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벌]EBS 교재 무단 배포·판매한 학원 강사…처벌은?

기사등록 2020/08/02 09:00:00

EBS 강사용 교재 수강생에게 무단 배포

"독창적 저작물 아니고 고의 없어" 항변

法 "저작권법 보호되는 저작물" 벌금형

"단순 이용 허락받고 배포…저작권침해"

[서울=뉴시스] 옥성구 기자 = 유명 입시학원에서 영어 강사로 일하는 A씨는 2018년 8월 인터넷 강의 사이트에 'EBS 수능특강' 강좌를 개설하고, 강사용 교재 '2019 EBS 주제별(배경지식)' 파일을 강좌 수강생들이 전송받도록 했다.

또 같은해 9월에는 '2019 EBS 주제별(배경지식)' 파일을 발췌해 제본함으로써 교재로 만든 뒤, 이를 수강생 학부모에게 판매하기도 했다.

'2019 EBS 주제별(배경지식)' 교재는 EBS 2019학년도 수능연계교재 수능완성 영어영역 등의 지문을 주제별로 정리하고, 원저작물의 내용에 필요한 내용을 더해 작성된 것이다. A씨는 이를 16만원을 주고 구입했다.

A씨는 이 중에서 '해당 주제별 내용 요약', '각 지문별 주제, 전개도 형식으로 지문 내용 요약정리' 부분만 따로 편집해 인터넷 강의 사이트에 게시한 뒤, 이를 수강생들이 복제하거나 전송받도록 했다.

검찰은 A씨가 온라인에서 파일을 유포하고, 오프라인에서는 교재를 판매함으로써 EBS의 저작재산권을 복제, 전송, 배포하는 방법으로 침해했다고 보고 저작권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A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2019 EBS 주제별(배경지식)' 교재는 EBS 교재 내용을 일부 수정·증감 구성한 것에 불과해 독창적인 저작물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 사건 교재가 저작권법상 보호되는 저작물이라고 해도 EBS로부터 교재를 구매해 이용 허락을 받았으므로 이를 수강생들이 복제·전송받게 한 것 등은 저작권 침해가 아니다"면서 "저작권법 위반 고의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2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3단독 황여진 판사는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우선 '2019 EBS 주제별(배경지식)' 교재가 독창적 저작물인지에 대해 황 판사는 "원저작물에 필요한 내용을 더해 작성된 것으로써, 원저작물을 변형해 작성된 2차적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9 EBS 주제별(배경지식)' 교재가 원저작물 등과 유사한 부분이 있기는 하나, 지문 내용을 파악하기 쉽게 정리한 2차적 저작물로서 새로운 창작성이 충분히 인정돼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는 저작물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는 저작물이 되기 위해서는 창작성이 요구되나, 여기서 말하는 창작성이란 다른 저작자의 기존 작품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하다'고 판시한다.

또 박 판사는 "EBS가 A씨에게 교재의 이용 허락을 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교재에 관한 저작권을 양도받은 것이 아닌 단순한 이용 허락만 받은 A씨가 불특정 다수에게 복제·전송받게 한 것은 EBS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씨의 직업이 영어 강사로서 강사용 교재의 판매 관행에 대해 어느 정도 알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점 등에 비춰보면 A씨에게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저작권 침해에 관한 고의 역시 인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EBS가 교재 판매 당시 작성자란을 변경해 유인물로 배포하는 것을 허락했고 책자형 배포를 따로 금지하지는 않았지만, A씨는 수강생이 아닌 사람에게 교재가 판매돼 저작권 침해가 돼도 어쩔 수 없다는 미필적 인식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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