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못 쓴 장학금·사업 예산 통한 '긴축재정'
등록금에서 적립할 수 있는 건축적립금 안 쌓는 법
교수들의 자발적 기부…인건비 감축, 갈등 부를수도
16일 대학가에 따르면 등록금 환급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는 유력방안으로는 구체적으로 올해 긴축재정, 등록금 등 수입을 적립하지 않고 모두 지급하는 방안, 교수들의 자발적 기부 또는 월급 반납 등 세 가지로 거론된다.
긴축재정안은 건국대가 검토 중인 방안이다. 건국대는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에 따라 1학기 전체를 비대면(원격) 수업으로 진행하고, 평가도 절대평가로 진행하면서 성적장학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곳간에 여유가 생겨 2학기 등록금 감액에 쓸 수 있게 된 셈이다. 코로나19에 중단된 사업 예산도 끌어모아 다음 학기 운영 재원으로 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건국대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상황은 아니지만, 올해 1학기 성적장학금이 재원 절반 정도를 차지할 것 같다"며 "코로나19로 연기되거나 취소된 사업에 쓰일 예산을 끌어다 남은 재원을 충당하는 방안도 각 부서에서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건국대는 최근 총학생회와 8차례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를 열고 오는 2학기 고지서상 등록금을 일부 감액하는 방법으로 1학기 등록금 환급을 검토 중이다. 구체적인 윤곽은 오는 18일 9번째 등심위가 끝나야 드러날 전망이다.
민간연구기관인 대학교육연구소 연덕원 연구원은 "긴축재정으로 등록금 반환 요구에 응한 자세와 의지를 높이 평가할 만하다"며 "대학들은 건국대처럼 등심위를 열어서 학생들 반응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방안은 올해 등록금 등 수입을 적립금으로 쌓지 않고 소진하는 것이다. 적립금은 사립대학을 운영하는 학교법인이 건축비, 장학금, 연구비 등의 목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쌓아두는 자금을 일컫는다. 재원은 통상 기부금, 학교법인 전입금, 투자를 통한 이자수익 등을 통해 주로 충당한다.
등록금은 원칙적으로 해당연도 안에 전부 쓰고 적립하지 못하게 돼 있다. 단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에 따르면, 노후교실의 증·개축을 위한 건축적립금(소위 '감가상각비')은 적립금으로 쌓아 둘 수 있다.
특히 연세대, 고려대, 홍익대 등 재학생 1만5000이 넘는 서울 소재 대규모 사립대학 12개는 2018년 등록금에서 총 623억4300만원(17.9%)을 건축 목적의 적립금으로 이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백정하 고등교육연구소장은 "건축적립금은 해당 용도로만 쓸 수 있어 적립하는 것을 줄이는 방법은 생각해 볼 수 있다"면서도 "건축은 한 번에 목돈이 나가기 때문에, 이번에 적립하지 않으면 다음에 더 많이 적립해야 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이 교육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단기간 내 건축을 계획하고 있다면 쉽게 생각하기 어려운 선택지라는 것이다.
대학교육연구소는 지난 12일 낸 논평에서 "등록금은 원칙적으로 적립 지출이 불가능하지만, 감가상각상당액에 한해 적립할 수 있다"며 "코로나19라는 비상 상황에서 또다시 적립한다면 학생과 학부모의 분노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 번째는 동국대, 대구대처럼 교직원의 기부를 받아 학업장려금을 조성하는 모금 형태다. 관건은 실제 '자발적 참여'를 끌어낼 수 있는지 여부다. 결국 사립대학 재정 40%를 차지하는 인건비를 삭감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규 교직원 인건비보다는 비정년트랙 교수나 강사, 비정규직 노동자의 인건비를 줄일 것이란 우려를 내놨다.
백정하 소장은 "대학들이 생각하기에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며 "자발적인 참여를 전제로, 일괄 인건비를 삭감하거나 기부해 재원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모든 교직원이 임금을 삭감할 경우 교수회·노동조합과의 협상 등 의사결정 과정이 뒤따라야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보직자를 중심으로 보직 수당 등을 일부 또는 일괄 기부 받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여전히 대학들로서는 그동안 교육부에 요구해왔던 '물 건너간' 국고사업비를 쓰지 못하게 돼 아쉬운 상황이다. 교육부가 대학 재정에 숨통을 틔우기 위해 늦어도 내달 초까지 대학혁신지원사업비 등 국고사업 용도를 원격사업 등에 쓸 수 있도록 일부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지만, 사업비를 직접 등록금 반환에 쓰지 못하면 부담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백 소장은 "초반에는 국고지원금을 쓸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가 됐는데 결국 (등록금 환급에) 쓸 수 없게 됐다"며 "대학마다 여건이 다르니 일괄적인 방안을 요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1학기가 끝나지 않았지만 벌써 2학기 등록금을 어떻게 책정할지 내부적으로 고민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