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기억법'은 과잉기억증후군에 걸린 차세대 앵커 '이정훈'(김동욱)과 삶의 중요한 시간을 망각한 이슈 메이커 '여하진'(문가영)의 로맨스다. 김동욱이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으로 지난해 MBC 연기대상을 수상한 후 복귀하는 작품으로 기대를 모았다. 키이스트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어서 '끼워넣기'라는 오해를 받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다.
"하하하. 동욱 오빠가 출연을 결정하기 전에 내가 먼저 캐스팅됐다. '그 남자의 기억법'은 운명처럼 만났다. 오현종 PD님도 흔한 캐스팅은 아니라고 하더라. 보통 남녀 주인공의 밸런스를 고려해서 결정하지 않나. 오 PD님이 처음 만났을 때부터 예쁘게 봐줬다. 어떠한 고민없이 '함께 해달라'고 손을 내밀어줬고, 함께 할 남자 주인공을 기다렸다. 오빠가 대상 받기 전에 이미 촬영 중이어서 스태프들과 한 마음 한 뜻으로 응원했다. (끼워넣기라는)오해가 많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작품과 캐릭터로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해 신경쓰지 않았다."
하진은 걸치기만 하면 모조리 완판 행진을 기록한 SNS스타다. 하루에도 몇 번씩 소신있는 발언으로 대중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톱스타들을 내세운 작품을 참고하면 오히려 "원래 하진의 캐릭터가 변형될 것 같았다"며 "실제 내 모습이 가장 많이 투영됐다. 밝고 긍정적이고 주체적인 모습이 비슷하다. 현장 분위기가 워낙 좋아서 애드리브도 편안하게 하고 자연스럽게 내 모습이 묻어나왔다"고 귀띔했다.
극 초반 안하무인 톱스타 '고유라'(유라)와 신경전을 벌였다. 유라는 하진을 견제하기 위해 같은 의상으로 바꿔 입고 현장에 나타났다. "실제로 이런 경험을 한 적은 없다"면서도 "오 PD님은 '여배우들끼리 같은 옷을 입고 신경전을 벌이는 걸 본 적이 있다'고 하더라. 남배우들도 이러는 경우가 있지 않을까. 난 하진이처럼 옷을 갈아 입는 성격이다. 누군가와 맞서는 걸 두려워해서 내가 갈아입을 것"이라며 웃었다.
'그 남자의 기억법'은 2~4%대로 시청률은 낮았지만, 체감 인기는 높았다. 김동욱과 문가영은 실제 연인 같은 케미스트리를 뽐냈고, '기억커플'이라는 애칭도 얻었다.특히 문가영은 하진의 SNS를 따로 개설해 팬들과 소통했다.
문가영은 "직업적인 영향이 컸던 것 같다. 정훈은 앵커, 하진은 SNS스타이다 보니 팬덤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줬다"며 "팬들이 사진을 예쁘게 합성해주고 청첩장까지 만들어줘서 놀랐다. 그 시대에 사는 사람들처럼 하진이를 응원해줘서 힘이 됐다"고 전했다.
"김혜수 선배도 '하이에나'의 '정금자' SNS 계정을 만들지 않았나. 고민하다가 만들었는데 보는 분들이 재미있어해서 기뻤다"며 "예상한 것보다 넘치는 사랑을 받았다. 배우 문가영뿐만 아니라 하진이로서도 사랑을 많이 받아서 감사하다. 팬덤이 2개 생긴 것처럼 사랑을 2배로 받은 것 같다"고 했다.
"오빠를 정말 좋아하고 존경한다"며 "많이 배웠다. 난 안 나오고 오빠 바스트만 찍는 신도 모니터링할 정도였다. 오빠에게 있는 여유로움이 나에게 좋은 기운을 준다. 촬영 끝나고 '다음 번에 또 같이 하게 되면 더 잘하겠다'고 했다. 다행히 오빠가 '싫어'라고는 안 하더라"면서 좋아했다.
정은은 아픔을 계속 기억한다면, 하진은 상처를 잊어버리는 타입이다. 실제로 문가영은 정은에 더 가깝다. "과거의 상처를 되새김질해 계속 기억하려고 한다. 새로운 감정이 들면 인식해서 '언젠가 써먹어야지'라며 저장해둔다"면서 "정은처럼 모든 걸 기억하면 괴롭지 않을까. 아무리 힘들어도 시간이 지나지면 무뎌진다고 하지 않나. 잊어버리는 것도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독일에서 태어나 자랐고, 11세부터 연기를 시작했다. 물리학자인 아버지와 음악가인 어머니 영향 덕분인지 사회이슈 전반에 관심이 많다. 평소 고전 문학·철학·인문학 책을 즐겨 보고, SNS를 통해 '페미니스트'라고 공공연히 밝혔다. 최근에는 '텔레그램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공개를 원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4·16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방식도 남다르다. 매년 노란색 리본으로 머리를 묶고 희생자들을 애도한다.
"tvN 시사교양물 '요즘 책방'에서 사적인 문가영을 조금 보여준 것처럼 내 관심사다. 사회환경에 관심이 많은 건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부모님의 영향일 수도 있다. 민감한 문제일 수 있지만, 난 맞다고 생각해 SNS에 올린다.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지만, 지금의 문가영이 옳다고 생각하니까. 내 성격상 100번, 1000번 되새기고 올려서 아직까지 후회한 적은 없다."
문가영은 외국어 실력도 유창하다. 한국어, 영어, 독일어까지 3개국어가 가능한 만큼 해외 진출도 욕심날 법도 하다.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 '꼭 해외 나가야지'라기보다 우선 국내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기회가 오면 마다하지 않을 거다. 아직은 국내에서도 안정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예전에는 많은 작품에 출연하고 싶었는데, 어느 순간 내 나이에 맞는 기록을 남기고 싶더라. '그 남자의 기억법'에 스물다섯 살 문가영을 남긴 것처럼 말이다. '꼭 정반대 장르를 해야지'라기보다 같은 로코물이라도 내 나이에 맞고, 잘 담길 수 있는 작품을 하는 게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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