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회담, 오찬 협의 진행
시진핑 방한, 코로나19 협력, 한반도 현안 논의
싱가포르 이어 韓 방문…미중 갈등 속 우군 확보
양 위원은 지난 20일부터 이틀간 싱가포르를 방문한 후 전세기를 타고 이날 오후 부산 김해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외교 책사'로 통하는 양 위원의 방한은 지난 2018년 7월 이후 2년 만이다. 당시 양 위원은 비공개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만나 사드 배치에 따른 경제 보복 해제 논의,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방한은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양 위원은 오는 22일 오전 부산 시내 호텔에서 서 실장과 회담을 진행한 후 오찬 협의를 갖고, 한·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협력을 위한 고위급 교역 등 양자 관계 현안, 국제 정세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한중 고위급 인사의 만남이 이뤄지는 만큼 양국 관계 발전에 상당한 의미를 가질 것으로 풀이된다. 한중은 지난 2월, 5월 정상통화 등을 진행한 데 이어 최근에는 대면 외교를 재개하며 활발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이성호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은 이달 초 제24차 한·중 경제공동위 참석을 위해 중국 칭다오를 방문했다.
특히 한중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문제를 긴밀히 조율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지난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로 악화됐던 한중 관계의 정상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시 주석의 방한이 성사되면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7월 이후 6년 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시 주석 방한 문제도 주요 의제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그간 양국은 시진핑 방한이 코로나 안정돼 여건 갖춰지는대로 적절한 시기에 성사되는 것으로 협의해왔다"고 밝혔다.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양 위원은 전날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만나 "중국은 싱가포르와 아세안 회원국과 전략적 신뢰, 실무적 협력을 강화하려 한다"며 "경제 세계화와 국제사회의 공평과 정의를 수호하며 지역과 세계의 평화, 안정, 발전, 번영을 위해 새로운 공헌을 하려 한다"고 밝혔다.
싱가포르와 한국은 미국과 밀접한 관계이면서도 중국과 교류가 활발한 국가라는 공통점이 있다.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진영 국가들이 결집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이 '약한 고리'로 여기고 적극적으로 설득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코로나19 방역 협력, 북한 문제에 대한 인도주의적 접근 등 한중간 협력 요인을 주로 논할 것으로 보인다"며 "주로 협력 문제를 많이 논의하겠지만 지금 중국 외교의 최대 관심사는 미중 관계이므로 양 위원 역시 한중 관계를 논하면서도 결국 미중 관계의 틀에서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대만·홍콩·신장 문제가 중국의 주권이자 내정임을 인정하고, 남·동중국해와 화웨이 문제에서 중국 입장 지지 등 한국의 '3불(不) 입장 표명'을 공식 문서로 합의하자는 제안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한국 역시 미중간 민감한 현안에 대해 중국이 원하는 수준의 답을 주기 쉽지 않은 만큼 시 주석의 방한 성사 여부도 확실치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미국이 주도하는 반중(反中) 경제블록 구상인 경제협력네트워크(EPN) 참여에 대한 우려와 한미가 채택한 '2020년 개정 미사일지침'에 대한 항의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와 남북 관계 개선 등 한반도 현안도 주요 의제다. 북한이 지난 6월 대북 전단을 문제 삼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남북 관계 단절을 선언했지만 정부는 남북 교류·협력사업을 통한 관계 복원 의지가 뚜렷하다. 북미 협상 역시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장기 교착 상태에 빠져 있어 새로운 접근법이 제시될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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