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면성 가진 데이터, 보안 우려 여전
금융회사, 판매 위해 사전 준비 필요
"대표성 데이터 찾고 스토리 입혀야"
관련 업계, 시행령 확정 앞두고 긴장
금융데이터 거래소를 구축하는데 기여한 김영기 금융보안원장의 말이다. 거래소 출범으로 데이터 활용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데이터 유출 등 보안 우려가 여전한 것도 사실이다. 하반기 데이터전문기관 지정을 앞두고 있는데, 이들 기관이 담당하는 데이터 결합 과정에서 프라이버시 보호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금융보안원은 이 과정에서 거래소가 데이터 결합, 가격 체계, 분석 도구, 유통데이터 표준화, 암호화 송수신 등 역할을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돕는다.
김 원장은 "금융회사들이 데이터를 판다고 해서 바로 팔 수 있는 건 아니고 표준화작업을 해야 한다"며 "정제해서 필요한 양식에 맞게 올리고 데이터가 오갈 때도 암호화된 기술로 이뤄져서 각 회사들도 내부적으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거래소 활성화되려면…양질 데이터 집적, 재생산
김 원장은 금융데이터 거래소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일단 방대한 데이터와 고품질 상품이 등록돼야 수요자도 다양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걸어다니는 것도, 차를 타는 것도 모아놓으면 다 데이터가 된다. 우리 일상생활 모든 게 다 데이터고 데이터가 돈이 되는 세상이 왔다"며 "유통을 위한 생태계가 갖춰지고 활성화되는 게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흩어진 정보를 모아 새로운 스토리를 만드는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학배 연세대 통계데이터사이언스학과 교수(연세·IBM 사업단장)는 "구글이 전세계에 존재하는 정보 2%로 세계적인 기업이 됐다. 이제까지 놓쳐버린 데이터들로 할 수 있는게 다양한데, 데이터화를 못 시킨 것"이라며 "비지니스 관점보다는 엔지니어적, 인문학적 관점으로 보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10년 전에는 이메일을 전자우편이라고 했고, 재판에서 증거로 채택하는 데 있어 신임을 못받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이제는 기계로 대화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김철기 신한은행 빅데이터센터 본부장도 당장의 수익을 내기 위한 비지니스로 접근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내부적으로 은행의 코어(핵심)데이터는 뭐냐는 질문을 많이 했다"며 "데이터산업이 활성화돼서 (우리 데이터를) 다른 업종에 보였을 때 좋은 스토리가 나올까. 또는 기존 고객들에게 어떻게 하면 좋은 상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었다"고 언급했다.
금융회사들이 다른 업종 데이터와의 결합으로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대표성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는 게 우선이라고도 했다. 김 본부장은 "운좋게도 신한은행은 일찍부터 데이터사업을 준비하면서 통계자료 등을 보고 대표성을 갖췄다는 걸 확인했는데, 그렇지 않은 금융회사는 당장 데이터 거래에 뛰어들기 힘들 수 있다"며 "대형 은행이나 지역 거점 은행이 보유한 데이터는 각각 대표성이 있기 때문에 은행끼리 결합하는 것보다 다른 업종과 결합하는게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오는 8월 데이터3법 시행을 앞두고 긴장하고 있다. 관건은 시행령이다. 법에서 큰 틀을 정하고 구체적인 규제 범위는 시행령에서 정해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3법이 통과됐더라도 시행령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하나 마나 할 것"이라며 "핀테크업체들을 비롯해 관심 기업들이 일단 시행령이 확정될 때까지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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