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당했는데 "불륜이래" 소문…2차피해 호소 늘었다

기사등록 2020/08/20 12:00:00

인권위, 성희롱 시정권고 사례집 발간

갑자기 차량에 탄 뒤 껴안고 입맞춤

사건 이후 동료 직원들 사이에서 소문

인권위 "또다른 가해행위로 인식 못해"

[서울=뉴시스] 박민기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2018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시정 권고한 성희롱 사례 34건이 담긴 '성희롱 시정 권고 사례집(제9집)'을 발간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날 인권위에 따르면 최근 성희롱 진정 사건들은 피해자가 성희롱 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부정적 반응이나 여론이 일고,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 등에 노출되는 '2차 피해'를 호소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지방직 공무원인 A씨의 경우 회식 후 귀가를 위해 차 안에서 대리기사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피진정인이 갑자기 차량에 같이 탄 뒤 A씨를 껴안고 입을 맞추는 등 추행했다며 진정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이후 A씨는 다른 직원들 사이에서 "둘이 서로 좋아하는 관계였는데 이제 와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한다", "A씨가 바람이 나서 남편이 힘들어 한다더라" 등의 소문이 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인권위는 "대부분의 동료 직원들을 조사했으나 이를 누군가에게 전달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누구에게 들었는지는 아무도 밝히지 않았다"며 "성희롱 피해가 불륜으로 둔갑해 소위 말하는 '가십거리'로 취급됐고, 직원들은 이 같은 행위가 또 다른 가해 행위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성희롱의 규제가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 및 인격권 뿐만 아니라 노동권 및 생존권 보장에 있음을 감안할 때, 피해자의 일상 회복을 위해 2차 피해를 예방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 인권위 지적이다.

인권위는 "지난 2007년부터 성희롱 시정 권고 사건에 대한 사례집을 발간해 왔다"며 "이번 9번째 사례집이 성희롱 예방 및 인식 개선에 기여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성희롱 시정 권고 사례집은 인권위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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