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4천명 늘면 불균형 해소될까…인프라·간호인력 확보 '숙제'

기사등록 2020/07/23 14:56:33

2022학년도부터 2031년까지 매년 400명씩 증원

의사 부족한가…"지역 불균형 해소에 3천명 필요"

매년 300명 지역의사 선발과 10년 복무 방식으로

전문가 "4000명으론 부족…지역 간호사도 있어야"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17일 광주 북구보건소 효죽공영주차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냉조끼를 입고 있다. (사진 = 광주 북구 제공) 2020.07.17. photo@newsis.com

[세종=뉴시스] 임재희 정성원 기자 = 정부가 2006년부터 3058명으로 동결해 온 의과대학 정원을 16년 만인 2022학년도부터 400명씩 늘려 10년간 4000명을 추가 양성하기로 하면서 지역과 의료 과목 간 의사 수 불균형 문제가 해소될지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당장 의사가 부족한 지역과 역학조사관, 중증외상 등 의사들이 기피하는 진료 과목에 신규 정원을 배치해 격차를 줄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인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를 평균 수준까지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10년간 의무 복무 뒤에도 그 지역에 남아 있을 만한 여건과 함께 지역 의료 질 개선을 위한 지역 공공병원 확충, 다른 OECD 회원국들과 비교해 턱없이 부족한 간호 인력 확보 등이 숙제가 될 전망이다.

◇16년 만에 의대 정원 확대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23일 확정한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 방안은 현재 3058명인 의대 정원을 2022학년도부터 최대 400명 증원해 10년간 4000명을 양성하는 게 골자다.

1998년까지 3253명에서 의약분업에 따른 의정 협의 과정에서 10% 감축돼 2006년 3058명까지 줄어든 이후 올해로 15년째 동결된 40개 의대의 정원 수가 2022년이면 16년 만에 늘어나게 된다.

정부는 매년 400명의 추가 정원 중 300명은 지역 의사, 50명은 특수 전문분야, 나머지 50명은 의과학자 등으로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복지부)가 2022학년도 의대 정원을 최종 확정해 교육부에 이달 말부터 다음달 초 사이 통보하면 고등교육법에 따라 정원 배정 기본계획 수립(올해 12월까지), 정원 배정 신청, 대학별 심사 배정(2021년 2월까지), 대학 입학 전형 시행계획 변경 승인(2021년 4월까지) 등 절차를 거쳐 2021년 5월 입시요강을 발표하면서 2022학년도부터 늘어난 정원에 따라 신입생을 선발한다.

◇10년 의무 복무 '지역의사' 도입

정부는 지역의사 선발 전형을 통해 학생 선발 때부터 지역 내 공공 의료 및 중증·필수 의료기능 수행 의료기관에서 10년간 의무 복무할 것을 전제로 뽑는다. 이번에 매년 늘어나는 정원 400명 중 300명이 지역 의사다.

지역의사는 지역 의무 복무를 조건으로 장학금이 지급(국비·지자제 50%씩)되며 군복무를 제외하고 전공의 수련기간을 포함해 면허 취득 후 10년간 해당 지역에서 의무 복무해야 한다. 전문과목도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복지부 장관이 정하는 필수 전문과목으로 한정된다.

이를 따르지 않으면 장학금 환수는 물론 의사 면허까지 취소된다. 이러한 선발 전형과 불이행시 조치 근거는 민주당 등이 국회에서 지역의사제 관련 법률을 제정해 마련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17개 시도 중 의사 수가 부족한 시도부터 정원을 배정할 계획이다. 10년간 의무 복무 준수 여부 등은 지자체와 함께 관리해 나가기로 했다.

◇역학조사관·중증외상·의과학자 양성

400명 중 나머지 100명은 특수 전문분야와 의과학자 분야에 50명씩 배정된다. 역학조사관, 중증외상 등 현재 의대생들이 선호하지 않는 과목 등을 중심으로 복지부 장관이 향후 수급 상황 등을 고려해 지정한다. 의과학자는 기초과학과 제약·바이오 분야로 대학의 자연과학, 공학 등 연계 의과학자를 양성하는 게 목표다.

지역의사는 2022년부터 신입생을 선발해 이르면 6년 뒤인 2028년부터 인력이 배출되며 특수 전문분야와 의과학자 분야는 기존 재학생 중 해당 분야 인력을 양성하는 조건으로 대학에 추가 정원을 배정해 3년 뒤인 2025년부터 의료 현장에 투입된다.
   
이와 함께 폐교된 서남대 의대 정원을 활용한 공공의대 설립 방안도 계획대로 추진한다. 공공의대는 역학조사관과 감염내과 등 현재 중요성에 비해 인력이 부족한 필수 분야를 중심으로 인재를 양성한다. 현재 국회에는 국립공공의료대학원을 설립하고 2024년 3월 개교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공공의대도 학비를 10년간 지원하고 졸업 후 의사국가고시 합격으로 의사면허를 취득하게 되면 공공보건의료기관이나 복지부, 시도 등에서 10년간 의무 복무를 해야 한다.


