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소강하면 경제 회복…내년엔 GDP 성장률 5% 반등"
1인당 평균 GDP 2023년에 3만8000달러 넘어설 것으로 추정
그간 우수한 재정 건전성 유지…올해 GDP 대비 2.5% 재정 적자
"北리스크 여전하나 향후 2년간은 경제 기반 훼손하지 않을 것"
다만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위축을 반영해 올해 경제 성장률은 22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S&P는 21일 오후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전망 역시 '안정적'(stable)을 유지했다.
S&P는 지난 2016년 8월8일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올린 후 4년 가까이 조정하지 않고 있다. 한국과 같은 투자 등급을 받고 있는 나라는 영국, 벨기에, 프랑스, 뉴질랜드, 아부다비 등이다.
S&P와 함께 3대 신평사로 꼽히는 무디스(Moody's)와 피치(Fitch)는 각각 AA, Aa3를 부여하고 있다. 무디스는 S&P와 같은 수준이며 피치가 매긴 등급은 한 단계 아래다.
코로나19로 인한 급격한 경기 침체를 반영, 올해 연간 성장률은 -1.5%로 전망했다. 1998년 이후 22년 만의 역성장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는 일시적일 것이란 평가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한국은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국가들 중 하나였지만, 이 같은 일시적 이벤트가 한국의 경제 기반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고 S&P는 판단했다.
S&P는 "신속한 대규모 진단 검사와 감염 경로 추적 등 현 정부의 성공적인 코로나19 대응은 한국의 제도적 기반이 견고함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그러면서 "바이러스가 소강 국면에 접어들게 되면 경제 활동은 다시 활기를 되찾을 것"이라며 "내년에는 억눌린 소비 수요 반등과 정부 부양책에 힘입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5% 수준으로 강하게 반등할 것이며 글로벌 무역이 정상화되면서 투자 활동도 회복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한 데는 한국이 코로나19의 부정적 영향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S&P의 견해가 반영됐다.
S&P는 한국이 우호적인 정책 환경과 견고한 재정 상황, 높은 통화 정책 유연성 등을 기반으로 최근 몇 년간 다른 선진국 대비 고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약 3만달러를 기록한 한국의 1인당 평균 GDP는 연평균 2.3%씩 늘어나 2023년에는 3만800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S&P는 추정했다.
외환위기 이후 물가안정목표제를 도입해 관리해 온 한국은행의 통화 정책 역시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요소라는 평가다.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는 통화 정책의 유연성을 제약할 수 있는 요소지만, 금융 당국이 변동금리부 만기 일시 상환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고정금리부 분할 상환 상품으로 전환토록 유도한 정책 등으로 이로 인한 위험이 다소 완화됐다고 판단했다.
우리 경제가 특정 수출 시장이나 산업에 의존하지 않는 다변화된 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평가도 더해졌다. 세계 무역 둔화, 일본과의 수출 규제 관련 갈등으로 지난해 수출 성장률은 다소 부진했지만, 수출 경쟁력은 매우 높은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S&P는 우리나라 GDP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전자, 자동차, 통신장비, 화학, 조선 등 수출 주도형 제조업이 더욱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돼 왔다고 판단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경기 부양책과 경기 둔화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9년을 제외하면 지난 20여년간 계속된 재정 흑자 흐름이 올해 중단될 것이란 예측이다. 최근 5년간 한국 정부는 평균적으로 GDP의 1.3%에 해당하는 재정 흑자를 기록해 왔던 바 있다. S&P는 구체적으로 올해 GDP의 2.5% 규모의 재정수지 적자를 예상했다.
한국의 순채무는 2019년 기준 GDP의 약 5.3%로, 양호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GDP 대비 순채무 비율은 7.8%까지 오를 것이란 예측이다.
S&P는 한국 정부의 재정 건전성이 우수하며 이것이 국가 신용도를 뒷받침하는 요인이라고 밝혔다.
S&P는 "정부는 지금껏 누적된 재정 흑자를 활용해 재정 건전성의 훼손 없이 상당한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수립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하고 있다"면서 "최근 몇 달에 걸쳐 발표된 약 168조원(GDP의 8%) 규모의 경기부양책 중 국가 재정이 직접 투입되는 자금은 GDP의 약 0.8%로, 보수적인 재정 운용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S&P는 GDP의 7.2%로 추산되는 대부분의 부양책이 정책은행이나 시중은행, 한국은행 등을 통해 집행될 예정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코로나19가 소강상태에 접어들면 정부의 재정 건전성도 빠르게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경기가 회복되면서 정부 예산도 점진적으로 균형을 찾아갈 것이라고 S&P는 내다봤다. 중·장기적으로는 완만한 흑자 기조가 유지될 것이란 예측이다.
아울러 대외지표 역시 신용등급을 지지하는 주요 기반으로 봤다. 오랜 기간 무역흑자를 기록해왔을 뿐 아니라 국내 은행권의 순대외채무가 경상계정수입(Current Account Receipts, CAR)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9년 25%에서 2014년 0% 아래로 하락해 순국제투자국으로서의 지위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다만 거시 경제 여건이 악화하면서 향후 3년간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은 지난 5년 평균(5.3%)보다 다소 하락한 3.8%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가장 취약한 요소는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와 이로 인한 우발채무다. 북한 정권이 붕괴할 경우에는 막대한 통일 비용을 감당해야 할지 모르는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S&P는 이 리스크가 향후 2년간 한국의 경제 기반을 훼손하는 수준 이상으로 고조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이 예상외로 상당한 수준의 경제 개방을 추진하면 상황이 변할 수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작다는 판단이다. S&P는 북한이 체제 안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한반도 내 긴장 고조에 따른 대(對)미 협상력 강화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과의 긴장 상태가 경제, 재정, 대외지표 약화를 초래할 정도로 고조될 경우엔 등급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S&P는 밝혔다. 반대로 북한 관련 안보 리스크와 우발채무 리스크가 줄면 상향 조정 요인이 된다.
경제 총괄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대내외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의 대외신인도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정부는 앞으로도 한국 경제 현황과 주요 현안 관련 신평사와의 소통을 지속해서 강화해 나가면서 대외신인도를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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