판해 1이닝 2실점(1자책점)을 기록하고 세이브를 수확했던 김광현은 빅리그 첫 선발 등판인 18일 시카고 컵스전에서 투구수 제한 속에 3⅔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지만, 5이닝을 채우지 못해 승리는 따내지 못했다.

김광현은 돌고 돌아 메이저리그 첫 승까지 도달했다.

김광현이 처음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던진 것은 2014년이었다. 김광현은 2014시즌을 마친 뒤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드렸다.

그의 첫 번째 메이저리그 진출 시도는 수포로 돌아갔다.

김광현 영입 의사를 밝힌 구단 가운데 최고 응찰액을 써낸 구단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였는데, 응찰액이 200만달러에 불과했다.

류현진이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당시 LA 다저스가 써낸 응찰액 2573만7737달러33센트에 10분의1 밖에 되지 않는 금액이었다.

기대보다 낮은 금액에도 SK 와이번스는 포스팅을 수용하기로 했고, 김광현은 샌디에이고와 협상에 나섰다. 하지만 김광현은 결국 계약까지 이르지 못했다.

첫 번째 도전에서 좌절을 겪은 김광현은 2016시즌을 마친 뒤 SK와 4년간 85억원에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맺었다. 계약 후에는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도 받았다.

나이가 30대에 들어서고 수술까지 받으면서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진출은 머나먼 이야기가 되는 듯 했다.

하지만 김광현은 어릴적부터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무대를 포기하지 못했다. 그는 2019시즌을 마친 후 다시 빅리그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팔꿈치 수술로 2017시즌을 통째로 쉰 김광현은 2021시즌까지 SK 선수였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해서는 SK의 허락이 필요했다. SK는 고심 끝에 김광현의 미국 진출을 허락했다.

김광현은 지난해 말 세인트루이스와 2년간 최대 1100만달러에 계약하며 '꿈의 무대' 진출을 이뤘다.

보직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으로 떠난 김광현은 5선발 자리를 두고 경쟁했다. 낯선 환경에서도 김광현은 기분좋은 출발을 했다. 그는  2~3월 치른 시범경기에 4차례 등판해 8이닝을 던지며 무실점을 기록,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김광현이 꿈의 무대에 서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미국 내 코로나19가 급속하게 확산하면서 메이저리그는 3월 중순 진행 중이던 시범경기를 전면 중단했다. 3월말로 예정된 정규시즌 개막도 차일피일 미뤄졌다.

코로나19로 인해 선수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한국으로 일시 귀국해 훈련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김광현은 미국에 남아 훈련을 이어가기로 했다.
[시카고=AP/뉴시스]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김광현이 17일(현지시간) 미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리글리 필드에서 열린 2020 미 메이저리그(MLB) 시카고 컵스와의 연속경기 1차전에 선발 등판해 1회 투구하고 있다. 김광현은 3⅔이닝 3피안타(1피홈런) 3볼넷 1탈삼진 1실점 했고 1-1 동점 상황인 4회 말 2사에 교체됐다. 2020.08.18.
가족들과도 떨어진 김광현은 이후 외로움과 싸워야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시설을 닫는 바람에 김광현의 훈련 환경도 녹록치 않았다.

김광현은 3월말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나한테만 불행한 것만 같은 시기"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3월까지 스프링캠프지인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에 머물며 훈련을 이어가던 김광현은 4월부터는 세인트루이스로 이동했다. 다행히 세인트루이스에서는 팀 내 베테랑 투수 애덤 웨인라이트와 파트너를 이뤄 훈련할 수 있었다.

힘든 시기를 이겨내며 빅리그 개막을 기다리던 김광현은 메이저리그 개막이 7월말 결정되면서 드디어 데뷔를 눈앞에 뒀다.

그러나 김광현은 생소한 자리에서 빅리그 데뷔전을 치르게 됐다.

김광현은 서머 캠프에서도 쾌조의 컨디션을 과시했으나 마무리 투수로 낙점됐다.

7월말 개막을 앞두고 세인트루이스 마무리 투수 조던 힉스가 코로나19를 우려해 시즌을 포기했다. 이에 김광현과 5선발 경쟁을 하던 카를로스 마르티네스가 마무리 투수로 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마르티네스는 지난해 마무리 투수로 뛴 경험이 있다.

하지만 세인트루이스는 마르티네스의 선발 의지를 외면하지 못했고, 마르티네스를 5선발로, 김광현을 마무리 투수로 결정했다.

김광현은 7월25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개막전에 마무리 투수로 나섰다. 생소한 위치에서 빅리그 데뷔전을 치른 김광현은 엄청난 긴장감 속에 마운드에 올랐다. 세이브를 수확하기는 했지만 다소 아쉬운 투구를 했다.

데뷔전을 치른 후에도 김광현에게 시련이 이어졌다. 세인트루이스가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보름 동안 경기를 치르지 못한 것. 세인트루이스는 선수 10명을 포함해 총 18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5일까지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이 사이 김광현의 보직은 다시 선발로 변경됐다.

김광현은 18일 시카고 컵스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서 꿈에만 그리던 빅리그 첫 선발 등판에 나섰다.

그는 타격 훈련 때 착용하는 모자를 잘못 쓰고 나올 정도로 긴장감 속에 빅리그 선발 데뷔전을 치렀다.

첫 선발 등판 당시 김광현이 승리까지 노리기에는 다소 어려운 상황이었다. 마이크 실트 세인트루이스 감독은 김광현의 투구수를 60개 안팎으로 정했다. 시즌 도중 마무리 투수에서 선발로 보직을 바꾼데다 휴식기가 워낙 길었던 탓이다.

그럼에도 김광현은 3⅔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면서 기대를 키웠다.

5일 만인 23일 김광현은 홈 구장에서 데뷔 후 두 번째 선발 등판에 나섰다. 긴장감을 내려놓은 김광현은 한층 여유있는 모습을 보이며 쾌투를 선보였다.

자신있게 자신의 공을 던지면서 빼어난 투구를 선보인 김광현은 첫 승의 기쁨까지 누렸다. 우여곡절 끝에, 돌고 돌아 거둔 첫 승이라 김광현에게는 한층 의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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