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추경 적극 검토'에 방점…정부는 '재정수단 총동원' 강조
정부, 적자국채 발행 따른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 때문인 듯
당정 '불협화음' 우려에 일단 수용…당내 추경 요구는 계속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적극적인 건의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기존 재정으로도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는 이유로 59년 만의 한 해 네 차례 추경 편성을 보류시키면서다.
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고위 당정청 협의회를 열어 4차 추경 편성과 재난지원금 상향, 특별재난지역 확대 등의 수해 대책을 논의했다.
당정청은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입은 지역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가용한 모든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동원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그 결과 사망과 침수 피해에 대한 재난지원금 2배 상향과 특별재난지역의 조속한 추가 선포 등을 실시키로 했지만 4차 추경 문제에서는 이견을 드러냈다.
모두발언에서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8월 말에서 9월에 태풍이 올 수도 있어서 재난 대비 재원을 좀 더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에 복구비가 어느 정도 들어갈지 빨리 파악해서 예비비 등 가용재원으로 되는 부분은 식속히 집행하되 부족한 것은 재난 대비 추경 편성을 적극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김태년 원내대표도 "재원대책이 중요하니 현재 준비된 예비비나 예산이 충분한지 세심하게 살펴보겠다"며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4차 추경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4차 추경의 적극적인 검토를 요청한 반면 정부는 '재정 수단 총동원'에 방점을 찍으면서도 추경의 필요성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신속한 피해복구를 위해 예비비와 재난재해기금 등 모든 가용한 재정 수단을 동원해 총력 대응하겠다"며 "사망·실종자에 대한 구호금 등 재난지원금도 현실화해 적기에 지원되게 검토하겠다"고 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예비비와 재난재해기금 등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재정 지원이 충분하고 신속하게 이뤄지게 하겠다"며 "특별재난지역을 추가 지정하고 재난지원금을 상향하는 방안 또한 이미 검토돼 있다. 다시 한번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당정청협의에서도 민주당은 추경 편성에 적극적이었지만 정부는 현 재정상황으로도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며 추경 편성에 난색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4차 추경을 편성하려면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한데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편성한 올해 세 차례 추경으로 재정건전성이 이미 크게 악화됐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해에 네 차례 추경을 편성하는 것은 마지막 4차 추경을 편성한 1961년 이후 59년간 전례가 없었다는 부담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 "1차 추경과 3차 추경을 통해 목적예비비를 충분히 확보했다"며 "예비비가 2조6000억원 확보돼 있는 데다가 기존 예산이 상당히 편성돼 있는 게 있다"고 해 4차 추경 편성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강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정부는 중앙정부의 기정예산(旣定豫算)에 예비비를 더하면 '3조원+알파(α)'가 있으며 여기에 지방정부가 재난관리기금과 재난구호기금 등 2조4000억원을 갖고 있어서 여력이 충분하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반면 정부는 현재까지 들어온 피해 접수 규모는 5000억원 가량으로 추산했다. 이는 재난지원금 상향이 반영되지 않은 액수이지만 지난 3차 추경 때도 예비비를 보강했던 만큼 현재까지 상황만 놓고 본다면 예비비가 다 소진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은 적극적으로 (추경 편성을) 하자는 것이었지만 재정당국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며 "홍 부총리는 현재 충분히 이 재난을 할 수 있는 재정 여력이 된다고 확언했다. 적극적으로 대응해도 충분히 재정 여력이 감당 가능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기존 재정으로도 대응 가능하다는 홍 부총리를 비롯한 정부 측 입장이 우선 반영된 셈인데 추경에 적극적이었던 민주당도 당정 간 불협화음 논란을 의식해 일단 추경 보류에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4차 추경 편성의 가능성이 완전히 닫혀진 것은 아니다. 장마가 아직 끝나지 않았고 가을 태풍 피해도 우려되고 있어서다.
강 수석대변인은 "가을 태풍 등 이후 어떤 재난이 있을지 모르고 아직 호우기간이니까 어디까지 피해 범주가 늘어날지는 예측 가능하지 않다"며 "현재로서는 지금까지의 예산으로도 충분히 대응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추경 편성은 추후 판단하겠다는 표현이 제일 정확하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남부지방까지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확대하고 장마 이후 급등 조짐이 보이는 농축산물 가격 안정 등을 위해서는 남은 예비비로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을 맡고 있는 진성준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현재 정부가 확보하고 있는 2조6000억원 정도의 예비비를 수해 피해 복구에 전부 쓸 수는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재정이 충분하지 않다면 추경을 또다시 편성해야만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게 필요하다면 망설이지 말고 신속한 복구와 보상을 위해서 추경도 편성해야 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미래통합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에서도 추경 요구가 계속 나오고 있어서 추후 피해 집계 규모가 얼마나 커지느냐에 따라서 추경 편성 논의가 되살아날 가능성도 남아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phites@newsis.com, hong@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