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당직 인선 '쇄신' 방점…당 장악력도 필요
당내 역학관계 이용해 다선 불만 잠재울지 관심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내정자가 내놓을 인선안은 쇄신에 방점을 두겠지만, 당내 역학관계를 얼마나 잘 이용하느냐에 따라 본인 리더십은 물론 당내 반(反)김종인 세력을 장악하는데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사실상 인선안이 김 내정자가 구상하는 당의 권력지형 밑그림이 될 공산이 크다.
통합당은 27일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를 차례로 열고 임기 관련 당헌당규 개정 등을 통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안을 추인한다. 그 다음 절차로 '김종인표 비대위' 인선도 곧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당 내외 인사 9명으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은 비대위에는 통상 당연직으로 참여하는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을 비롯해 초·재선 의원 중 각 1명씩 참여하는 점을 감안하면 나머지 비대위원 자리는 청년과 전문가가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초선 중에서는 김웅·황보승희·김미애·박수영·김병욱 당선자 등이 자주 거론되고, 재선에선 김성원·류성걸·이양수 의원 등이 유력한 후보군을 형성하고 있다.
김 내정자는 당의 '간판'인 비대위에는 개혁 성향의 인물을 배치해 대외적으로 쇄신 의지를 천명하되, 당 사무총장과 여의도연구원장, 비서실장, 대변인 등 주요 당직 인사에선 김 내정자의 측근이나 당내 역학 관계를 고려해 배치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렇게 되면 당 내에 자연스럽게 '가신집단'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당 안팎에서는 김종인 비대위 출범으로 친박 출신이나 중진 의원들에게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는 김종인 비대위 출범으로 중도 색채가 강화될 것을 우려해 전반적으로 당 내에서 보수 성향이 강한 친박계 출신 인사들의 거부감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특히 4·15총선 공천에서도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많이 받은 만큼 친박 출신들이 외부 인사가 전권을 갖고 비대위를 운영할 경우 당 내에서 자신들의 입지가 더 줄어들 가능성을 우려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당 내에서 초·재선에 비해 중진 의원들이 상대적으로 '김종인 비대위'에 비토 목소리를 크게 냈던 점도 김 내정자는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마침 통합당 3선 의원들도 김종인 비대위 추인을 하루 앞둔 26일 국회에 모여 비공개 모임을 가졌다. 참석자들은 이날 모임 성격에 대해 당 지도체제 등에 대한 논의보다는 앞으로 친목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선을 그었으나 김종인 비대위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았을 개연성이 낮지 않다.
김종인 내정자를 대체할 만한 '플랜B'가 없을 만큼 통합당이 극심한 인물난을 겪고 있는데다, 비대위 출범으로 당분간 당권 주자는 물론 차기 대권주자들의 운신 폭도 좁아질 수밖에 없어 김 내정자가 당내 역학관계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비대위에 실려질 힘이 좌우될 수도 있다. 역으로 김 내정자가 특정 그룹을 배제하거나 한쪽으로 치우친 인사 대신 계파나 정치적 성향을 안배한 '탕평책'을 쓰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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