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한국 올해 경제 성장률 -1.2% 전망…국제기구 중 처음
외환위기 이후 최악 수준…하향 조정 폭 금융위기 후 최대
"정부 대응이 부정 영향 완화" 평가…"반등 여부는 불확실"
"소비 이어 수출 등 지표 타격 시차 두고 이어질 것" 전망
IMF는 14일 오전(현지 시간) 공개한 '세계경제전망'(WEO, World Economic Outlook)에서 "거의 모든 국가에서 공장 셧다운 등 경제적 혼란이 올해 2분기에 집중될 것"을 가정하고 올해 한국 경제가 -1.2% 역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 상황이 하반기부터 사라지며 방역 조치가 점진적으로 해제되는 것을 전제한 예측이다. 종전 예측(2.2%) 대비 3.4%포인트(p) 하향 조정한 것이다. 조정 폭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9년 4월(-7.5%p) 이후 11년 만에 가장 컸다.
IMF의 전망은 국내외를 통틀어 다수 경제 전망 기관이 참고하는 자료여서 그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 주요 국제기구 중에선 처음으로 올해 우리 경제의 역성장을 공식화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코로나19 사태가 한창 진행 중이었던 지난달 2일 발표한 '중간 경제전망'(OECD Interim Economic Outlook)에서 2.0%를 제시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지난 2월 1.3%로 예상했고, 세계은행(WB)은 한국에 대한 별도의 전망치를 내지 않는다.
IMF의 예측이 들어맞는다면 한국 경제는 1998년 외환위기(-5.1%) 이후 올해 23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것이자,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금융위기 당시 우리 경제는 0.8% 성장했었다. 2009년 4월 당시 IMF의 전망(-4.0%)보다는 나았던 것인데, 위기의 한가운데서는 다소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는 경향이 있다고 기획재정부는 설명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위기가 진입하는 시점이나 위기가 한창 진행 중일 때는 주어진 정보로 짠 시나리오 자체가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이를 두고 "역성장 전망은 코로나19 사태가 상반기 내로 종식되지 않고 하반기, 더 나아가 연말까지 오래 지속될 것을 가정한 결과"라면서 "한국 내에서 조기에 안정되더라도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산발적으로 지속되는 데 따른 영향을 고려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를 고려하면 당연한 결과다. IMF는 OECD 회원국 모두가 올해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스(-10.0%), 이탈리아(-9.1%), 스페인(-8.0%), 네덜란드(-7.5%), 프랑스(-7.2%), 독일(-7.0%) 등 유럽 국가들에 대한 예측치가 특히 낮았다. 미국(-5.9%), 일본(-5.0%) 등 우리 경제와의 연관이 깊은 나라들의 상황도 좋지 않다. 다른 국가에 비하면 한국의 상황은 비교적 낫다고 볼 수 있다.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 조치가 신속히 이뤄짐과 동시에 경기 대응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반영된 결과라고 IMF는 밝혔다. 안드레아스 바우어 IMF 한국 미션단장은 "코로나19 억제를 위한 한국의 전방위적 접근과 신속한 경기 대응 정책이 국내 경기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완화했다"고 평가했다. 소상공인 고용 유지를 위한 정책과 가족돌봄 지원, 기업 유동성 지원, 피해 중소기업에 대한 보증 확대 등 한국 정부의 대응을 사례로 제시하기도 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전망에 불과하다. IMF는 팬데믹 상황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거나 내년 중 재발할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봤다. 전염병의 종식 여부에 따라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IMF는 내년에는 한국 경제가 3.4%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반등 여부는 매우 불확실하다"며 "올해 하반기 중 팬데믹의 종료 여부와 정책 지원 효과에 달려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당장 1분기부터 우리 경제가 역성장할 수 있다는 우려는 이미 당국자들의 입에서부터 공론화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달 20일 "올해 1분기 우리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한국은행 역시 1분기 중 소비를 중심으로 집중적인 충격이 나타날 것으로 봤다. 이환석 한은 조사국장은 지난 2월 "올해 1분기 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0.4%)에 못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던 바 있다.
김 교수는 "국경 봉쇄 등 방역 조치는 수출 등에 큰 제약이 될 것이며 장기 계약 등에 따른 시차를 고려하면 이는 5~6월로 갈수록 가시화될 것"이라면서 "내수는 몰라도 미국이나 유럽 등 외국 상황을 보면 수출은 지속해서 악화될 가능성이 있고, 이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적어도 2분기까지는 우리 경제에 미칠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오는 23일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속보치를 공표할 예정이다. 기재부는 "코로나19가 촉발한 전례 없는 세계 경제 여건 변화에 대응해 전염병 사태의 조기 종식과 경기 회복 모멘텀 회복을 위해 범국가적 역량을 결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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