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유전무죄' 비난에 레드불 3세 뺑소니 뒷북 재조사

기사등록 2020/07/27 23:19:40
【AP/뉴시스】자료사진으로, 2012년 9월3일 태국의 금수저 중 금수저인 보라유스 요오비디아가 경찰관 살인 뺑소니 사건 직후 경찰서로 잡혀들어가고 있다. 2020.07.27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뺑소니 살인사건을 저지르고 국외로 도주한 유명 음료 제조업체 '레드불'의 공동 창업주 손자가 8년간 호화로운 생활을 유지하다가 결국 법적 처벌을 피하게 돼 '유전무죄'라는 비판이 거세지자 태국 당국이 뒤늦게 진상조사에 나섰다.

27일 방콕포스트 등 태국 언론에 따르면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는 전날 유명 음료 제조업체인 '레드불' 공동 창업주 찰레오 유위티야의 손자 오라윳 유위티야(35)에게 적용된 혐의가 모두 취하된 경위에 대해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태국 검찰총장은 쁘라윳 총리의 지시 당일인 26일 7인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꾸려 이 문제를 조사하기로 했다. 태국 경찰청장도 27일 10인 위원회를 구성해 오라윳의 혐의가 모두 취하된 경위를 진상조사하기로 했다. 경찰은 향후 15일 이내 조사결과를 보고하기로 했다.

쁘라윳 총리는 오라윳 사건에 대해 면밀한 조사를 지시하면서 자신의 연루설을 부인했다. 그는 사법행정에 개입한 적이 없으며 사법행정은 정치적 외압으로부터 자유롭다고 주장했다.

오라윳은 28살이던 지난 2012년 9월3일 새벽 방콕에서 자신의 페라리 차량을 과속으로 주행하던 중 경찰 오토바이를 들이받고 도주해 탑승하고 있던 경찰관을 사망케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숨진 경찰관은 45세로 사고 신고를 받고 출동 중이었다.

그는 사고 직후 자택으로 도주했다가 뺑소니 수사에 나선 경찰에 의해 체포돼 구속됐다. 그는 체포 당시 음주 상태였지만 음주운전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고 구속 직후 보석금 50만 밧(약 1900만원)을 내고 풀려났다.

더구나 검찰은 오라윳이 7차례나 심리에 불응했지만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고 사건 발생 5년 뒤인 2017년 4월27일에야 과실치사와 뺑소니 혐의로 기소했다. 오라윳은 이미 이틀 전 전용기를 타고 국외로 도주한 이후였다.

검찰이 기소를 미루는 동안 오라윳에게 적용된 혐의는 잇따라 공소시효가 만료됐다. 과속과 신호 위반은 공소시효 1년이 만료돼 자동 취하됐다. 뺑소니 혐의도 2017년 9월3일 공소시효가 만료됐다.

과실치사 혐의는 2027년까지 공소시효가 남아있었지만 태국 검경은 지난달 이를 기소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검경이 합의한 배경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태국 경찰은 오라윳에 대한 체포 영장을 공식 철회하고 인터폴에 신청한 적색 수배도 해제하기로 했다.

오라윳이 태국으로 돌아가더라도 더이상 처벌을 받지 않게 된 셈이다. 이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태국에서는 유전무죄라는 비판 여론이 급속히 확산됐다. 특히 오라윳과 유사한 사고를 낸 일반인은 과실치사와 중상해 등 혐의로 처벌 받고, 경찰이 합의 제안을 거부하고 강경 대응했다는 점에서 특혜라는 비판이 거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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