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시간 넘게 일시켜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
法 "구체적 인식 못 해도 미필적 고의 있어"
"당연히 과로 요구했던 기존 관행에 경고"
19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김성훈 부장판사는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업주 A(54)씨에게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서울 강남구에서 상시근로자 240명을 고용한 전자상거래업체를 운영하면서 지난 2014년 11월24~28일 동안 직원 B씨에게 52시간을 초과해 일을 시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과로에 시달리던 B씨는 같은해 12월 극단적인 선택을 해 사망했고, 노동 당국은 B씨의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B씨의 연장근로 사실이 증명되지 않았고, A씨도 연장근로를 지시하지 않았다'며 '근로기준법 위반 고의가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김 부장판사는 B씨가 택시로 출근하고 지하철로 퇴근한 교통수단 사용내역 등을 토대로 당시 B씨가 5일 동안 총 64시간20분을 근무했다고 판단했다.
조사 결과 B씨는 11월24일 오전 9시11분에 출근해 다음날 오전 6시50분까지 총 19시간 동안 근무했고, 같은날 오전 9시47분에 출근하는 등 장시간 근무에 시달린 것으로 드러났다.
김 부장판사는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 기본근로시간이 1주에 40시간이고, 1주 12시간 범위 내 근로시간 연장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에 적용되는 근로시간 상한은 52시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 사람이 죽음에 이르게 될 정도의 고통이 있었다면, 그 고통이 무엇이었는지 숙고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B씨의 기존 정신건강상 병력을 일부 고려한다고 할지라도 과중한 업무가 그 원인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기간 B씨 팀의 객관적 업무량이 많았고, 투자유치 준비작업을 하며 업무량이 증가했다"면서 "입사 초기의 B씨에게 야근을 안 할 수 있는 선택권이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B씨 초과근무 부분에 대해 사용자의 지휘·감독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A씨 회사는 중견 회사로서 A씨가 회사 사정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규모인데도 법정 근로시간을 지키기 위한 실효성 있는 구체적 조치를 실행하지 않았다"며 "구체적 인식은 못 해도 공소사실에 대해 미필적 고의는 있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이제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당연히 과로를 요구했던 기존의 근로 관행에 따른 행위에 일정한 경고를 해야 한다"면서 "그러한 측면에서 이 사건 범행에 적절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A씨가 확정적 고의로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됐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며 "이 사건 범행 시점에 A씨가 법정 근로시간을 지키기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는 법의식이 확립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엄한 처벌만이 최선의 길은 아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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