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 심화에 韓선택 압박 심화 우려 목소리
美국무부, '中 견제' 경제블록 EPN 구축 "한국과 논의"
"지난해 외교전략조정회의 출범해 두 차례 회의"
신종 코로나아비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책임론에서 비롯된 미중 갈등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추가 제재에 이어 중국기업을 겨냥한 미국의 '외국기업 책임법' 등으로 심화하면서 한국을 향한 선택 압박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것과 관련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며 "관련 실국에서 면밀히 주시하고, 대응 방안 등도 내부적으로 마련하고, 준비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이어 "필요한 사항들은 재외공관에 지시해 추가 사항도 파악하고 있다"며 "지난해 외교전략조정회의를 출범시켜 4~5개월 단위로 두 차례 개최했다. (미중 갈등도) 외교전략조정회의에서 논의하고, 검토하는 사항으로 조정회의를 가동하기 위한 여러 가지 준비 작업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정회의에는 외교부 뿐만 아니라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일부, 국방부, 산업부 등 15개 관계부처 및 국립외교원과 학계, 경제계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의 민간 인사들이 참여한다. 지난해 7월과 12월 두 차례 회의를 진행했으며, 올해 회의가 열리면 미중 경쟁 속에서 당면 과제를 검토하고,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중국은 즉각 중단을 요구하며 강력한 보복 조치를 예고했다. 중국 상무부는 17일 "중국은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해 중국 기업의 합법적인 권익을 단호하게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관영언론 환추시보에 따르면 중국의 반격 조치로 애플, 퀄컴, 시스코 등 미 기업에 대한 중국 내 제한 및 조사, 보잉 항공기 구매 중단 등이 거론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공세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홍콩과 대만, 남중국해 등 문제를 거론한 데 이어 20일(현지시간) 국무부 브리핑에서는 중국을 "악랄한 독재정권"으로 규정하고, 코로나19 퇴치를 위한 20억 달러의 공여에 대해 "쥐꼬리(paltry)"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중국의 어떤 미친 인간(wacko)이 수십만 명을 죽인 바이러스에 대해 중국 빼고 모두를 탓하는 성명을 막 발표했다"며 "이 멍청이(dope)에게 전 세계적 대량 살상을 일으킨 건 다른 게 아니라 '중국의 무능'이라고 제발 설명해 달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이처럼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에 선택을 강요하는 미국과 중국의 요구도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 미 국무부는 세계 경제 패권 경쟁에서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한 미국 중심 경제 블록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Economic Prosperity Network)' 구축과 관련해 한국과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국무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키스 크라크 경제차관은 20일(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미디어허브 특별전화브리핑에서 EPN 구축 관련 한국의 역할 및 참여 여부에 관한 질문에 "미국, 한국 등 국가의 연합을 위한 EPN 이니셔티브에 관해 대화했다"며 "위대한 기회를 한국과 함께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중국은 미중 갈등 국면에서 미국 편에 선 호주에 대해 경제 보복 조치를 취하며 경고음을 높이고 있다. 중국은 코로나19 발원에 대한 국제 조사를 제안한 호주에 반덤핑 관세를 5년간 부과키로 했다. 아울러 호주산 소고기와 와인 수입 문제를 거론하며 경제적 보복 조치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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