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이 삼고초려 겨우 영입한 '선거의 달인'
황교안 승리하면 당권 잡아 '킹 메이커' 가능성
총선 패배시 '정계 은퇴'…혹은 당 재정비 역할
"총선서 기회 주면 당 개조에 거침없이 임할 것"
"선거 끝나면 원래 자리로 돌아갈 것" 엇갈려
보수와 진보 진영을 모두 섭렵한 정계의 거물인 김 위원장은 통합당에서 지난 2월 말부터 논의하고 공들여 데려온 인물이다. 공천 문제 때문에 영입 과정에서 난항을 겪기도 했지만 황교안 대표와 박형준·신세돈 공동선대위원장이 자택을 직접 찾아가 선대위 참여를 간곡히 요청,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김 위원장의 입성이 이토록 의미가 있었던 이유는 그가 정치권에서 선거의 달인으로 불렸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비대위 체제를 가동한 한나라당에 구원투수로 나서 당시 '선거의 여왕'으로 불렸던 박근혜 의원과 함께 비대위원으로 활동, 새누리당으로 간판을 바꿔 예상과 달리 의석수 과반 확보를 이끌어낸 바 있다.
또 18대 대통령 선거 당시 박근혜 후보를 돕기 위해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회에 설치된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 재등판해 경제민주화를 내걸고 대선 승리에 기여했다. 민정당 국회의원이던 1987년 개헌 당시 헌법 119조 경제민주화 조항을 입안했고, 새누리당의 경제정책 기조를 경제성장에서 경제민주화로 전환한 선거전략이 적중하면서 그의 '선거 감각'은 다시 한번 정치권에서 회자됐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2015년 재보궐 선거 참패, 국민의당 분당, 호남 지지율 하락 등 잇단 악재가 겹쳐 침체일로에 있던 민주당에서 비대위 대표를 맡아 전체 선거를 진두지휘했다. 민주당은 문재인 당시 대표가 리더십 위기로 흔들리자 중도보수 색채가 진한 김 위원장을 비대위 대표로 영입, 결국 총선에서 민주당을 원내 제1당으로 만들었다.
이전엔 당내에서 총선을 끌고갈 마땅한 '간판'이 없어 선거전략 수립에도 차질을 빚었던 통합당은 김 위원장의 총지휘 하에 선거전략을 세워왔다. 이로 인해 김 위원장이 선거 경험이 부족한 황 대표의 부담을 덜어준 측면도 있다.
따라서 통합당이 승리한다면 황 대표의 당 장악력이나 대권주자로서의 입지에도 한층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정치권에서는 황 대표가 총선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대권 준비에 나선다면 김 위원장이 당권을 맡으리라는 관측이 나왔다. 정권교체를 위해 김 위원장이 '킹 메이커' 역할을 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만일 패배할 경우 김 위원장이 정계 은퇴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 위원장은 통합당 합류 시점이 늦어 공천에도 손을 쓰지 못했다. 정책적인 측면에서 당의 전반을 장악했다고 보기 무리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올해 80세인만큼 이번 총선이 퇴장의 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
다만 김 위원장이 통합당에 총선 20여일 전에 입성한 만큼, 패배해도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총선 결과에 따라 비상대책위원회 등이 꾸려지는 상황이 될 경우 김 위원장이 오히려 당을 이끌어 갈 인물 중 하나로 물망에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위원장은 지난 14일 총선 전 마지막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지난 50년간 한국 경제 상황을 현장에서 연구하고 해결해왔다. 이번에 통합당을 과반 정당으로 만들어 주시면, 경제난국을 앞장서서 해결하겠다"며 "제1야당의 입장에서 정부를 안내해 옳은 길로 가도록 이끌겠다"고 선언했다.
또 "국민 여러분, 미래통합당이 흡족하지 않은 거 잘 안다. 이번 총선에서 기회를 주신다면 이 정당을 유능한 야당으로 개조하는 일도 거침없이 임하겠다. 품격있고 실력 있는 정당으로 바꿔서 차기 정부를 책임질 만하게 만들어놓을 것을 약속드리겠다"고 마지막 호소를 했다.
그러면서도 회견 뒤 기자들과 만나서는 향후 자신의 행보에 대해 "선거가 끝남과 동시에 원래 자리로 돌아갈 것을 분명히 말씀 드린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가 총선 이후에도 통합당에 계속 남아 '개조하는 일'을 수행할지, 아니면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길을 택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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