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학 감독 "역대 최고"…양동근 "열심히 뛰었을 뿐"

기사등록 2020/04/01 18:13:42

양동근 "최고라는 생각 해본 적 없어, 열심히 뛴 선수일 뿐"

유재학 감독 "여러 면 종합했을 때 최고 선수라 생각"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울산 현대모비스 양동근이 1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 참석해 은퇴 소감을 밝히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2020.04.01.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희준 기자 = 정든 코트를 떠나기로 결심한 양동근(39·울산 현대모비스)에게는 '프로농구 역대 최고 선수'라는 수식어가 심심찮게 따라다닌다.

어색하지 않은 수식어다. 200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현대모비스 유니폼을 입은 양동근은 '살아있는 전설'이었다.

데뷔 시즌인 2004~2005시즌 평균 11.5점 6.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생애 한 번뿐인 신인상을 수상한 양동근은 현대모비스의 왕조 시절을 이끌었다.

2006~2007시즌 통합 우승에 앞장선 것을 시작으로 양동근은 총 6개의 우승반지를 수집했다. 또 4차례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등극했고, 챔피언결정전 MVP도 3번이나 품에 안았다.

우승과 정규리그 MVP, 챔피언결정전 MVP 모두 양동근이 역대 최다 기록을 갖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17년간 한 팀에서만 뛴 양동근의 등번호 6번을 영구결번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평소 겸손한 모습을 보이는 양동근은 '역대 최고'라는 수식어에 손사래를 쳤다.

1일 은퇴 기자회견에서 양동근은 "내가 최고라는 말을 한 적도 없고, 최고라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다"며 "남들보다 한 발 더 뛰고 열심히 뛴 선수지, 최고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선수들은 시즌이 시작되기 전 은퇴를 발표하고, 시즌 내내 은퇴 투어를 하기도 한다. 양동근이 시즌을 앞두고 은퇴를 발표했다면 은퇴 투어가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양동근은 은퇴 투어에 대한 질문에도 "은퇴 투어는 제가 받아야할 것은 아닌 것 같다. 내가 그렇게까지 할 선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고개를 저었다.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울산 현대모비스 양동근이 1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 참석해 유재학 감독의 꽃다발을 받은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2020.04.01. myjs@newsis.com
양동근은 "팬들에게도 열심히 했던 선수로 기억에 남고 싶다. 선수들이 '양동근이랑 뛰었을 때가 좋았구나'라고 생각한다면, 성공한 농구 인생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전했다.

'열심히 했던 선수'로 남고 싶다면서도 "감히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래도 나름대로 굉장히 열심히 했고, 노력했다고 생각한다"며 몸을 낮췄다.

양동근이 '역대 최고'라는 수식어에 부담감을 드러낸 반면 유재학(57) 현대모비스 감독은 그가 최고의 선수라는 평가를 내놨다.

양동근을 프로 데뷔 시절부터 지도한 유 감독은 "시대마다 농구가 다르고, 소속 팀에서의 역할이나 선수 스타일도 다르다"고 전제한 뒤 "양동근이 프로에 입단할 때 특A급 선수가 아니었던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은퇴하는 이 시점에서 돌아보면 오랜 시간 동안 변함없이 팬들에게, 선후배들에게 보여준 모습은 최고였다. 꾸준함이나 기량 면에서도 최고였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 등 인격도 좋다"며 "나의 제자이기도 하고, 여러 면을 종합했을 때 양동근이 최고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양동근을 '역대 최고'라고 평가한 유 감독은 그가 지도자로서도 대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 감독은 "동료, 선후배에게 보여줬던 자세와 선수로서의 성실함으로 보면 성공할 것이라 본다"며 "지금도 연습할 때 내가 무슨 말을 하면 한 번에 알아듣는 것이 양동근이다. 나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선수인데, 살을 붙이고 뺄 것은 빼서 자기만의 색깔로 잘 준비하면 성공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동근은 "감독님이 선수들을 어떻게 지도하고, 어떻게 이해시켰는지 봐왔고, 지금도 배우고 있다. 아직 배워야할 것이 많다"며 "더 많이 배워서, 나만의 색깔을 가진 지도자가 돼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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