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실제같은 창작윤리 갑론을박…연극 '마우스피스'

기사등록 2020/07/21 14:28:27
[서울=뉴시스] 연극 '마우스피스'. 2020.07.21. (사진 = 연극열전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최근 대학로에서 개막한 연극 '마우스피스'는 시의적절하다. 예술가의 창작 윤리를 둘러싼 작금의 갑론을박에 '무대 문법'으로 생각할 여지를 준다.

피카소가 남기고 스티브 잡스가 인용한 "유능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는 말도 있지만, 다른 사람의 삶을 훔칠 때 그것은 더 이상 예술의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다. 창작 윤리의 문제로 넘어가게 된다. 

'마우스피스'에서 중년의 극작가 '리비'는 한때 촉망받는 작가였지만 슬럼프에 빠져 있다. 삶의 벼랑 끝에 내몰린 그 때, 벼락처럼 '데클란'을 만난다.

데클란의 삶은 모든 불행으로 붓질돼 있다. 알코올 중독자였던 부친은 일찌감치 세상을 떠났고, 다른 남자와 사는 모친은 그를 돌보기는커녕 방치하고 삶의 끝자락으로 몰아낸다.

리비는 그런 데클란에게서 '예술적인 그림 재능'을 발견한다. 태어나서 한 번도 미술관에 가본 적이 없는 데클란은 리비와 함께 한 미술관에서 인간의 모습을 기괴하게 뒤틀린 형상으로 묘사한 프랜시스 베이컨의 그림을 보고 심장이 뛴다. 그 순간 리비는 데클란의 불행한 삶에서 희곡의 영감을 얻는다. 리비는 데클란의 삶을 활자화하고, 데클란의 심리상태는 베이컨의 그림처럼 뒤틀리게 된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지만, 어떤 가치 있는 예술 작품도 그 사람의 삶보다 무겁지 않다. 그것을 애써 무시하고 리비가 데클란의 삶을 무대화했을 때 불행은 전시된다. 리비가 선의로 시작했을지 몰라도 소재로 삼은 데클란의 삶이 자극적으로 관객 앞에 묘사되는 것은 '빈곤 포르노'에 불과하다.

데클란의 삶을 다룬 연극에서 그를 연기한 배우가 그에게 당신이 진짜 스타라며 악수를 청하고 함께 찍은 사진을 온라인에 올린다고 했을 때 '2차 가해'는 이어진다. 

'마우스피스'를 본 관객들 중 상당수가 최근 문단의 논쟁을 떠올리고 있다. 소설가 김봉곤이 지인과의 사적인 대화를 소설에 무단으로 인용했다는 논란이다. 김 소설가가 "고유의 삶과 아픔을 헤아리지 못한 채 타인을 들여놓은 제 글쓰기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사과하면서 일단락된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문단뿐만 아니라 모든 예술 영역에서 창작 윤리를 되짚는 계기가 되고 있다. 

[서울=뉴시스] 연극 '마우스피스'. 2020.07.21. (사진 = 연극열전 제공) photo@newsis.com
김 소설가와 함께 올해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김초엽 작가는 소셜 미디어에 "소설의 가치가 한 사람의 삶보다 우선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쓰기도 했다.

'마우스피스'로부터 읽어낼 수 있는 맥락이기도 하다. 어떤 절대적인 명분이 담긴 예술이더라도, 개인의 삶보다 중요하다고 함부로 말할 수 없다. 특히 무대 위에서 시각적으로 전시되는 무대 예술은 더 신중해야 한다.

연극 제목 '마우스피스'는 '입을 대는 부분'을 칭하는 용어이자 '대변자'라는 중의적 의미를 갖는데, 누가 함부로 개인의 삶을 대변할 수 있을까.

예술가는 자신의 독창성에 대한 자존심뿐만 아니라 영감을 받은 상대방의 자존감도 존중해야 한다. '마우스피스'는 시대를 꿰뚫으며 예술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자연스럽게 요하는 수작이다.  

스코틀랜드 작가 키이란 헐리의 최신작으로, 2018년 영국 트래버스 극장에서 초연했다. 대학로 연극브랜드 '연극열전8'이 '렁스'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선보이는 작품으로 국내 초연이다.

2인극으로 배우들의 호연도 돋보인다. 리비 역의 김여진과 김신록, 데클란 역의 장률과 이휘종의 연기는 벌써부터 입소문이 났다. '썬샤인의 전사들' '그 개' '로풍찬 유랑극장'의 부새롬이 연출을 맡았다. 오는 9월6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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