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용 비료와 폭발물 제조에 사용
[서울=뉴시스] 오애리 기자 =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4일(현지시간) 발생한 대폭발의 원인으로 질산 암모늄이 지적되면서, 이것이 어떤 물질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질산 암모늄(ammonium nitrate)은 NH4NO3의 화학식을 가지는 암모니아의 질산으로, 실온에서 백색 결정의 고체이다. 흔히 농업용 고질소 비료 재료로 쓰인다. 하지만 급조폭발물(IED, Improvised explosive device) 제조에도 쓰인다. 질산 암모늄을 이용해 만들었다는 점 때문에 급조폭발물은 '비료 폭탄'으로 불리기도 한다.
질산 암모늄은 매우 대중적인 폭약인 질산암모늄연료유(ANFO, Ammonium Nitrate Fuel Oil)의 핵심 물질이기도 하다. 이 폭약은 질산 암모늄과 경질유를 혼합해 목적에 맞게 폭발감도를 조절해 제조한다. 취급하기가 쉽고 경제적이어서 광산발파용, 건축공사용 등에서 널리 쓰인다.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북미 지역에서 1년간 사용되는 폭발물 270만t의 80%가 ANFO 폭약이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질산 암모늄 폭발사건은 1945년 4월 16일 미국 텍사스주 텍사스시티 항구에서 발생했다. 이른바 '텍사스 대재앙'으로 불릴 정도이다. 프랑스 선사 소유의 컨테이너선 그랜드캠프(Grandcamp)가 적재하고 있던 2300t의 질산 암모늄이 폭발한 것. 이날 새벽 컨테이너 내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발견되자 선원들은 불을 끄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결국 폭발을 막지는 못했다.
엄청난 폭발 강도와 화재로 인해 당시 최대 6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부상자도 약 3500명이 발생했다. 사고 현장으로부터 무려 240km 밖에서 폭발음이 들렸다는 기록도 있다. 그랜드캠프 컨테이너 선 뿐만 아니라 항구에 정박하고 있던 다른 선박들도 파괴되거나 불에 탔다.
심지어 불똥이 인근 정유시설로 튀면서, 몬산토 소유의 화약물질 저장 시설이 폭발해 현장에 있던 234명이 목숨을 잃었고 300여명이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인근 가옥 500여채도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그랜드캠프의 폭발로 인한 경제피해는 당시 액수로 1억달러로 추정된다. 사고 후 피해보상을 둘러싼 소송이 장기간 이어졌고, 1394명의 피해자들은 사고 발생으로부터 10년이 지난 1955년에야 총 1700만달러 규모의 배상을 받을 수 있었다.
하산 디아브 레바논 총리는 4일 베이루트 항구의 창고에 있는 2750t의 질산 암모늄이 폭발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텍사스 대참사 때 질산 암모늄의 양 보다 450t이 더 많다. 따라서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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