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대통령중 처음으로 남영동 대공분실 방문
文대통령, 현장설명에 "철저 고립감으로 무너져"
김정숙 여사는 눈시울 붉혀…헌화 꽃 직접 준비
文, 경찰청장에 "민주인권 기념 공간 제공 감사"
민갑룡 청장 "경찰 역사 순례길로 지정해 반성"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 방문은 현직 대통령 중 처음이다.
남영동 대공분실은 1987년 박종철 열사가 경찰 조사 과정에서 물고문으로 숨진 곳이다.
다수의 국가폭력이 자행됐던 대공분실은 이제 '민주인권기념관'이 되어 시민들이 피 흘리며 싸워 쟁취한 민주주의 발전사를 기억하는 장소가 됐다.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기념식을 마친 문 대통령 내외는 건물 후문으로 이동해 유동우 민주인권기념관 관리소장으로부터 설명을 들었다.
유 소장은 "연행되어 오는 사람들이 통과하는 모든 문은 5층 조사실 안에 들어갈 때까지 모든 게 철문으로 돼 있다"며 "마찰음과 굉음이 눈을 가린 상태에서 들으면 아주 공포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 소장은 문 대통령 내외 앞에서 철문을 밀어 당시의 공포스러웠던 소리를 재연했다.
이후 건물 안으로 들어온 문 대통령 내외는 1층에서 바로 5층까지 올라갈 수 있는 나선형 형태로 된 철제 계단 앞에 섰다. 총 72개 계단으로 이뤄졌고, 5층까지 올라가려면 세 바퀴를 돌아야 하는 매우 가파른 형태였다.
이어 "이 나선형 계단은 2층, 3층, 4층으로는 나가는 통로가 없다"며 "여기 발 디디는 순간 5층까지 끌려 올라가서 바로 조사실로 올라가게 된다"고 부연했다.
박종철 열사의 고문 현장인 509호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물고문했던 욕조를 지그시 바라봤다.
문 대통령 부부는 이후 박종철 열사 영정 앞에 헌화 후 묵념했다.
윤재관 청와대 부대변인은 "6월 항쟁 당시에 어머니들이 전투경찰 가슴에 달아준 꽃은 붉은 카네이션과 장미였다"며 "국민의 힘으로 민주주의를 만들어낸 수많은 국민의 마음을 담은 안개꽃과 그 해 거리에서 건네졌던 카네이션과 장미를 무명손수건으로 감싸 만든 꽃다발을 헌화했다"고 설명했다.
무명손수건과 관련해선 "항쟁 당시 최루탄 속에서 서로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휴대했던 그 때의 기억을 되살린 것"이라며 "역사를 전진시킨 평범한 국민들을 상징하는 무명천으로 만들었다"고 부연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인 지선 스님은 과거 자신이 조사실에서 겪었던 경험과 심정 등에 대해 회고했고, 문 대통령은 박종철 열사를 고문했던 욕조에서 손을 떼지 못한 채 그 설명을 청취했다.
지선 스님의 설명을 듣던 김 여사는 "어휴"라고 한숨을 연거푸 내쉬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설명 도중에는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 공간을 민주 인권을 기념하는 공간으로 만든 데 대해서도 언급하며 "큰 용기"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헌화를 마치고 나오면서 민갑룡 경찰청장에 "이 장소를 민주인권 기념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제공해 주시고, 또 어제는 공개적으로 사과 말씀도 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이에 민 청장은 "이곳을 경찰의 역사 순례길로 지정해 가지고 새로 경찰이 된 모든 사람들이 반성하고 성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민 청장은 전날 고 이한열 열사 추모식에 참석해 이 열사 유족에게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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