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우먼 출신인 김주연(28)은 당당하게 말한다. "뚱뚱해도 특별할 수 있다"고. 유튜브 채널 '일주어터'를 운영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에서 뚱뚱한 여자로 살기 쉽지 않지만, 위축될 필요도 없다. 즐겁게 다이어트를 하며 주위 사람들에게 '해피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게 목표다.
"'내가 남들보다 특별한 게 뭘까?' 생각해봤는데 살찐 거더라. 남들처럼 많이 못 먹어서 '먹방'은 재미없을 것 같았다. 살찐 거를 이용해 '다이어트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대부분의 다이어트 채널은 얼굴이 안 나오거나 마른 분들이 많더라. 진짜 뚱뚱한 사람이 다이어트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개그를 하며 이미 많이 내려놔서 얼굴을 공개하고 몸무게를 밝히는 데 부끄러움이 없었다. 110㎏에 시작해서 현재 97㎏이다. 다들 다이어트 시작할 때마다 몸무게가 똑같다고 하는데 일주일 다이어트하고 일주일 쉬어서 그렇다. 자세히 보면 700g 정도 차이가 난다.(웃음)"
일주어터는 일주일마다 다른 다이어트에 도전하는 일상을 공개하는 채널이다. 지난해 9월 처음으로 '아이유 다이어트' 영상을 올린 후 6개월여 만에 구독자 10만명을 돌파했다. 1일1식, 상상·덴마트·GM·자연식물식 다이어트를 비롯해 '일주일 동안 닭가슴살만 먹기' '서브웨이만 먹기' '일주일간 삼겹살만 먹으면 살이 빠질까?' 등 다양한 실험을 했다.
다이어트 채널이지만 '하루에 10000㎉ 먹기' 영상이 조회수 약 90만회로 가장 인기가 많다. 가장 좋아하는 영상으로는 '상상 다이어트'를 꼽았다. '살을 뺀 후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상상하면 다이어트 효과가 5배 좋아진다'는 연구 결과 증명을 시도했다. 소아비만 출신이라서 단 한 번도 날씬했던 적이 없다며 살 빠졌을 때를 계속 상상했지만, 몸무게가 계속 늘어 웃음을 줬다.
"초반에 올려서 조회수는 높지 않았지만, 정말 재미있었다. 혼자 편집하면서도 웃음을 못 참았다"며 "일주일 동안 영화배우 마일리 사이러스의 다리 운동을 한 영상은 아쉬웠다. 댓글 중에 눈에 띄면 바로 하는 편인데, 내가 따라한 영상 속 인물은 마일리 사이러스가 아니었더라. '그 언니 독하다'고 했는데, 마일리 사이러스의 트레이너였다. 철저하지 못했고 '좀 더 연구해서 찍어야겠다'고 반성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다이어트를 하며 중간에 포기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뚱뚱한 사람들을 대표해 피해를 주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포기해버리면 '저러니 뚱뚱한 거다'라고 할 것 같았다"며 "물론 마른 사람보다 게으를 순 있지만, 뚱뚱한 사람들이 모두 의지 없다고 선입견을 갖게 하는 게 싫었다"고 강조했다.
개그우먼 출신답게 웃음 포인트를 살려 편집해 다른 채널과 차별화했다. 특유의 귀여운 표정과 능청스러운 미소가 압권이다. "'개그 채널인지, 다이어트 채널인지 헷갈린다'고 하는데 어떤 경로로든 웃음을 줄 수 있어서 만족한다"며 "어떤 분이 어머니가 항암 치료 중인데 내 영상을 보고 웃었다고 하더라. 여성들은 한 번씩 다이어트를 하니 그 때 느끼는 감정을 많이 공감해주는 것 같다. 내가 여기서 조금만 더 예뻤으면 사람들이 별로 안 좋아했을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할 생각은 없다. 살을 빼면 좋겠지만 "비만으로 인해 병에 걸리거나 몸이 안 좋았던 적은 없어서 지금처럼 조금씩 뺄 생각이다. 6개월간 10㎏ 정도 빠졌는데 현재 목표는 85㎏이다. 다들 내가 '홀쭉이'가 될까봐 걱정하는데 그런 걱정은 전혀 안 해도 된다"며 웃었다.
초심을 잃지 않고 싶다. 이제 유튜브 수익만으로 생활이 가능하지만, 여전히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물론 회계사인 친언니가 '너 더 유명해지면 내가 재무 관리해줄게'라고 해 어깨의 짐이 무거워진 것은 사실이다.
김주연은 "마이크를 살까 고민했는데 안 사려고 한다. 직접 편집해서 서툴지만 지금처럼 거친 느낌을 좋아해주는 것 같다. 알바도 계속 할 것"이라며 "반발할 수 있는데 '콜라를 일주일 동안 먹으면 어떻게 될까' 등 다양한 실험을 해보고 싶다. 아직은 다이어트를 계속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구독자가 더 늘기를 바라지도 않고, 이대로 유지됐으면 좋겠다. 뭘 하든 내 편이 있다고 생각하니 든든하다"고 털어놓았다.
김주연은 2011년 tvN 오디션 프로그램 '코리아 갓 탤런트'(코갓탤)로 처음 얼굴을 알렸다. 친구인 이승하(28)와 함께 '아이유브이'라는 팀으로 출연, 립싱크 개그를 선보였다.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에서 장재인과 김지수가 부른 '신데렐라'에 맞춘 다양한 표정 개그로 웃음을 줬다.
'코갓탤'에서 최종 3위를 한 뒤 소니뮤직코리아와 계약을 맺었다. '오빠 좀 짱인 듯' '내 꿈은 개그맨' '수포자 해법왔송' '여기 와썹' 등 앨범도 발매했지만 이후 활동이 뜸했다.
"'코갓탤'로 인생이 바뀌었다. PD가 되고 싶어서 고3 때 공부만 했는데, 장난삼아 립싱크한 영상을 친구가 디카로 찍은 뒤 유튜브에 올렸더라. 그걸 보고 '코갓탤'에서 연락이 와 출연하게 됐다. 이미 '코갓탤' 나가기 전에 립싱크 개그를 너무 많이 해 전혀 떨리지 않았다. 결승을 앞두고 다들 합숙하며 연습하는데 우리는 할 게 없었다. 최종 3위를 해 '코갓탤' 판권을 사온 소니뮤직코리아와 5년 계약을 했지만 4년간 방치됐다. 연예인이고 뭐고 대학생활이 더 재미있더라. 심사위원인 박칼린 선생님이 대학 갈 때 추천서도 써줘서 감사했다."
"'코빅'에는 박나래, 장도연 등 유명한 선배들 밑에 4~5년차 중고 신인들이 많다. 난 그 선배들을 뛰어 넘을 능력도 성격도 안 됐다"며 "난 운이 좋아서 개그를 한거다. 내 능력에 비해 너무 쉽게 데뷔했고, 해볼 수 있는건 다 해봐서 미련이 없다. 지금이 훨씬 더 자유롭게 개그를 하는 것 같다"고 겸손해했다.
유튜버가 되고 싶은 이들에게 조언도 잊지 않았다."다들 유튜브 시작하려고 하면 '카메라, 조명 뭐 사지?'부터 생각하더라. 난 현재 사용 중인 '아이폰10X'로 찍고 있다. 편집하는 방법은 유튜브에서 검색해 독학했다. 요즘 핸드폰 화질 좋으니 본인이 가진 폰으로 일단 찍어서 올려봤으면 좋겠다.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일단 저질러야 한다.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 하하."
◎공감언론 뉴시스 plai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