◇의사 수만 늘리면 불균형 해소될까?
 
그러나 의사 수만 늘린다고 해서 당장 공공의료와 지역간 의료 혜택 불균형 등이 해소되는 건 아니다. 우선 지역의사들이 의무 복무 기간을 채운 이후에도 지역사회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나아가 의료 서비스의 질을 결정할 지방의료원 등 공공병원 확충이나 간호 인력 확보 등도 과제로 남아 있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시도 지역간 의사 수 불균형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맞추는 데 필요한 의사 수가 1만명 정도"라며 "지역 격차를 해소하는 데 필요한 인력에 비해 (10년간 4000명은)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의사 수를 늘렸는데 사람들이 가서 일할 만한 병원이 없거나 거점 병원들이 환자를 열심히 보는데 수가가 제대로 적용이 안 돼 적자가 나선 안 된다"면서 "간호사 인력도 부족한 만큼 지역의사제와 함께 간호사 인력도 지역간 불균형이 있으니 지역간호사제를 똑같이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은 의사 수는 물론 간호사, 간호조무사 간호 인력도 2018년 기준 인구 1000명당 7.2명으로 OECD 평균인 8.9명보다 1.7명 적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전날 기자회견에서 2050년이면 의사가 10만명 이상 부족할 것으로 진단하고 공공의대를 권역별로 신설하는 등의 방식으로 현 정원의 2배에 가까운 6000명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실련은 "지역의사 특별전형으로는 기존 의대 일반과정과 지역의사과정 학생 간에 우열의식을 만들어 사명감과 자부심 있는 지역의사로 양성하기 어렵다"며 "지역 보건의료에 헌신하는 책임 있는 의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독립된 교육과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사 수 부족" vs "인구 줄어 충분"

2018년 한국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4명으로 콜롬비아(2.2명)에 이어 폴란드(2.4명)와 함께 OECD 최하위권 수준이며 한의사 0.4명을 제외하면 2.0명으로 가장 적은 숫자가 된다.

그나마 있는 의사도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 몰려 있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의료기관 종사자는 10만5628명인데 이 중 서울(3만359명)과 경기(2만210명)에 절반에 가까운 48.8%가 집중됐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도 서울은 3.1명으로 OECD 평균과 가까운 반면 경북 1.4명, 울산과 충남 1.5명 등 전국 11개 시도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전국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인구 1000명당 의사 수의 증가율이 OECD 평균 증가율보다 3배 높은 반면 저출산 등으로 인구 증가율은 낮다는 점을 들어 의대 정원 증원을 반대하고 있는데 정부는 이렇게라도 늘려야 겨우 OECD 평균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이번 의대 정원 증원을 통해 2038년까지 OECD 평균 수준인 3.4명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적정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2022년부터 2031년까지 한시적으로 정원을 3458명까지 증원하되 그 사이 5년마다 보건의료인력 수급 추계를 통해 정원을 조정, 2032년부턴 다시 3058명으로 정원이 감축할 계획이다.

◇필요한 의사는 몇명?

과목별 편차도 심해 전문의 10만명 중 감염내과 전문의는 277명, 소와외과 전문의는 48명에 불과하다. 현재 코로나19 방역 일선에 있는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관도 의사 정원 13명 중 현원은 5명에 불과하며 시도 전체 의사 역학조사관 정원 23명 중 17명은 공중보건의를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의학교육은 환자를 진료하는 임상의사 양성에 집중돼 백신 등 분야 의과학자 인력도 부족하다. 2017년 기준으로 의약품, 의료기기, 화장품 등 종사 의사 수는 67명이 전부다.

2017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을 70개 진료권으로 나눴을 때 심·뇌·응급 등 중증 환자 치료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추가로 필요한 의사 수만 3258명(전문의 2260명·일반의 998명)에 달한다.


◇지역 가산 수가 도입…지방의료원 등 신축

복지부는 우선 지역 의료기관이 전담 전문의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역별로 입원 전담 전문의 건강보험 수가를 차등 적용하고 지역 내 진료 의뢰 시 수가를 가산하거나 지역별로 포괄수가에 정책적으로 가산하는 등 지역 가산 수가 도입을 추진한다.

공공·민간병원이 없는 거창권, 영월권, 상주권, 통영권, 진주권, 동해권, 의정부권, 대전동부권, 부산서부권 등 9개 지역에는 지방의료원·적십자병원 등 공공병원을 신축하고 진료기능 강화가 필요한 지역에는 공공병원 기능보강을 통해 진료시설과 응급·중증진료 기능을 확대하는 등 공공의료기능을 강화한다. 2018년 530억원, 지난해 923억원에 이어 올해도 1026억원의 예산이 반영돼 있다.

이외에도 지역 심뇌혈관센터 및 권역외상센터 신규 지정 등으로 지역 내 중증·필수분야 의사 인력 채용을 확대하고 지역 우수병원 육성, 지역 내 전공의 수련 확대 및 내실화, 취약지 근무 수당 도입, 휴식·자기계발·가족과의 시간 확보를 위한 대체의사 인건비 지원도 검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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