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심의위, 이재용 등 기소여부 논의
'검찰 과잉수사' 삼성측 주장 인정한듯
의무 아닌 '권고'…검찰, 기소 강행하나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 산하 수사심의위는 이날 현안위원회를 소집해 논의한 결과 이 부회장과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 그리고 삼성물산 주식회사를 불기소하라는 결론을 내렸다.
현안위원회는 이날 오후 7시40분께 종료됐다. 논의를 마치고 대검을 나선 한 현안위원은 "기소에 반대의견을 표시한 위원들은 자본시장법 위반 문제가 만만치 않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꽤 있었다"며 "경제 민주화, 우리나라의 경제 현실, 이 부회장이 없으면 삼성이 안돌아가는지 등 모든 부분을 고민했다. 안 짚은 것은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현안위원은 "비밀투표라서 누가 어떻게 (표결을) 했는지는 모른다"면서도 "자본시장법 입증이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검찰은 폭넓게 적용하자는 입장이었고 삼성 측은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압수수색 영장의 기각 사유에 대해서도 토론했고 삼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부분도 고려했다"며 "전문가들이 긴 시간 동안 주가 조종 및 분식회계 등 모든 측면에 대한 고민과 토론을 거친 끝에 나온 결과라고 봐달라"고 전했다.
이후 수사심의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4일 청구된 구속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에 관해 ▲피의자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계속 여부와 ▲피의자 이 부회장, 피의자 김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전략팀장, 피의자 삼성물산 주식회사에 대한 공소제기 여부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심의절차에서 수사팀, 피의자 측 대리인들이 의견서를 제출하고 진술을 했다"며 "고발인 참여연대가 제출한 의견서도 위원들의 숙의에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수사심의위는 "위원들이 충분한 숙의를 거쳐 심의한 결과, 과반수 찬성으로 수사중단 및 불기소 의견으로 의결했다"며 "이번 사건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 보장, 사안의 중대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결내용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가 있었다는' 이 부회장 측 주장을 수사심의위가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도 수사심의위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 이 부회장 측은 삼성그룹 차원에서 진행 중인 주요 사업들을 언급하며 경영상 위기를 근거로 수사심의위를 설득한 것으로 풀이된다.
수사심의위의 불기소 결정으로 검찰 수사팀은 고민에 빠지게 됐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에 이어 수사심의위에서도 불리한 판단을 받게 된 셈이다.
다만 수사심의위의 결론은 권고에 그치기 때문에 수사팀이 반드시 따르지 않아도 된다. 지금까지 8차례의 수사심의위가 열려 결론을 내놨고 검찰이 반대 행보를 보인 적은 없다.
그러나 이번 사건만큼은 수사팀이 1년7개월여 동안 수사를 하면서 많은 진술과 물적 증거를 확보해왔다는 점에서 기소를 강행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날 심의는 ▲현안위원의 이 부회장 및 수사팀 측 의견서 검토 ▲양측의 의견 진술 ▲현안위원의 질의응답 ▲논의 및 표결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본 심의에 앞서 현안위원들은 수사심의위원장을 맡고 있는 양창수 전 대법관의 회피 안건에 대한 투표를 실시했다.
현안위원들은 이 부회장과 수사팀이 낸 50쪽 가량의 의견서를 검토한 뒤, 양측의 의견을 직접 들었다. 이 부회장 측에서는 김기동 전 부산지검장과 이동열 전 서부지검장 등이 나섰으며, 검찰 측에서는 수사팀을 이끈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 최재훈 부부장검사, 김영철 의정부지검 부장검사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과 수사팀은 취재진을 피해 현안위원회가 열리는 대검 회의실로 향했다. 현안위원들은 도보 및 차량 탑승자로 나뉘어 각각 대검에 도착했다. 이들은 '결론을 어떻게 예상하는지', '어떤 의견을 낼 것인지' 등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회의실로 갔다.
회피 의사를 밝힌 양 전 대법관도 심의 시작 13분 전에 대검에 도착했다. 그는 '결과를 어떻게 보냐는' 질문에 "누가 알겠느냐"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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