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포틀랜드, '트럼프 군대'에 맞선 '엄마들의 벽' 등장

기사등록 2020/07/22 17:51:35

수백명이 인간 바리케이드로 시위대 보호

비폭력 지향…요원 가로막고 "손 들어, 쏘지마"

[포틀랜드=AP/뉴시스]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20일(현지시간) 열린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시위에 중년 여성들이 팔짱을 끼고 일명 '엄마의 벽'을 만들어 인종차별 철폐와 연방요원들의 진압 투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0. 07.22
[서울=뉴시스] 신정원 기자 = 반(反)인종차별 시위가 두 달째 이어지고 있는 미국 오리건 포틀랜드에서 연방 요원들에 대응해 시위대를 보호하려는 '엄마부대'가 등장했다고 가디언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20일 포틀랜드에는 헬맷과 마스크를 착용한 수백 명의 '엄마'들이 모였다. 이들은 서로의 팔을 걸고 시위대와 연방 요원 사이에서 몸으로 '바리케이드'를 쳤다. 젊은 여성부터 머리가 하얗게 샌 나이 든 여성에 이르기까지 연령층은 다양했다. 이른바 '엄마들의 벽(wall of moms)'이었다.

이들은 요원과 시위대 사이를 가로 막고 '손 들어, 쏘지마(Hands up, please don’t shoot me)'를 외쳤다. 이들 중엔 꽃을 든 이도 있었다. 흰색 셔츠에 "엄마가 여기 있다"라고 크게 쓴 여성도 있었다. 79세 할머니 마디 위드먼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질서회복을 빌미로 포틀랜드에 연방요원들을 투입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분노에 거리에 나서게 됐다며 "할머니가 말한다. 연방요원들은 제발 포틀랜드를 떠나라"란 손팻말을 들어보였다.

[포틀랜드=AP/뉴시스]미국 오리건 주 포틀랜드의 연방법원 앞에서 79세 할머니 마디 위드먼이 20일(현지시간) "할머니가 말하는데, 연방요원들은 제발 포틀랜드를 떠나라"라고 쓴 손 팻말을 들어보이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위드먼은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 이후 시위에 나서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질서회복을 빌미로 포틀랜드에 연방요원들을 투입한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결정 때문에 분노해 거리로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2020.07.22

이 대열에 함께 했던 두 아이의 엄마 울먼은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흑인 차별에 대해) 많이 공부했다. 미국에서 백인들이 많이 사는 곳의 중상층 백인 여성으로서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며 "하지만 연방요원들이 관여하면서 나를 밖으로 밀어냈다. 행동하고 싶었다"고 동참한 배경을 설명했다.

포틀랜드에서는 50일 넘게 반인종차별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의 일환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치안을 지키겠다며 이달 초 미 국토안보부와 관세국경보호청, 이민세관단속국, 교통안전청, 해안경비대 등에서 차출한 연방요원 2000명을 포틀랜드에 파견했다. 군인들의 전투복과 비슷한 유니폼을 입은 요원들은 최루탄과 후추볼 등을 사용해 강경진압에 나섰고 지난 17일엔 대규모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실제 특수훈련을 받은 연방 요원들은 치안을 유지하는 경찰이라기보다 흡사 '점령군(occupying army)'에 가깝다고 시민들은 진술하고 있다. 시위대는 이들을 '트럼프의 군대'로 부르고 있다.

소셜 미디어엔 군인 차림의 요원들이 거리에서 시위대를 폭행하고 강압적으로 체포하는 모습이 동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동영상을 올린 35세 '엄마 베브 바넘은 "죄 없는 시위대가 다치고 있다. 최근 시위대는 정체불명의 법에 의해 표식이 없는 차에 태워짐으로써 (헌법상)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다"며 "우리 엄마들은 종종 과소평가되지만 우리는 평가받는 것보다 강하다"고 시위 동참을 제안했다.

다만 비폭력적으로 시위대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은 분명히했다.

이렇게 18일 40여명이 모였다. 하지만 연방요원들은 아랑곳하지 않았고 이후 힘을 보태려는 '엄마'들이 늘면서 규모는 수백명으로 커졌다.
[포틀랜드=AP/뉴시스]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20일(현지시간) 중년 여성들이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이날 시위 현장에서 일명 '엄마의 벽'을 만든 이들은 포틀랜드에 연방요원들을 투입한 트럼프 정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가운데 여성의 흰색 셔츠에 "엄마 여기있다"라고 씌여있다. 2020. 07.22
'엄마들의 벽'의 등장은 연방요원을 파견해 시위를 막으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을 뜻대로 되지 않게 했으며 오히려 시위를 재점화했다고 가디언은 평가했다.

가디언은 "포틀랜드 시위는 거의 두 달 동안 이어졌고 점차 약해지고 있었다"며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무정부 상태를 종식시키겠다며 연방 요원을 파견한 것에 대한 분노가 시위를 재점화했다"고 보도했다.

질서 유지를 회복하겠다며 연방 요원을 배치했지만 무리한 대응이 오히려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과 시카고, 필라델피아, 디트로이트, 볼티모어, 오클랜드, 캘리포니아 등 민주당이 이끌고 있는 지역으로 확대 투입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대선을 100여 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경쟁자인 민주당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계속 열세를 보이자 정치적으로 무리수를 던진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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