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도 제 밥그릇 챙기겠다는 의료계…강경 투쟁 명분 있나?

기사등록 2020/08/21 20:33:20

韓 인구 1000명당 의사수, OECD 68% 수준 불과

의료 접근성 최고라고 주장하지만 지역 격차 커

韓 의사, 장시간 근로 고수입…수급 불균형 근거

코로나19 폭증 속 파업투쟁에 비판 여론도 확산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 용산임시회관에서 대국민 담화문 발표를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8.21.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의사들이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을 철회하지 않으면 총파업이라는 강경투쟁을 고수하겠다고 밝히자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환자에 비해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지역별 편차도 심해 의사 증원이 불가피한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의료인력에 공백이 생기면 안되는 위중한 상황에서 의사들이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하다는 판단에서다.

21일 보건 당국에 따르면 의대 정원은 의료계 반발로 인해 지난 15년간 동결됐다. 이로 인해 지역 의료기관에서 근무할 산부인과, 일반외과 등 중증·필수 의료분야 의사와 역학조사, 중증 외상, 감염내과, 소아외과 등 특수·전문분야 의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당국은 보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상황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들과 비교해보면 의료 인력은 많지 않다. 

우리나라의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 수는 한의사를 포함해도 2.3명(의사 1.89명, 한의사 0.4명)에 불과하다. OECD 평균(3.4)의 68% 수준이다.

또 우리나라의 인구 10만명당 의학 계열 졸업자 수는 7.48명으로 OECD 평균(12.6명)에 미치지 못한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와 OECD의 평균이 9명대로 비슷했지만 지속적으로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OECD 국가들은 2000년 이후 의대 입학 정원을 늘려온 반면 우리나라는 줄이거나 유지하는 정책을 펴 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보건복지부는 현재 3058명인 의대 정원을 향후 10년간 매년 400명씩 확대해 4000여명의 의사를 추가 양성할 계획이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의료의 질적인 측면을 고려했을 때 우리나라는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의협은 우리 국민의 1인당 의사 외래진료 횟수는 연간 16.6회로 OECD 평균(7.1회)의 2배가 넘고, 의사 1인당 환자 진료 횟수는 연간 7080회로 OECD 평균(2181회)의 3배가 넘는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의사 수가 적더라도 우리나라의 의료 접근성은 세계 최고라는 설명이다.

또 의협은 우리나라가 각종 건강 지표(기대수명, 영아사망률, 암사망률)에서도 OECD 최상위권의 의료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의사 정원을 무리하게 늘릴 경우 의료 서비스의 질이 오히려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의협 관계자는 "OECD 데이터에 따른 우리나라 의료 서비스에 대한 총평은 가격대비 성능비가 월등하게 좋다는 것"이라며 "OECD 평균보다 의사 수가 많은 이탈리아는 코로나19로 난리가 났다. 이탈리아는 거의 100% 공공의료로 운영되고 있는데 시설도 낙후돼 있고 의사들에 대한 대우도 안 좋아 실력 있는 의사들은 외국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의료계의 주장에는 허점이 존재한다. 의사 1인당 진료 횟수가 다른나라에 비해 월등히 많다는 점은 그만큼 우리나라의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의협의 지난 2018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의사들의 연간 근무 시간은 2415.7시간으로 한국 노동자(2113시간), OECD 노동자(1766시간)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또 복지부가 지난해 발표한 보건의료실태조사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의사들의 월수입은 1342만원으로 근로자 평균 임금의 4.6배 가량 높았다. OECD 국가의 의사 평균 소득은 일반 근로자의 2~3배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의사들이 장시간 일하고 그만큼 수입도 많다는 사실은 의료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의료 서비스의 지역별 격차가 크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서울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3.1명에 달하지만 경북(1.4명), 울산(1.5명), 충남(1.5명), 경남(1.6명), 경기(1.6명) 등은 의사가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환자가 제 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해 사망하는 비율도 높아 격차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며 "특수·전문 분야도 민간에서 자연적으로 수요가 충족되기 어려워 의사 정원 확대를 얘기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정책국장은 "상업진료에 편중되거나 지역별 의료 불균형이 나타나는 문제는 현행 체제 내에서 보정이 불가능하다"며 "다른 선진국들에서도 시장 실패를 보정하기 위한 정책으로 지역의사제나 자치의과대 정책을 시행하고 있고, 실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감염이 폭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계가 '무기한 파업'이라는 극단적인 투쟁 방식을 선택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뒤따른다.

의협은 오는 26~28일 파업이 진행되는 중에도 응급실, 중환자실 등 필수 기능을 유지하고 코로나19 대응에 필요하다면 의사들이 자발적으로 현장에 달려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부터 집단 행동을 시작한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의 경우 진료 과목에 상관 없이 무기한 전면 파업을 강행하기로 했다.

교수 등 대체 인력이 업무를 대신한다고 해도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에서 철수하면 중환자 치료, 입원 환자 관리 업무는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무기한 파업이 현실화되면 병동에서 환자들을 볼 인력이 부족해 신규 입원은 중단될 수도 있다"며 "지난주 교회와 집회 때문에 환자들이 늘었다면 이번주 주말이 가장 큰 위기가 된다. 음압병실에도 전공의들이 투입돼야 하는데 (환자 폭증이) 현실화 되면 대책이 없다"고 우려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총괄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의과대학 정원 확대, 공공의대의 신설은 정부와 의사단체 간에 논의할 의료 제도에 관한 사항으로 이 문제 때문에 직접 관련도 없고 책임도 없는 환자들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h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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