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부문 효과 강조했지만 군사적 의미 중요
인공위성과 동시에 군사용 미사일 개발 가능
장영근 "주변국 위협에 고체추진체 개발 가능"
류성엽 "비공식적인 ICBM, IRBM 개발 승인"
이춘근 "고체연료로 소형 위성 다수 발사"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2차장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2020년 7월28일 오늘부터 우주발사체에 대한 고체연료 사용 제한을 완전히 해제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인공위성 등 발사체를 개발할 때 액체연료가 아닌 고체연료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고체연료는 보관과 주입시간 등 측면의 장점 때문에 군사용 미사일에 주로 활용된다. 이 때문에 앞으로는 우리나라가 인공위성을 개발한다는 명목으로 사거리가 대폭 늘어난 고체연료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학부 교수는 뉴시스에 "그간 고체로켓 모터는 크게 만들지 말라는 게 미국의 요구였는데 오늘 그것을 풀었다. 위성 발사 용도로는 고체연료 발사체를 어떤 크기로 만들어도 상관없다는 의미"라며 "고체연료 로켓은 한화 1곳에서 만드는데 한화는 민수용과 군사용 로켓을 다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번 발표는 미국의 대중국 전략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미국이 우리나라의 미사일 사거리 규제를 없앰으로써 사실상 중국에 대한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한 셈이라는 것이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오늘 발표는 비공식적인 ICBM·IRBM 개발 승인이나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류 위원은 "미국은 중국에 계속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이 북한 문제에 이렇게 비협조적으로 나온다면 한국과 일본에 채우고 있는 족쇄를 앞으로도 계속 하나씩 풀어줄 것이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며 "사실 미사일 탄두중량 제한이 풀리는 순간에 실제 족쇄는 풀렸는데 이번에는 (중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위한) 절차적 불편함마저 해소해버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역시 "중장기적으로 고체연료 우주발사체는 ICBM이나 마찬가지"라며 "일본의 입실론처럼 우주발사체도 ICBM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고체연료 우주발사체가 본격적으로 개발되면 이는 소형 군사위성 발사에 활용될 수 있다. 고체연료 발사체를 활용하면 저궤도 소형 정찰위성을 다수 발사할 수 있다. 이 경우 국산 정찰위성 5기를 띄운다는 우리 군의 '425사업'에 속력이 붙게 된다.
425사업은 2015~2025년 1조2214억원을 투자해 국방과학연구소 주관으로 정찰위성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개발 대상은 전자광학(EO)·적외선(IR) 위성과 고성능 영상레이더(SAR) 위성이다.
정찰위성이 실전 배치되면 우리 군은 북한 전역을 전천후로 정찰할 수 있다. 정찰위성은 저궤도를 돌며 하루에 여러 차례 북한 상공을 통과하면서 우리 군 지휘부로 정보를 보낸다. 글로벌 호크 등 정찰기는 북한 지역 내부 감시에 제약이 있지만 정찰위성은 큰 제한 없이 북한 전역을 살필 수 있다.
이춘근 위원은 "액체연료 우주발사체는 추력이 크지만 발사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그래서 그것을 대신하는 방편으로 고체연료 발사체를 쓸 수 있다"며 "고체연료는 추력이 작으니 소형위성을 저궤도로 올리는 데 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은 이어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으니 위성이 상공을 통과하는 시간도 짧다. 그러니 떠 있는 위성 숫자가 많은 게 북한 미사일 발사 등을 실시간 관찰하는 데 좋다"며 "고체연료 발사체로 저궤도 소형 위성을 여러 개 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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