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발 뗀 토종 코로나 백신·치료제…"내년 출시 목표"

기사등록 2020/07/23 12:00:00

제넥신, 국내 첫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돌입

부광약품, 신풍제약 등도 치료제 개발에 가속도

셀트리온, 항체치료제 임상 시작…내년 상용화 목표

정부 "치료제·백신 개발 끝까지 지원…경쟁력 향상"

[서울=뉴시스]안일환 기획재정부 차관이 10일 코로나19 치료제·백신관련 현장방문 일환으로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제넥신을 방문, 백신개발 연구현장에서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2020.07.1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향한 각국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아직까지는 다국적 제약 업체들보다 기술력과 자금력, 연구 속도 등에서 뒤처져 있지만 정부는 토종 치료제·백신 개발을 끝까지 지원해 국내 바이오 산업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23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진행 중인 코로나19 관련 임상시험은 백신 2건, 치료제 11건이다.

제넥신은 국내 업체 중 처음으로 백신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제넥신은 지난달부터 세브란스병원에서 지원자 40명을 대상으로 백신 후보물질(GX-19)의 임상 시험 1상을 진행 중이다. 동물 실험에서는 면역을 유도하는 효과가 좋은 것으로 판단됐고, 1상 결과는 오는 9월께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제넥신과 세브란스병원은 내년 상반기 임상 3상을 마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GX-19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발현시킬 수 있는 유전자를 투입하는 방식의 DNA백신이다.

해외 업체가 개발 중인 백신의 국내 임상시험도 시작됐다. 서울대병원은 지난 15일 미국 바이오기업 이노비오사가 개발한 백신 후보물질(INO-4800) 임상 시험을 시작했다. 120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임상시험은 약 1년간 진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임상 3상 단계까지 근접한 해외 기업들과 비교하면 아직 국내 기업들은 출발이 늦은 편이고, 지금까지 축적된 기술력과 자금력에서도 한계가 있는게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코로나19 감염자가 적어 백신 임상시험을 진행하기에 좋은 환경도 아니다.

이 때문에 백신보다는 치료제 분야가 우리 기술로 성과를 낼 가능성이 더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부광약품(레보비르), 엔지켐생명과학(EC-18), 신풍제약(피라맥스) 등의 국내 기업들이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또 셀트리온은 첫 항체 치료제 임상 시험에 돌입했다. 셀트리온은 지난 17일 식약처로부터 항체치료제(CT-P59)에 대한 승인을 받았다. 충남대병원에서 건강한 사람 32명에 CT-P59를 투여, 안전성 등을 평가하는 임상 1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셀트리온은 올 3분기내로 1상을 마치고 상업 생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상용화는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잡고 있다.

항체 치료제는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장에서 중화항체를 찾아내 만드는 약이다. 항체를 만들어주는 유전 정보를 동물 세포에 투여해 만들기 때문에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지금까지 임상 시험을 진행 중이던 치료제들은 대부분 기존에 존재하던 약품의 용도를 변경해 코로나19 치료에 사용하는 것이다. 합성 신약은 독성 위험이 커 임상시험에 진입하는데도 상당한 기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현재 유일한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는 램데시비르도 이같은 약물재창출 모델이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이 15일 코로나19 항체 치료제를 개발중인 인천 송도 셀트리온 본사를 방문해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보건복지부 제공) 2020.06.15. photo@newsis.com


하지만 램데시비르의 치료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최근에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항체 치료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지금 여러 치료제 중 램데시비르만 살아남아 있는 상황이지만 코로나19에 특화돼 있지 않은 범용이라 효과는 제한적"이라며 "항체 치료제는 코로나19에 특화돼 있어 당연히 램데시비르보다 효과가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항체 치료제는) 바이오 약품이기 때문에 합성 약품처럼 복잡하지 않고 부작용도 거의 나오지 않는다"며 "그래서 빨리 임상 1상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묵현상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장은 지난 21일 열린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관련 정책토론회에서 "지금 세계적으로 가장 기대를 많이 걸고 있는 것은 항체 치료제"라며 "일라이 릴리(미국)와 리제네론(미국)·사노피(프랑스)이 함께 만드는 치료제가 1·2위를 다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묵 단장은 "아마도 가장 빨리 나올 형태의 치료제는 용도 변경을 통한 치료제겠지만 가장 효과적일 것으로 생각되는 치료제는 항체치료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내년 항체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목표로 잡고 과감하게 업계를 지원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3차 추가경정 예산 중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에 지원되는 예산은 1936억원에 달한다.

국내 기업들이 세계적으로 가장 앞서가고 있진 않지만 '자국 우선주의' 분위기가 점차 강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제약·바이오 기술 경쟁력 강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게 정부의 생각이다.

임인택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지난 14일 ‘코로나19 관련 범정부 지원대책 설명회’에서 “치료제·백신 개발을 끝까지 지원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이상진 보건산업정책과장은 "코로나19의 유일한 극복 방법은 치료제와 백신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치료제·백신 개발의 끝을 봐야 한다는 대통령의 의지를 기반으로 합리적인 정책을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ah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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