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계 '온라인 송출' 넘어 '랜선 합주'(비대면 합주) 움직임
지난 4일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은 미네소타 오케스트라와(MNO)의 '랜선 합주'(비대면 합주) 영상 한 편을 공개했다. 4분여 분량으로, 이들은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 제9번 '님로드' 364번을 '함께, 또 따로' 연주했다.
이번 협연은 서울시향이 지난 6월5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무관중 온라인으로 공연한 '오스모 벤스케의 그랑 파르티타'에, 현재 각자 집에서 자가격리 중인 미국 MNO 단원들이 방에서 한 연주를 덧씌워 탄생했다. 무대 위 서울시향의 모습 뒤로 MNO 단원들의 영상을 합성함으로써 이들이 함께 연주하는 듯한 느낌을 더했다.
서울시향 관계자는 "현재 미네소타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서울시향의 벤스케 음악감독은 '브릿지 빌더'의 역할을 하고자 애쓰고 있다. 코로나19로 단절의 세상이 됐다. 국가 간에도 장벽을 쌓고 소통이 적어지고 있지 않나. 단순히 한국 국민간의 소통을 넘어 전 세계인이 소통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다"고 그 취지를 밝혔다.
지난 2~3월부터 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대부분의 공연장이 문을 닫자, 전 세계의 오케스트라와 연주자들은 온라인으로 공연을 쏟아내며 연주를 지속하고 싶은 마음과 관객을 만나고 싶은 목마름을 덜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단순한 온라인 공연을 넘어 서로 다른 공간에서 함께 하나의 하모니를 만들어 내는 '랜선 합주'가 '뉴노멀'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해까지 KBS교향악단을 이끌던 요엘 레비는 지난 4월 10개국의 연주자 17명과 함께 랜선 합주를 선보였다. 이들은 코로나19로 고통을 겪는 세계인을 위해 클래식 버전으로 편곡된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을 연주했다. 지휘자 요엘 레비가 지휘를 녹화한 뒤 그 영상에 맞춰 연주자들이 악기 연주를 녹화해 보냈고, 이 연주를 한데 합쳐 합주가 완성됐다.
이 프로젝트에는 레비의 오랜 한국과의 인연으로 다수의 한국 아티스트들이 참여했다.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가 연주에 참여했고, 가천대 학생 임원빈씨가 편곡을 맡았다. 영상 편집은 영화음악 작곡가 백승범씨가 담당했다.
이들 단원 전원은 구스타브 홀스트의 'jupiter'(주피터)를 각자 또 함께 연주하는 모습으로 어른들의 감동을 샀다. 꿈의오케스트라는 그 인기에 힘입어 지난달 30일 두 번째 협연을 공개했다.
음악계의 이런 시도에 애호가들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의 반응 또한 긍정적이다.
기사를 통해 요엘 레비가 기획한 공연을 봤다는 박영선(33)씨는 "평소 클래식과는 거리가 멀다. 클래식 공연들이 온라인에 공짜로 공개됐다고 해서 봤는데, 사실 좀 지루했다"면서도 "유 레이즈 미 업 공연은 편집을 통해 보는 맛도 있었고, 시간이 짧은 만큼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평소 클래식 음악을 즐겨듣는다는 김모(40)씨는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함께해야 가능한 음악이다. 서울과 미니애폴리스(미국 미네소타주의 최대 도시) 간의 물리적 거리는 상당하지만 음악으로 언어와 시공간을 초월한 프로젝트였다고 생각한다"면서 "음악의 보편적 힘으로 치유받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오케스트라가 새로운 기술과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음악을 들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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