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힐 신은 조권 "편견 맞서 싸우는 분 힐링 하셨으면"

기사등록 2020/07/08 18:03:44 최종수정 2020/07/08 18:03:57

뮤지컬 '제이미' 프레스콜...제이미 맡아

"군대에서 커피포트에 전신 비추며 연습"

[서울=뉴시스] 이윤청 기자 = 8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제이미 프레스콜에서 조권이 열연하고 있다. 뮤지컬 제이미는 9월 11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2020.07.08. radiohead@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군에서는 22:00가 취침 시간이라 늦게까지 연습할 수 없었어요. '내적 댄스'와 마음 속으로 넘버 가사와 대사를 달달 외워가면서 연습했죠. 전신 거울이 없으니 커피포트에 제 모습을 비추어 가면서 연습을 했어요."

올해 초 뮤지컬 '제이미' 오디션이 치러질 때 보컬그룹 '2AM' 멤버 겸 솔로가수 조권은 군 복무 중이었다. 잡지를 보던 중 에메랄드 빛으로 반짝거리는 '제이미' 오디션 공고를 보고 "놓치면 살면서 평생 후회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조권은 8일 오후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린 '제이미' 프레스콜에서 "'제이미'는 제가 완전 소중하고 꿈만 같은 작품이에요. 간절하고 또 간절하면 하나님께서 다 이뤄주신다는 걸 깨달았죠"라고 말했다.

'제이미'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성장드라마다. 지난 2011년 영국 BBC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제이미:열여설 살의 드랙퀸'을 뮤지컬로 옮겼다.

남성이 예술이나 오락 등을 목적으로 여장을 하는 '드래그 퀸'을 꿈꾸는 당찬 17세 고등학생 제이미가 세상 편견에 맞서 자신의 꿈과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2017년 영국 셰필드에서 초연했고 아시아 지역에서는 이번에 한국에서 처음 선보이고 있다.

조권은 그간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프리실라', '체스', '이블데드' 등 뮤지컬에 꾸준히 출연해왔다. 지난 3월 전역한 조권은 군 복무 시절 육군 제작 뮤지컬 '귀환'에도 나오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이윤청 기자 = 8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제이미 프레스콜에서 조권과 배우들이 열연하고 있다. 뮤지컬 제이미는 9월 11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2020.07.08. radiohead@newsis.com
 
평소 뮤지컬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온 조권은 군 복무 중에 '제이미' 오디션을 위해 정기 외박을 냈다. 그리고 집에 있는 '레드힐'을 군 가방에 넣어서 오디션을 치렀다.

2AM은 발라드 그룹이었지만, TV 예능프로그램에서 활달하고 까불거리는 모습을 통해 '깝권'이라는 별명을 달고 다녔던 조권에게 하이힐은 사실 익숙하다. 앞서 2012년 6월 발매한 첫 솔로 앨범 '아임 다 원'에서 수록곡 '애니멀' 무대를 꾸밀 때 하이힐을 신은 파격을 감행했다.

조권은 "사실 조권의 '페르소나'는 힐이에요. 조권으로서 하이힐을 신으면 또 하나의 내 자신이 된 것 같다"고 했다. 빨간 하이힐을 신고 꿈을 꾸는 '제이미' 속 제이미와 같다.

"힐을 신으면 자신감이 상승하고 저도 모르고 있던, 잠재돼 있던 끼가 솟아 올라 희열감이 느껴져요. 그래서 무대 위에서 운동화보다 힐을 신는 것을 좋아하고 몰입이 잘 되죠."

[서울=뉴시스] 이윤청 기자 = 8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제이미 프레스콜에서 MJ(아스트로)와 문은수가 열연하고 있다. 뮤지컬 제이미는 9월 11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2020.07.08. radiohead@newsis.com
이제 무릎도 아프고 깝권으로 활동하며 골반을 하도 털어서 골반도 아프지만 "오래 오래 무대 위에서 춤을 추고 싶어서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자기 관리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 즐거워했다. 

