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장준하 선생, 유신헌법 개정 운동
긴급조치 1호 최초 위반으로 수감 생활
유족 5명에 총 7억8000만원 배상 판결
13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부장판사 김형석)는 장 선생의 유족 5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가 이들에게 총 7억8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장 선생은 1973년께부터 재야인사, 종교인, 지식인 및 청년들과 함께 '개헌청원 100만인 서명운동'을 추진하는 등 유신헌법을 개정하기 위해 힘써온 인물이다.
장 선생은 1974년 1월13일 긴급조치 1호의 최초 위반자로 영장없이 체포·구금돼 조사를 받은 뒤 10여일만인 같은달 25일 재판에 넘겨졌다.
유죄가 곧바로 인정된 장 선생은 1심에서 징역 15년, 자격정지 15년을 선고받고, 항소심을 거쳐 1974년 8월 상고기각으로 형을 확정받았다.
수감생활을 하던 장 선생은 그해 12월3일 병 보석에 따른 형 집행정지로 석방된 후 1975년 경기도 포천 약사봉에서 숨진 채 발견됐으나 아직까지 명확한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장 선생의 유족이 2009년 청구한 재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은 2013년 "긴급조치 1호가 당초부터 위헌이자 무효"라며 장 선생에 대한 무죄를 선고했다. 이어 대법원도 2010년 긴급조치 1호가 위헌이자 무효라고 판단했고, 헌법재판소도 2013년 위헌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긴급조치 피해자들에 대해 법원은 그동안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인 2015년 대법원이 "유신헌법에 따른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 행위"라며 "국민 개개인에 대해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후 많은 판례들이 이 대법원 판결을 따랐으나 이번 재판에서 해석이 바뀌었다.
재판부는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령행위는 그에 대한 수사, 재판, 형의 집행을 당연히 예정하고 있는데, 발령행위 자체만을 판단하여 정치적 책임만을 진다고 할 수 없다"며 "실제로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어 이는 정의관념에도 반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대통령이 고의로 위헌·무효인 긴급조치를 발령하고 수사기관 등을 이용해 위법행위를 한 경우 피해를 입은 국민이 국가에 책임을 물수 있다"며 "실제 피해를 입은 장 선생에 대한 수사, 재판, 징역형 집행은 모두 헌법에 반하는 위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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