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온라인공연]국립극단 연극 '페스트', 전염병 이겨낸 시민들

기사등록 2020/04/06 06:00:00

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 '이른 봄 늦은 겨울'도

[서울=뉴시스] 연극 '페스트'. (사진 = 국립극단 제공) 2020.04.06.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노벨문학상을 받은 프랑스 소설가 겸 극작가 알베르 카뮈(1913~1960)의 소설 '페스트'는 알제리 도시 '오랑(Oran)'에 급작스럽게 벌어진 전염병 페스트의 확산과 이를 이겨낸 시민들의 이야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시국을 맞아 재조명되는 것이 당연하다. 페스트가 퍼지면서 도시가 폐쇄되고 거대한 재앙 속에서 부조리가 극대화되는 상황이 마치 코로나19로 일상이 비일상이 된 2020년 현재를 떠오르게 만들기 때문이다.

전염병에 대한 관심과 공포가 커지면서 베스트셀러 차트에서 역주행하더니, 지난달 케이블채널 tvN 예능 프로그램 '요즘 책방'에서 현 상황과 맞물려 소개된 뒤 판매량은 더욱 급중했다.

국립극단(예술감독 이성열)이 6일부터 소셜미디어에 진행하는 온라인 캠페인 '무대는 잠시 멈췄어도, 여기 연극이 있습니다'의 '온라인 전막 상영회' 첫 번째 작품으로 연극 '페스트'를 선택한 것은 그래서 당연해 보인다.

국립극단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자체 유튜브 채널(https://www.youtube.com/channel/UC-2Nn7WrZJkx1m-g_Y0Gf2Q)을 통해 24시간 동안 '페스트'를 스트리밍으로 공개한다. 무료로 정해진 시간 동안 재시청이 가능하다. 

'페스트'는 국립극단이 2018년 5월18일부터 6월10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초연한 작품이다. 박근형 극단 골목길 대표 겸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가 각색, 연출했다.

[서울=뉴시스] 뮤지컬 '페스트'. (사진= 스포트라이트 제공) 2020.04.06. realpaper7@newsis.com
사실 박 연출은 초연 당시 '페스트'에 한반도를 투영했다. 원작의 해안 도시 오랑을 바람이 많이 부는 고립된 섬으로 탈바꿈시켰던 이유다. 역병 확산을 막기 위한 원작의 장벽은 남북을 나눈 휴전선을 은유했다.

그런데 고전은 시대에 맞게 읽히는 법. 카뮈가 원작에서 그린, 원인을 쉽게 찾기 힘든 죽음에 대한 사람들의 혼란과 절망은 연극에도 그대로 옮겨졌고 그래서 현재도 투영된다. 박 연출은 '페스트' 공연 당시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보이지 않는 질병의 회오리는 정신을 감염시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작품에는 희망이 뭉근하게 배어 있다. 이 작품으로 혼란스럽고 어두운 시대를 지나 새로운 사회를 꿈꾸는 관객들에게 응원과 연대, 그리고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는 것이 박 연출과 국립극단의 본래 의도였다. 그래서 인간 절망을 처절하게 묘사하면서도 끊임없이 이어진 소시민 연대에 헌사를 보내게 된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 각자의 위치에서 묵묵히 감염병을 이겨내기 위해 동참하고 있는 현재 시민들에 대한 헌사로도 자연스레 이어진다.

참고로 소설 '페스트'는 2016년 국내에서 뮤지컬로 옮겨지기도 했다. '시대유감' '너에게' '슬픈아픔' 등 '문화 대통령'인 가수 서태지의 히트곡을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이었다. 서태지 음악이 담고 있는 저항과 연대를 카뮈가 말하는 저항과 연대와 통하게 만들고자 한 작품이다.

[서울=뉴시스] 창작가무극 '이른 봄 늦은 겨울'. (사진 = 서울예술단 제공) 2020.04.06. realpaper7@newsis.com
한편 이날 온라인을 통해 무료도 볼 수 있는 또 다른 작품은 오후 7시30분 네이버 공연채널(https://tv.naver.com/theater)과 V뮤지컬(https://channels.vlive.tv/EDE229/home)을 통해 관람할 수 있는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이른 봄 늦은 겨울'이다.

 '3월의 눈' '먼 데서 오는 여자' '1945'로 팬덤을 몰고 다니는 극작가인 배삼식 한예종 연극원 교수가 서울예술단과 손잡 선보인 작품이다. 2015년 3월 21~29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했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매화'를 소재로 다양한 삶의 순간들을 담아냈다. 과거와 현대, 겨울과 봄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환상의 시공간을 품는다. 특히 중국의 설화 '나부춘몽', 고려설화 '매화와 휘파람새' 등이 재해석됐다.

배 작가는 늦은 겨울 어느 산속에서 마주쳤던 매화에 대한 기억과 매화에 대한 문헌을 뒤적이면서 '이른 봄 늦은 겨울'을 써내려갔다고 한다.

배 작가의 신작으로 올해 국립극단의 문을 열 예정이었던 '화전가'는 지난 2월 말 개막을 앞두고, 코로나19로 인해 안타깝게 취소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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