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총리 "처칠 동상 건들지 말라"...시위 극단화 비판

기사등록 2020/06/13 00:11:26

"처칠은 국가적 영웅...과거 검열할 수 없어"

[런던=AP/뉴시스]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미국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린 가운데 윈스턴 처칠 동상에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라는 손팻말이 걸려 있다. 2020.06.08.
[런던=뉴시스] 이지예 기자 =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최근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극단주의자들 손에 들어갔다며 시위대의 윈스턴 처칠 전 총리 동상 훼손 시도를 강력히 비판했다.
 
존슨 총리는 12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의회광장에 있는 처칠 동상은 파시스트와 인종차별적 폭정으로부터 이 나라와 유럽 전체를 구해 낸 그의 업적을 영구적으로 상구시킨다"고 밝혔다. 이어 "이 국가적 기념물이 오늘 폭력 시위대의 공격을 받을 위험에 처한 것은 어처구니 없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존슨 총리는 "때때로 오늘날의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의견을 표명하긴 했지만 그는 영웅이며, 기념비를 가질 자격이 있다"며 "이제와서 과거를 편집하고 검열할 순 없다. 우리가 다른 역사를 가진 척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위를 촉발한 미국 흑인 사망 사건에 관해 사람들의 분노를 이해한다면서도 최근 시위가 극단주의자들에 장악돼 폭력 행위로 번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주말 시위를 앞두고 처칠 동상을 보호하기 위해 주변에 가림막을 설치했다. 사디크 칸 런던시장은 "런던 시내 추가적인 시위가 극히 우려된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은 물론 무질서와 반달리즘(고의적인 공공시설 훼손), 폭력으로 번질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영국에서도 미국의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관의 강압적 체포로 사망한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시위대는 지난 주말 처칠 동상에 그가 인종차별주의자였다는 낙서를 했다. 남부 도시 브리스틀에서는 시위대가 17세기 악명 높은 노예무역상인 에드워드 콜스턴의 동상을 끌어내린 뒤 강에 빠뜨려 논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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