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대 사격장 탄환, 골프장 날아갔을 가능성
2017년 9월 철원 6사단 일병 유탄에 두부 총상
군 사격훈련장에 대한 주민 불만, 민원 커질 듯
군도 "실전에 가까운 사격훈련장 부족하다" 호소
24일 육군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 4시40분께 전남 담양군 한 골프장에서 20대 여성 A씨가 머리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외상을 입고 쓰러졌다.
병원으로 옮겨진 A씨는 외과 수술을 받았으며, 수술 도중 A씨 머리에서 군 제식 소총탄으로 추정되는 5.56㎜ 소총탄 탄두가 발견됐다. A씨는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 당국은 A씨가 쓰러질 당시 인근 군 부대 사격장에서 육군 모 부대의 개인화기(소총) 사격 훈련이 있었다고 밝혔다. 부대 사격장과 골프장은 1.7㎞가량 떨어져 있다고 군은 설명했다.
사격장과 골프장 간 거리 1.7㎞는 현행 법률에 부합한다. 현행 군사기지·군사시설 보호법은 사격장 최외곽 경계선으로부터 1㎞ 범위 안에 제한보호구역을 지정할 수 있고, 보호구역 안에서는 민간인 출입 등이 제한된다.
이처럼 지정된 보호구역 범위 밖에서 사고가 나자 군 안팎에서는 사격훈련 중 도비탄에 의한 사고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탄(流彈)은 조준한 곳에 맞지 아니하고 빗나간 탄이고, 도비탄(跳飛彈)은 총에서 발사된 후 딱딱한 물체에 부딪혀 정상 각도가 아닌 방향으로 튕겨나간 탄이다. 이번 사격 훈련 중 방호벽 등에 맞은 탄이 공교롭게도 인근 골프장까지 날아갔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2017년 9월26일 육군 6사단 소속 일병이 전투진지공사를 마치고 도보로 복귀하던 중 두부 총상을 입고 사망했다. 그는 인근 사격장으로부터 직선거리로 날아온 유탄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사망자의 머리에서 회수된 탄두 역시 이번 골프장에서 발견된 5.56㎜짜리였다.
2017년 당시 사고 후 육군은 지휘관들에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는 한편 사격장 안전관리 인증제, 사격장관리관·사격훈련통제관 자격 인증제, 사격통제 매뉴얼 표준화 등 3중 안전관리체계까지 마련했지만, 이번 사고를 막지는 못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군 사격장에 대한 우려와 불만이 커질 전망이다.
군 사격훈련장은 실탄사격 실습과 사격술 예비훈련을 할 수 있는 구조물과 기계를 갖춘 교육훈련장이다. 육군 사격훈련장은 육군 전체 훈련장 3000여곳의 절반인 약 1500곳에 달한다.
사격훈련장은 개인화기, 기관총, 박격포, 전차포 사격뿐만 아니라 장비 기동이 이뤄지기 때문에 소음, 진동, 도비탄, 분진 등을 유발한다. 이 때문에 사격훈련장 주변 지역 주민들은 군 부대와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사유지 매입, 환경피해 보상, 사격장 이전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인근 주민은 불만을 표출하지만 해당 군 부대 역시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군 부대는 사격훈련 시간과 횟수를 조정하는 등 지역주민과의 협의 하에 훈련일정을 수립하고 있지만 충분한 사거리 확보, 기동사격, 야간사격 등 실전에 가까운 훈련을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호소한다.
육군은 사격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2017년 기준 육군 사격훈련장의 전체 부지 면적은 173㎢인데 육군은 적어도 58㎢가 더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사격훈련장 노후화 문제도 심각하다. 육군 사격훈련장 유지관리비용 집행액은 타 훈련장을 포함한 전체 집행액의 약 80%를 차지한다.
이남석·우정범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육군 사격훈련장의 유형별 관리 방안'이란 논문에서 "사격훈련장의 내부 여건뿐만 아니라 주변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분석해 훈련장 관리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며 "운용여건·주변지역 영향의 측면에서 사격훈련장을 분석・평가해 그 정도에 따라 우선순위를 판단해 단계적으로 대책을 수립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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