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서 '인식 못한 행위, 중한 죄로 처벌 안해'
전문가 "이 사건엔 해당 안돼…엄벌주의 마땅"
"성착취물 인지 후 인증 거쳐 대화방 입장해"
텔레그램에서 엽기적인 성착취 행각으로 돈벌이를 삼은 일명 '박사방' 조주빈(25)이 검찰로 송치된 가운데, 경찰은 가담자 전원을 끝까지 추적해 검거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온라인상에서 '법을 어겼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등 이용자들의 문의가 줄을 잇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몰랐다'는 변명이 감형 사유가 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형법엔 형의 감면 사유인 '사실의 착오' 항목이 규정돼 있지만 결론적으로 이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감경 사유 중 하나인 형법 제2장 제1절 제15조 '사실의 착오'에서는 '특별히 중한 죄가 되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중한 죄로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다. 또 '결과로 인해 형이 중할 죄에 있어서 그 결과의 발생을 예견할 수 없었을 때는 중한 죄로 벌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의 가담자들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어 "이 항목은 어린아이라던지, 정말 그 사실을 몰랐던 사람의 경우에 해당되는데 몇 차례의 인증을 거쳐 들어가는 이 사건은 엄벌주의가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성범죄 전문가인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변호사는 "이들은 성착취 대화방이라는 걸 알고 들어갔고, 성착취물이 아동과 여성을 이용한 범죄의 결과물이라는 걸 인지한 상태에서 실시간으로 보거나 다운을 받았을 경우 고의가 충족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가담자들이 검거돼 법정에 서더라도 "몰랐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편 조주빈은 검찰 송치 하루만인 이날 오전 10시20분께부터 서울중앙지검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TF(태스크포스)'의 조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조주빈을 상대로 성착취 동영상 제작·유포 등 '박사방'을 통해 이뤄진 관련 범죄행위 전반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조주빈은 2018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아동 성착취물 등을 제작해 돈을 받고 텔레그램 '박사방'에 유포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지난 16일 검거된 직후까지 자신이 핵심 운영자인 일명 '박사'임을 부인하다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시인했다.
그는 스스로를 '박사'로 칭하며 피해 여성들에게 몸에 칼로 '노예'라고 새기게 하는 등 잔혹하고 엽기적인 행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경찰이 파악한 피해자는 최소 74명으로, 미성년자는 이 중 16명이다.
'박사방'이나 'n번방' 등 성착취 범죄를 저지른 이들은 총 124명이 검거돼 이중 18명이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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