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증상 전파 드물다는 WHO 또 헛발질…전문가 "상당히 비과학적"

기사등록 2020/06/09 18:00:00

국내 확진자 중 약 30%가 무증상자

방역당국도 "증상 발현 전 감염돼"

젊은층 외출 자극 등 역효과 우려도

"무증상 감염 이미 정설…신중해야"

[청주=뉴시스]강종민 기자 =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이 지난 5일 오후 충북 청주 질병관리본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발생 현황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2020.06.05. ppkjm@newsis.com
[서울=뉴시스] 구무서 김정현 기자 = 국제적 보건 위기 상황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무증상 감염자에 의해 전파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국내 방역당국도 코로나19 무증상 전파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추적조사를 한다고 못 박은 데다, 전문가들도 이번 WHO 발표가 "비과학적"이라고 비판했다. WHO 발표는 자칫 무증상 감염 상태일 수 있는 젊은층의 외출 활동을 더욱 자극하는 등 역효과가 초래될 수 있다.  

마리아 반 케르코브 WHO 신종 및 동물성질병 팀장은 현지시간 8일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가진 자료로 볼 때, 무증상 환자가 다른 개인에게 실제 전파를 하는 사례는 아직 드문 것 같다(But from the data we have, it’s still seems to be rare that an asymptomatic person actually transmits onward to a secondary individual)"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여러 국가의 보고서를 보유하고 연락을 받고 있으며 2차 전파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 중 많은 부분이 문헌에 출판되지 않았다. 무증상자가 실제로 전파를 하는 것은 여전히 드문 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우리가 정말 집중하고 싶은 것은 증상을 따라가는 것"이라며 "호흡기 병원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격리하고 검역하면 상황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국내에서는 전체 확진환자 중 25~30%가 무증상 감염자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만 해도 방문판매 업체 리치웨이를 방문했다가 감염돼 중국동포교회 쉼터에서 발견된 첫 확진자가 무증상자였다. 이 곳에서는 36명 전수검사 결과 8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지난 2일 기준 수도권 개척교회 소모임에서 발생한 24명의 확진자 중 71%인 17명이 무증상 감염자다. 이 교회 관련 확진자는 9일 기준 88명이다.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도 5월9일 기준 27명의 환자 중 30%가 무증상자다.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는 9일 현재 277명까지 늘었다.

국내에서도 초창기 코로나19의 특성을 잘 몰랐을 때 무증상 감염의 가능성이 낮다고 봤지만 현재는 비중을 높게 평가해 대응책을 실시 중이다. 서울시는 매주 일반시민을 상대로 1000명씩 무료로 코로나19 선제검사를 실시하기로 했으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기숙사와 요양병원, 요양시설, 군입대 장병 등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권준욱 질병관리본부 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9일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저희 방역당국으로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무증상이라 하더라도 어쨌든 전파를 일으키기 때문에 전파경로를 추적조사하는 것"이라며 "무증상 이외에 소위 증상 발현 전에도 코로나19는 감염을 시키기 때문에 이 부분이 다 코로나19가 이제까지 우리가 접했던 다른 어떤 병원체보다도 전 세계적인 유행을 일으키는 매우 큰 특징"이라고 말했다.

무증상 감염자의 전파력이 낮다는 WHO의 입장은 자칫 인구 이동을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무증상 비율이 높은 젊은층의 경우 증상이 없으면 설령 감염이 됐더라도 전파를 시킬 가능성이 낮으니 활동을 자제하지 않아도 된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국제사회에서 보건문제와 관련해 수장 역할을 해야 하는 WHO의 아쉬운 행보는 과거에도 있었다.

WHO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사용이 사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공개되자 임상시험을 중단했다가 전문가 권고가 있었다며 재개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지난 2월에는 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pandemic)은 아니라고 했다고 확진자가 10만명에 달하자 3월12일에서야 팬데믹 선언을 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증상 시작 전 2~3일 사이에 전파 사례가 많다는 것은 논문을 통해 정설이 돼있는 상황"이라며 "물론 증상이 시작돼 바이러스가 많이 나올 때보다는 전파력이 낮은 게 사실이지만 드물다는 표현은 상당히 비과학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세계적인 전문가들이 모여 있는 곳인데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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