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선거운동 기간 등 정관으로 규정한 신협법, 위헌"

기사등록 2020/06/25 16:16:34

신용협동조합법 27조 2항 등 헌법소원심판

"정관에 선거운동 규정…죄형법정주의 위반"

헌재 "정관 작성자에게 처벌권한 준 법조항"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최저임금법 5조의 2와 시행령, 공무원임용 시행령 31조 2항 등에 관한 헌법소원심판 사건 선고에 앞서 대심판정에 자리하고 있다. 2020.06.25. dadazon@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재환 기자 = 선거운동의 기간과 방법을 정관으로 규정하고 이를 어기면 처벌하게 하는 신용협동조합법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5일 A씨가 신용협동조합법 27조의 2항 등에 관해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A씨는 지난 2016년 지역의 신용협동조합(신협) 이사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그런데 그는 선거 전 조합원 3명이 모인 신협 건물에서 지지를 호소했는데, 위 법 조항에 따라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기간에 규정되지 않은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해 벌금 3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에 A씨는 위 조항이 선거운동 기간과 금지되는 운동 방식을 법률이 아닌 신협 정관에서 정하도록 한다며 헌법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또 전과가 있으면 선고유예를 받을 수 없도록 한 형법 59조 1항은 과잉금지원칙 등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헌법소원심판을 냈다.

헌재는 신용협동조합법 조항이 '법률이 없으면 형벌도 없다'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봤다.

구체적으로 "국회의 의결 및 대통령의 공포 절차를 거치는 법률의 제·개정 절차와는 달리 신협의 정관은 조합원으로 구성된 총회의 결의를 거쳐 신협중앙회 회장의 승인으로 제정 및 변경이 가능하다"라며 "형사처벌에 관련 사항을 특수 법인의 정관에 위임하는 것은 사실상 정관 작성권자에게 처벌 법규를 형성할 권한을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위 조항은 구체적으로 허용되는 선거운동의 기간 및 방법을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이 아닌 정관에 맡기고 있어 정관으로 정하기만 하면 임원 선거운동의 기간 및 방법에 관한 추가적인 규제를 설정할 수 있도록 열어두고 있다"면서 "이는 죄형법정주의를 위반한 것이다"고 말했다.

다만 유남석·이은애 재판관은 위 법 조항에 따라 정관이 새로운 금지 행위를 만들거나 확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은 "위 조항이 선거운동 방법을 금지한다고 규정하면 정관이 금지 행위를 새로 창설하거나 확정하는 것은 아니다"며 "세부사항을 정관에 위임한 것에 불과하므로 정관에 따라 위반죄의 성립 여부가 좌우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형법 59조 1항에 대해서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헌재는 "이 조항은 선고유예의 결격자를 전과의 경중을 고려해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받은 전과자로 한정하고 있으므로 피해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면서 "형사처분이 범죄 행위자에 대해 관대하면 전과가 없는 시민의 법질서 경시풍조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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