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 서선영 교수, 예멘 난민 경험·이동성 제한 영향 분석
서선영 충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5일 오전 제주대학교 인문대학 진앙현석관에서 열린 제주대 탐라문화연구원 학술대회에서 ‘(비)이동성의 정치 : 예멘 출신 난민 신청자들의 제주에서의 경험연구’를 발표했다.
서 교수는 2018년 7월부터 예멘 출신 난민들의 제주도 내 숙소와 일터, 일상 생활공간에서의 참여관찰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예멘 난민 12명(남성 11명·여성 1명)의 인터뷰를 통해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분석했다.
서 교수에 따르면 법무부의 예멘 난민에 대한 출도제한조치 이후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반 난민·반 이슬람 정서, 난민들에 대한 불안과 공포 등으로 제주 도내에서도 이동이 제한됐다. 또 공공장소에서 ‘보이지 않는 존재’로 강요받았다.
국가기관은 위협적인 존재로 여겨지는 예멘 난민을 대처하기 위해 강압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출입국관리소와 같은 정부기관과 비정부 단체들이 예멘 난민들의 이동을 제한하는 규범을 만들고, 규제했다.
이에 따라 예멘 난민들은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한국의 예절을 교육받았다. 또 몰려다니거나 싸우지 않아야 하며, 특히 여성에게 말을 걸지 않도록 배웠다.
쉼터에서는 사고방식과 태도, 행동양식의 제한을 겪었다.
낮 동안 야외활동이 제한돼 쉼터에서 생활해야 했던 예멘 난민들은 도민들의 눈을 피해 밤에 활동했다. 하지만 ‘무섭다’는 시민들의 반응이 나오자 밤 9시 이후부터는 쉼터 밖에 나갈 수가 없었다. 더욱이 공공장소에서는 폭력의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기도 했다.
예멘 난민들은 한국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자신의 행동을 규제하는 등 ‘도덕적 주체 형성’을 하게 된다.
연구에 참여한 한 예멘 난민은 “농가에서 일하며 고용주에게 폭력을 당했지만, (예멘인 중) 한 명이라도 문제를 일으키면 제주에 있는 예멘인 466명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어 참았다”고 진술했다.
예멘 난민들의 사고와 행동의 변화로 인해 시민들과의 접촉과 만남을 통해 연결성을 찾게 됐고, 예멘 난민들인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단계로 발전했다.
호텔과 편의점, 병원 등에서 만난 시민들이 점차 예멘인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며 난민에 대한 태도가 변하기 시작했다.
한 초등학생은 예멘 난민에게 영어수업을 받았으며, 상점을 운영하는 할머니는 명절인 추석에 송편을 나눠 주기도 했다. 난민들에게 일자리를 소개해준 시민도 있었다.
서선영 교수는 “현재 예멘 출신 난민들이 전국 곳곳에 있는 직업소개소로 이동해 생활하고 있고, 제주에도 100명 이상이 거주하고 있다”며 “예멘 난민들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지속해서 이동성의 정치 연구를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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