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 두부 총상 사망 후 2년반 만에 또 아찔한 軍사격장 사고

기사등록 2020/04/24 15:04:12 최종수정 2020/04/24 15:28:20

군부대 사격장 탄환, 골프장 날아갔을 가능성

2017년 9월 철원 6사단 일병 유탄에 두부 총상

군 사격훈련장에 대한 주민 불만, 민원 커질 듯

군도 "실전에 가까운 사격훈련장 부족하다" 호소

【서울=뉴시스】 사격 훈련 모습. (뉴시스DB)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육군 6사단 소속 일병이 두부 총상을 입고 사망한지 약 2년7개월 만에 또 아찔한 군 사격장 사고가 발생했다. 군 사격장에 대한 안전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4일 육군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 4시40분께 전남 담양군 한 골프장에서 20대 여성 A씨가 머리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외상을 입고 쓰러졌다.

병원으로 옮겨진 A씨는 외과 수술을 받았으며, 수술 도중 A씨 머리에서 군 제식 소총탄으로 추정되는 5.56㎜ 소총탄 탄두가 발견됐다. A씨는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 당국은 A씨가 쓰러질 당시 인근 군 부대 사격장에서 육군 모 부대의 개인화기(소총) 사격 훈련이 있었다고 밝혔다. 부대 사격장과 골프장은 1.7㎞가량 떨어져 있다고 군은 설명했다.

사격장과 골프장 간 거리 1.7㎞는 현행 법률에 부합한다. 현행 군사기지·군사시설 보호법은 사격장 최외곽 경계선으로부터 1㎞ 범위 안에 제한보호구역을 지정할 수 있고, 보호구역 안에서는 민간인 출입 등이 제한된다.

이처럼 지정된 보호구역 범위 밖에서 사고가 나자 군 안팎에서는 사격훈련 중 도비탄에 의한 사고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탄(流彈)은 조준한 곳에 맞지 아니하고 빗나간 탄이고, 도비탄(跳飛彈)은 총에서 발사된 후 딱딱한 물체에 부딪혀 정상 각도가 아닌 방향으로 튕겨나간 탄이다. 이번 사격 훈련 중 방호벽 등에 맞은 탄이 공교롭게도 인근 골프장까지 날아갔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안지혜 기자 = 국방부는 지난달 26일 육군 6사단 소속 일병 총격 사망 사건이 사격장에서 직선으로 날아온 '유탄'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또한 방호벽에서 사고장소까지 약 60m 구간은 수목이 우거졌고, 사선에서 사고장소까지 거리는 약 340m로 육안에 의한 관측 및 조준사격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hokma@newsis.com
이번 사고 발생 후 군에서는 2년여 전 발생한 육군 6사단 소속 일병 두부총상 사망 사고가 연상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17년 9월26일 육군 6사단 소속 일병이 전투진지공사를 마치고 도보로 복귀하던 중 두부 총상을 입고 사망했다. 그는 인근 사격장으로부터 직선거리로 날아온 유탄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사망자의 머리에서 회수된 탄두 역시 이번 골프장에서 발견된 5.56㎜짜리였다.

2017년 당시 사고 후 육군은 지휘관들에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는 한편 사격장 안전관리 인증제, 사격장관리관·사격훈련통제관 자격 인증제, 사격통제 매뉴얼 표준화 등 3중 안전관리체계까지 마련했지만, 이번 사고를 막지는 못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군 사격장에 대한 우려와 불만이 커질 전망이다.

군 사격훈련장은 실탄사격 실습과 사격술 예비훈련을 할 수 있는 구조물과 기계를 갖춘 교육훈련장이다. 육군 사격훈련장은 육군 전체 훈련장 3000여곳의 절반인 약 1500곳에 달한다.

사격훈련장은 개인화기, 기관총, 박격포, 전차포 사격뿐만 아니라 장비 기동이 이뤄지기 때문에 소음, 진동, 도비탄, 분진 등을 유발한다. 이 때문에 사격훈련장 주변 지역 주민들은 군 부대와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사유지 매입, 환경피해 보상, 사격장 이전 등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국방부는 9일 육군 6사단 소속 일병 총격 사망 사건이 사격장에서 직선으로 날아온 '유탄'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국방부는 이날 "고(故) 이모(某) 상병은 인근 사격장으로부터 직선거리로 날아온 유탄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사진은 탄두. 2017.10.09. (사진=국방부 제공)   photo@newsis.com
1998년부터 2016년 4월까지 민원이 1건 이상 발생한 육군 사격훈련장 수는 172곳이다. 민원 중 소음, 진동, 분진, 유탄・도비탄 등 환경피해 보상 요구가 전체 민원건수의 약 36%로 가장 많았다.

이처럼 인근 주민은 불만을 표출하지만 해당 군 부대 역시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군 부대는 사격훈련 시간과 횟수를 조정하는 등 지역주민과의 협의 하에 훈련일정을 수립하고 있지만 충분한 사거리 확보, 기동사격, 야간사격 등 실전에 가까운 훈련을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호소한다.

육군은 사격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2017년 기준 육군 사격훈련장의 전체 부지 면적은 173㎢인데 육군은 적어도 58㎢가 더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사격훈련장 노후화 문제도 심각하다. 육군 사격훈련장 유지관리비용 집행액은 타 훈련장을 포함한 전체 집행액의 약 80%를 차지한다.

이남석·우정범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육군 사격훈련장의 유형별 관리 방안'이란 논문에서 "사격훈련장의 내부 여건뿐만 아니라 주변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분석해 훈련장 관리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며 "운용여건·주변지역 영향의 측면에서 사격훈련장을 분석・평가해 그 정도에 따라 우선순위를 판단해 단계적으로 대책을 수립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a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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