일부에서는 조권을 까불거리고 여성스럽기만 한 이미지로 대하지만, 그의 안정된 보컬을 듣는 순간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다. 이처럼 조권은 제이미 같이 편견에 머물러 있지 않고, 고정관념을 계속 깨왔다.

'프리실라'에서도 드래그 퀸을 연기한 적이 있는 조권은 "사실 '제이미'에서 '드래그 퀸'은 소재"라고 여겼다. "국한돼 있지 않고, 제한돼 있지 않는 것을 상징하죠. 세상의 편견에 맞서는 세상의 모든 제이미에 보여주고 싶은 작품이에요. 음악의 힘도 큰 작품인데, '드래그 퀸'이라는 정체성을 떠나 자유, 평등, 행복과 많은 편견에 맞서 싸우는 분들이 힐링하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특히 "드래그 퀸은 단순히 여자, 남자로 단정할 수 없다"면서 "내 안에 또 다른 페르소나를 창조하고 끄집어내며 또 다른 나를 발견하는 시간을 만들어주는 소재"라고 설명했다. "제이미의 꿈과 드래그 퀸이라는 취미에 대해 사람들이 함부로 이야기할 수 없는 것처럼, 꿈 열정에 대해 편견 없이 자유분방하게 느끼고 자신감과 용기를 얻었으면 해요"라고 덧붙였다.

이번 '제이미'의 타이틀롤은 조권 외에 뮤지컬배우 신주협·그룹 '아스트로' MJ(김명준)·그룹 '뉴이스트' 렌(최민기)까지 쿼드러플을 내세웠다. 신주협은 무대와 TV를 오가고 있다. 뮤지컬 '스위니토드' '시데레우스'와 MBC TV 드라마 '그 남자의 기억법'에 나왔다. 특히 팬덤을 보유한 MJ와 렌은 이번에 '제이미'를 통해 뮤지컬에 데뷔한다.

[서울=뉴시스] 이윤청 기자 = 8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제이미 프레스콜에서 렌(뉴이스트)과 김지민이 열연하고 있다. 뮤지컬 제이미는 9월 11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2020.07.08. radiohead@newsis.com
MJ는 "메시지가 신박하고 새로워서 제가 표현할 때 어떤 캐릭터가 나올까 궁금해서 도전을 하게 됐다"면서 "힐을 신고 5분도 서 있지 못해서 하이힐을 신고 일을 하시는 분들이 대단하게 느껴졌어요. 저는 축구를 좋아해서 하이힐을 신을 때, 축구화를 신는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고 웃었다. 

렌은 "평소 제 끼와 재능을 보여드리지 못한 거 같아서 목이 말랐는데 이번 뮤지컬을 통해 넘치는 에너지를 잘 표현하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면서 "한 소년의 성장 과정이 저와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제이미를 통해 긍정적인 역할을 드리고 싶어요. 용기가 없었다면 도전하지 못했을 작품"이라고 말했다.

심설인 연출은 "제이미가 가진 용기를 어떻게 하면 밝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을 했는데 이번 제이미들이 알맞다고 생각했고, 명준이랑 민기는 새로운 용기를 냈을 것"이라면서 "많은 분들이 잘 아시다피 네 명의 배우가 너무 예쁘고 멋있고
그런 에너지를 잘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드래그 퀸이라는 소재가 쉽게 잘 전달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제이미의 곁에서 그를 지지하며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엄마 마가렛 역에는 1세대 뮤지컬 배우 최정원과 카리스마와 실력을 겸비한 김선영이 캐스팅됐다. 제이미의 멘토 '휴고' 역은 윤희석과 최호중이 나눠 맡는다.

'더 필링'의 리드보컬이자 '제이미'의 작곡가 댄 길레스피 셀즈,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를 넘나드는 연출가 조나단 버터렐, 영국 TV 드라마 '닥터 후'의 작가 톰 맥레 등이 오리지널 창작진이다. 한국 라이선스에서는 김문정 음악감독, 이현정 안무감독, 오필영 무대 디자이너 등이 뭉친다. 오는 9월11일까지 LG아트센터.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