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겪은 조용병, 자산운용·손해보험 부문 강화 추진

기사등록 2020/07/27 06:00:00

1위 수성 위해 비은행 강화 집중

[서울=뉴시스] 최선윤 기자 = 올 초 신년사에서 '일류신한'이라는 키워드를 꺼내든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자산운용과 손해보험 강화 방안을 골몰하고 있다. 지난해 금융지주 간 경쟁에서 KB금융그룹을 제치고 '왕좌'를 거머쥐었으나 리딩금융그룹 자리를 굳히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최근 자산운용사를 인수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신한금융은 지난달 열린 임시 이사회에서 자산운용사 인수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은 현재 업계 6위권인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을 보유 중인데, 추가로 운용사를 인수해 자산운용 부문을 키우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다만 신한금융 측은 검토하는 수준이며 구체화 된 부분은 없다는 입장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그룹의 사업라인 다각화와 효율화를 위해 전략기획팀에서 자산운용사 인수를 검토했다"며 "검토하는 수준이며 특정 자산운용사를 접촉하고, 딜(deal)을 추진하고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 거론되고 있는 신한금융의 자산운용사 인수 후보군으로는 트러스톤자산운용과 프랭클린템플턴운용 등이 꼽히고 있다. 이들 자산운용사는 규모는 크지 않지만 업계서 내실 있는 운용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곳들이다.

신한금융의 이번 자산운용사 인수 추진에는 조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조 회장은 신한금융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비은행 계열사의 성장이 중요하다고 보고, 비은행 부문의 전문성을 지속 강화해 왔다.

올 초에는 대체투자 역량을 높여 그룹 전반의 운용자산 수익률을 개선하겠다는 목표도 강조한 바 있다. 장기적으로 대체투자가 그룹의 새로운 수익처로 부상할 수 있다는 것이 조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지난 1월 "글로벌 대체투자 역량을 높이기 위해 글로벌 자산운용사와의 협력을 꾸준히 확대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신한금융은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은행을 비롯해 카드사, 생명보험사, 증권사 등 대부분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손해보험사는 없어 계속해서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손보업 강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신한금융이 인수해 단숨에 손해보험 부문을 키울 수 있는 마땅한 매물이 없다. 또한 신한금융 독자적으로 종합 손해보험사를 설립하기에도 금융당국의 허가에 따른 시간 소요 등이 걸림돌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신한금융은 상대적으로 허들이 낮은 디지털 손보사 설립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신한금융은 오렌지라이프와 신한생명 통합이 더 우선적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디지털 손보사 설립 역시 그룹의 사업라인 다각화 차원에서 다방면으로 검토된 사안은 맞으나 실질적으로 실행된 부분은 없다"며 "내년으로 확정된 오렌지라이프와 신한생명 통합에 우선적으로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종합해보면 결국엔 비은행 부문에서의 순이익 향방이 신한금융과 KB금융 간 리딩금융 경쟁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만큼 조 회장이 자산운용과 손해보험 부문 강화에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은행을 뒷받침할 확실한 '캐시카우'가 될 수 있는 계열사들을 탄탄히 구축하는 것이 리딩금융 자리를 수성할 수 있는 길이라 본 것이다.

한편, 현재로선 신한금융이 순이익 측면에서 KB금융을 앞서고 있다. 상반기 신한금융은 1조8055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해 KB금융(1조7113억원)을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하지만 2분기 순익은 KB금융에 1000억원 가량 밀렸다. 라임과 헤리지티펀드 등 금융투자상품 부실 이슈가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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