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 등록 선수 15%가 동명이인…211명에 달해
이정은6, 정회원 6번째로 등록해 '핫식스' 별명 얻어
프로야구 LG 이승호 vs SK 이승호 2차례 '맞대결'
9회말을 앞두고 7-0으로 크게 앞선 롯데는 장충고를 졸업한 신인투수 김현수(현재는 KIA)를 마운드에 올렸다. 공교롭게도 투수 김현수가 처음 상대한 타자는 LG의 간판인 김현수.
김현수와 김현수의 대결은 초구를 받아쳐 중전 안타를 뽑아낸 타자 김현수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아쉬움에 고개를 숙인 이와 당당히 1루로 향한 이 모두 김현수였다.
동명이인(同名異人). 같은 이름을 가진 다른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프로스포츠에서 동명이인 선수들을 찾는 것은 더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니다. 종목을 막론하고 같은 이름의 적잖은 선수들이 활동했거나 현재 뛰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여자골프다. 전성기를 구가하는 나이대가 비슷하고 회원수가 많은 탓인지 이름이 동일한 선수들을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현재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협회에 등록된 정회원 중 동명이인은 무려 211명에 이른다. 전체 회원 1300명 가량 중 15%에 이르는 이들의 이름이 같다는 의미다.
KLPGA는 동명이인 선수의 증가에 따른 혼란 방지를 위해 다양한 방편을 마련했다.
정회원의 경우 등록 순서에 따라 이름 옆에 숫자를 붙여 선수들을 구분한다. 동명이인이 정회원으로 등록될 때마다 최나연, 최나연2, 최나연3 같은 방식으로 늘어난다.
준회원은 알파벳 대문자를, 티칭회원은 알파벳 소문자로 차별화를 둔다. 응시생들은 이름 뒤 생년월을 표기한다.
이정은6은 6번째로 KLPGA 투어에 등록한 덕분(?)에 팬들로부터 '핫식스'라는 기분 좋은 별명을 얻었다. 만일 그의 순서가 6번째 아니었다면 '핫식스'는 탄생하지 않았거나 다른 이정은의 차지가 됐을 것이다.
김민선5에는 숨은 비화가 있다. 사실 김민선5는 KLPGA에 등록된 4번째 김민선이다. 하지만 뒤에 4가 붙는 것이 꺼림칙하다면서 김민선5로 그린 위를 누비고 있다. KLPGA에 김민선4라는 선수는 없다.
2017년에는 5월 E1 채리티 오픈을 시작으로 6월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까지 5개 대회 연속 '지현'이라는 이름의 선수가 우승을 차지했다. 김지현1이 2승, 김지현2와 이지현, 오지현이 각각 1승씩을 챙기면서 '지현시대'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앞서 언급했듯 38년 역사를 지닌 프로야구에서는 동명이인 맞대결이 여러차례 나왔다. 2011년 4월10일 삼성 타자 이영욱은 SK 투수 이영욱을 상대로 쓰리런 아치를 그려냈다. 이는 프로야구 최초 동명이인 투타 맞대결로 기록됐다.
1996년 5월14일 무등구장에서 마주한 OB베어스와 해태 타이거즈는 나란히 김상진을 선발 투수로 내보냈다. 두 명의 김상진은 1997년 6월22일 잠실로 자리를 옮겨 다시 한 번 격돌했다. 해태 김상진이 두 번 모두 승리투수가 됐다.
2003년 7월1일과 2004년 5월11일 LG와 SK전 선발투수는 둘 다 이승호였다. 2003년에는 LG 이승호가 이겼고, 2004년에는 7⅓이닝을 4피안타 1실점으로 막은 SK 이승호가 웃었다.
두 차례 서로를 상대했던 LG 이승호와 SK 이승호는 2004년 8월12일 각각 한화 이글스와 현대 유니콘스를 제물로 같은 날 승리를 맛봤다.
1982년 KBO리그가 출범한 이래 동명이인 선발 투수가 같은 날 승리투수로 등재된 것은 이때가 유일하다.
KIA 타이거즈 타자 박찬호는 메이저리거 '코리안 특급' 박찬호의 이름 덕에 항상 관심을 모은다. 이밖에 우완투수 이상훈, 포수 김광현, 내야수 김태균 등도 동명이인으로 화제를 모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를 이겨내고 지난 8일 막을 올린 2020시즌 프로축구 K리그에는 ‘지훈’이와 ‘민규’라는 이름이 가장 많다.
강원FC 강지훈과 조지훈, 포항 스틸러스 노지훈, 대전 시티즌 김지훈, 수원FC 이지훈, 안산 그리너스 이지훈, 전남 드래곤즈 신지훈 등 총 7명의 ‘지훈’이가 그라운드를 누빈다.
등록된 777명 중 48명은 동명이인이다. 김민혁과 이상민이 3명씩 존재하고, 이근호(울산과 상주), 이용(전북과 수원FC), 김태환(울산과 수원 삼성) 등도 2명씩 있다.
우리만큼 흔하지는 않지만 외국 선수들 중에서도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이들이 제법 존재한다.
세르비아 출신 축구선수 네마냐 밀레티치는 2017년부터 2년 가량 세르비아리그 파르티잔이라는 팀에서 함께 뛰었다.
두 선수는 이름의 알파벳과 출생 연도(1991년)까지 같다. 동료들은 두 선수 아버지 이름에서 착안해 한 명을 '네마냐G', 또 다른 한 명을 '네마냐R'이라고 불렀다.
2018년 9월14일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던 브래들리 스토크라는 이름의 선수는 취미 삼아 축구팀에 가입하기로 결정한다.
그가 택한 팀은 14부리그격인 브리스톨 프리미어 콤비네이션 소속의 브래들리 스토크 타운FC였다. 아마추어 선수 브래들리 스토크가 아마추어팀 브래들리 스토크 입단을 택한 것은 본인의 이름과 같다는 이유 하나 때문이었다.
그는 "브래들리 스토크라는 지역이 있다는 것을 알고 같은 이름의 축구팀이 있는지 구글로 검색해봤다"고 말했다.
팀의 소셜 미디어 담당자인 해리 아이작스는 "(팀과 이름이 같다는 것이) 믿기 어려워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했었다"고 회상했다.
어리둥절하다는 동료들의 반응 속에 입단에 성공한 브래들리 스토크(선수)는 금세 브래들리 스토크(팀)의 주전 센터백으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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